안동서 일하며48 뒷산 들꽃 1. 패랭이 점심을 먹으면 제가 일하고 있는 곳 뒷산으로 산행을 하곤 합니다. 뭐 산행이랄 건 없고요 산책 정도이지만, 이름도모르는 이 야산에 오르면 제법 볼만 합니다. 동쪽으로는 안동댐 물과 물 너머 멀리 산이 보이고 남으로는 학가산(어떤 이는 동쪽에 있는 게 학가산이라고도 하네요), 그리고 북으로는 청량산이 보이는 게 정말 첩첩산중입니다. 어디 깊은 산속에 와 있는 느낌이 듭니다. 그 느낌이 좋아 국선도 입단행공 한 번 개운하게 하고, 호연지기(?)도 한번 하곤 합니다. 이 산에 오르면여러 들꽃이만발해 있습니다. 그 중에 오늘은 패랭이를 소개합니다. 패랭이, 왜 그런지 정감이 가고 뭐랄까 아련한 느낌을 줍니다. 오늘 아침 영주로 단전호흡을 하러 가는데 중간쯤 되어 안개가 정말 자욱한데 아련한 느낌을 주더군요. 마.. 2005. 7. 19. 월천서당 잘 아시듯 월천 조목 선생은 퇴계의 큰 제자입니다. 월천 밑으로 학봉 김성일 선생, 서애 류성룡 선생들이 계시는데, 외부에 알려지기는 두 번째 제자나 세째 제자가 더 알려졌지요. 월천 선생은 퇴계의 큰 제자답게 스승을 끝까지 모셨고, 퇴계 사후에는 기존 도산서당 위로 도산서원을 지어 조선 최고의 서원으로 키우셨지요. 월천서당에서 내려다보는 낙동강가 비옥한 땅을 보니 나름대로 비교적 유유자적하실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더군요. 오늘은 장마라 비가 많이 오지만 지난 번 갔을 때는 가물어서 낙동강 바닥이 다 들여다보일 지경었습니다. 작은 천 같은 저 강을 건너면 성재 금난수 선생이 계신 곳이 나왔겠죠. 월천서당 안에는 갓을 담는 통이 마치 벌통처럼 매달려 있었습니다. 교육기관을 상징하는 나무가 있는데 그 .. 2005. 6. 29. 안전 기원 고사 얼마 전 제가 일하는 곳 근처에서 건물이 하나 올라가는데 거기서 안전을 기원하는 고사를 지냈습니다. 경상도 사나이들의 억센 말들이 오고가고 돈들이 돼지 입으로 귀로 들어가는데, 아무래도 건설현장이니 여자는 거의 없었지요. 안동에 와서 고사를 이번까지 두 번 봅니다. 처음은 길거리였죠. 어둑어둑할 때였는데, 맘씨 좋게 생긴 중년 부부가 기름차를 새로 사고 길거리에서 트럭을 두고 고사를 지내더군요. 역시 억센 말투의 사나이들 몇 명이 차 앞에서 신문지 깔고 멍석 깔고서 막걸리와 음식을 주고 받았습니다. 차를 보니 중고 같던데, 어렵게 마련했을 큰 재산을 두고 사고 나지 말고 돈 많이 벌으라는 친구들의 덕담이 좋았습니다. 안전기원 고사 지낼 때 뒤에서 몇 장 찍었습니다. 제문도 찍고 말이죠. 구경 한번 하세요.. 2005. 6. 28. 묵계서원 안동서 길안 쪽으로 가다보면 좌측에 낙동강가 절벽과 강변이 잘 어울려 멋진 광경을 연출합니다. 길안은 사과도 유명하고 대마도 유명하다는데 올 가을 사과를 얻어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묵계서원은 대원군이 서원의 횡포와 나라경제 흔드는 데 이골이 나서, 아마도 지긋지긋했을까요, 서원철폐령을 내릴 때 도산서원이나 병산서원은 무사했지만 그 틈을 벗어나긴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몸을 숙이고 강당을 남기고 부수고 했던 모양인데, 후에 복원했다고 합니다. 서원은 참 잘 생겼습니다. 보백당 김계행(1431~15517) 선생과 응계 옥고(1382~1436)선생을 봉향하는 서원이라는데, 숙종 13년(1687) 에 창건했다고 하네요. 보백당 선생은 나이 49세에 과거에 급제했다죠? 물론 그 전에 생원시는 일찍이 어린 나이.. 2005. 6. 23. 고사리 뒷산엔 고사리가 참 많습니다. 고사리는 언뜻 생각하면 축축한 음적인 식물이라 음지에 자랄 것 같지만 대개는 양지 바른 곳에 자랍니다. 음은 양을 따르는 법이잖아요. 인삼이 햇빛을 받으면 죽는다고 하던데, 비슷한 이치가 아닐까요. 6월 중순인 지금은 벌써 다 커버렸지만 지난 5월엔 어린 고사리들이 많았습니다. 고사리 사진 찍어놓은 거 한번 보세요. 왼쪽에 잎이 말린 게 고사리죠. 그걸 밑둥에서 따서 삶아 말리면 우리가 먹는 고사리가 되지요. 위 어린 고사리가 자라면 이렇게 됩니다. 잠깐 딴 고사리를 바닥에 놓고서 찰칵! 2005. 6. 16. 이천동 석불 안동에서 일하면서 도닦느라(?) 영주를 거의 매일 오갑니다. 평소 새벽에 오고가는데 지난주는 전날 과음한 탓에 저녁에 영주를 다녀왔습니다. 오는 길에 찍은 이천동 석불의 모습입니다. 옛날 임진왜란이 끝나고 조선의 산수를 즐기던 명나라 장수(안내인은 이여송이라 하더군요.)가 조선의 산수가 인물이 많이 나올 상이라 그걸 잘라내느라 명산마다 일본놈처럼 쇠몽둥이를 박고 기운을 막고 없애가던 차에 이천동 석불앞을 지나게 되었다지요. 갑자기 잘 가던 말이 우뚝 서서 움직이지 않는데, 이여송이 보니 저앞 미륵불이 떡 자기를 보고 있는 게 보이잖아요. 미륵부처님이 이여송의 행각을 말리고자 하는데 이여송이 말에서 내려 부처님에게 올라가 목을 뎅강 잘랐다고 합니다. 그후 이여송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전해지지 않고요, 아뭏든.. 2005. 6. 14. 오디 5월 하순인 걸로 기억하는데요, 사람들이 뒷산에서 오디를 떠더군요. 오디는 뽕나무 또는 산뽕나무라고 하는 나무의 열매로 달작지근한게 맛이 좋았습니다. 약간 덜 익은 걸 섞어야 새콤한 맛이 난다고 하네요. 엊그제 다른 산에 갔는데, 거기서도 야생 뽕나무에서 나는 오디가 가득 열려 몇 개 따먹었습니다. 요즘 오디 따먹은 적 있나요? 뽕나무 모습과 오디 보면서 옛날의 추억을 되새겨보시지요. 2005. 6. 14. 고산정(孤山亭) 가송협곡 가는 길에 보면 농암종택 가는 이정표가 보입니다. 그 길로 가다 만난 다리를 건너면 고산정이라는 정자가 나오지요. 퇴계의 제자인 성재 금난수 선생이 지은 정자입니다. 퇴계가 도산서당을 떠나 예던길을 지나 애제자와 정자, 그리고 정자 주변의 경관을 즐기고저 자주 찾으셨다고 합니다. 저만 해도 벌써 대여섯 번이나 갔다왔네요. 청량산 계곡(가송협곡 쪽)에 붙어 경관이 뛰어나고, 정자 아래 낙동강 얕은 물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정자에서 바라보는 낙동강물과 그 물이 모여 만든 소와 맞은 편 작은 절벽도 뛰어나고, 정자도 예쁘고 잘 생겼습니다. 학도 자주 봤는데, 옛날엔 학이 많이 있었다고 합니다. 지난 번 갔을 때는 고라니인가 노루인가 우리를 보더니 산쪽으로 달아나더군요. 고산정 옆 .. 2005. 6. 4. 용수사(龍壽寺) 안동 도산서원을 지나 온혜 쪽에서 좌측으로 가면 용수사라는 절이 나옵니다. 고려때 의종이 형인 명종이 무신들에 의해 죽자 형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무신들의 눈을 피해 만든 절이라 합니다. 고찰이지만 지금은 완전히 새로 지어 고찰의 모습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넓은 마당에 커다란 가람이 시원하게 서 있어 집을 지으신 스님의 포부를 느끼게 합니다. 퇴계선생이 20세때 이 절에서 주역공부를 열심히 하셨다죠. 저는 안동에 내려와서 주역공부를 거의 못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대웅전 안부처님 옆에 서 있는 분이 누군가요, 그 모습을 가만 보면 옷의 무늬와 느낌까지 묘사한게 마치 그린 듯, 실물인 듯 싶습니다.뒤편에 있는산신당인가요, 거기 가니 기운이 찌릿찌릿하더군요. 부처님이 남겨놓은 우리 고유 신앙의 흔적인 셈입니다.. 2005. 6. 3.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