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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괘

화택규(火澤睽)

by 무소뿔 2005. 6. 13.

6월 13일, 음력 오월 초이레 壬午 월 戊辰 일주입니다. 토의 기운이 강한 날이네요. 이번주는 여러 가지로 중요합니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뭐부터 해야 할지도 모를 지경입니다. 점은 여러 가지를 물어보면 안 되는데, 오늘은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물어보니 아래는 연못이요 위는 불입니다. 화택규(火澤睽) 괘입니다.


睽는 어긋난다는 뜻이랍니다. 심각하네요. 잘 되어도 중간인데... 째려본다는 뜻도 있습니다. 위는 불, 아래는 물이니 불은 불대로 놀고 물은 물대로 놉니다. 그러니 어긋납니다. 또 불괘는 중녀이고 못 괘는 소녀이니 각자 다른 곳으로 시집을 가야 합니다. 한 집에서 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어긋난답니다. 또 상구를 가리면 외호괘가 감중련 물 괘이고 초구를 가리면 이허중 불괘로 水火는 이미 건넜다는 旣濟 괘입니다. 건너면 또 어긋나잖아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小事하리라.

(睽는 작은 일은 길하다)


서로 어긋났으니 큰일이 길할 수는 없고 작은 일은 길할 수 있답니다. 여기서 작은 일은 육오 음을 의미한다네요.


전반적으로 괘사가 심난하니 좋은 뜻을 하나 봅니다. 저의 마음이 그렇습니다. 화택규 단전 마지막을 보면요,

萬物而其事-類也-니 之時用大矣哉

(만물이 어긋났어도 그 일은 같으니 睽의 때와 씀이 크도다) 라고 합니다.


睽 괘가 어긋나 있기는 하지만 사실은 천지도 그렇습니다. 하늘은 위에 있고 땅은 아래에 있어 서로 어긋나 있습니다. 이렇게 어긋나 있는데 하늘 일이 같지 않다면 만물이 나오지 못합니다. 하늘이 하는 일과 땅이 하는 일이 같기 때문에 사시가 돌고 만물이 생성을 거듭합니다. 그러므로 睽가 어긋나 있다고 그냥 내버려두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을 잘 이용하는 시기, 그 쓰임이 큽니다. 험한 뜻의 괘이지만 그 험한 걸 잘 이용하면 좋은 것이 됩니다. 이번 주의 험난함을 잘 이용하여 사업을 잘 진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뭐,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전우익 선생이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에서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선생이 인생을 살아보니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끈질기게 노력하면 풀리지 않는 게 없다’고 합니다. 선생의 말씀을 명심, 또 명심하지요.


오늘 동한 초구를 봅니다.


初九-하니 喪馬하고 勿逐하야도 自復이니 見惡人하면 无咎-리라.

(초구는 뉘우침이 없어지니 말을 잃고 쫓지 아니해도 스스로 회복함이니 악한 사람을 보면 허물이 없다.)


모두가 어긋나 있습니다. 하지만 어긋나 있어도 만나야 한답니다. 비록 초구와 구사가 음양응은 아니지만 모두 양으로 현명하니 어긋난 睽의 상황을 해결해야 합니다. 이렇게 睽 괘의 초구가 나오면 어떤 남자를 찾아보거나 친구를 만나봐야 한답니다. 하지만 어긋나 있으니 만날 수 없습니다. 구사에게 가려면 말을 타야 하는데 타고 갈 말을 잃어버렸으니까요. 그러니 만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걱정할 게 없는 게 이 말이 돌아온답니다. 하, 새옹지마를 보는 느낌이군요. 후회가 있으면 喪馬의 회복이 되지 않습니다. 후회가 없는 자리입니다.


하지만 구사를 만나러 가기 위해서는 육삼을 지나쳐야 하는데, 이 이가 내가 아주 싫어하는 사람이로군요. 이 사람을 지나치지 않고서는 만나려는 사람을 만날 수 없습니다.


흠...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누굴까요. 그 이를 만나 睽를 해결하여야 이번 주의 어려운 물제를 풀 수 있겠네요. 끈질기게 노력해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