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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괘

천산돈(天山遯)

by 무소뿔 2005. 6. 20.
6월 20일, 음력 5월 14일 壬午 월 乙亥 일주입니다. 위는 하늘, 아래는 산, 천산돈(天山遯) 괘에 4효가 동했습니다. 하늘은 군자요 산은 소인인데 소인은 욕심 때문에 자리를 떠나지 못하지만 군자는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遯입니다. 지난 번 天山遯 괘에서 적었듯이 주역은 군자의 학문, 그러니 군자가 떠나는 것이 형통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어지러운 세상과 소인을 피해 물러나니 마음이 편해 그래서 형통하답니다.


그렇다고 늘 遯해서도 안 됩니다. 외괘에서 양이 중을 얻고 내괘에서 음이 중을 얻어 잘 응하고 있으니 좀더 기대를 걸어야 합니다. 도저히 안 될 때 물러나야 합니다. 때를 보아 물러날 때 물러나야 합니다.(與時行也)


대상전을 보면 소인이 안(내괘)에서 세상을 시끄럽게 하여 군자가 소인을 멀리하지만 악하게 하지는 않고 엄하게 한답니다. (遠小人 不惡而嚴) 대산 선생님 말씀이, 옛날 도연명이라는 시인은 세상이 싫어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읊으며 전원으로 물러나 외로운 소나무 어루만지며 밭 갈고 살았다(撫孤松而磐桓) 합니다. 그만큼 옛사람들은 遯을 중요시 생각했다고 합니다. 오늘 동한 4효 풀이를 봅니다.


九四好遯이니 君子小人하니라 .

(구사는 좋아도 도망을 가니 군자는 길하고 소인은 그렇게 아니한다.)


초육과 구사가 음양이 응합니다. 초육 아리따운 여자가 못 가게 붙잡습니다. 하지만 내괘에 있는 구삼이라면 모를까 이미 외괘에 있는 구사는 제 갈 길을 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라는 거네요.


아마도 그리 좋지 않은 상황이 닥칠 모양입니다. 노력하되, 젊은 여자가 붙잡아도 뿌리치고 엄하게 제 할 일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받겠습니다. 구사가 변하면 풍산점(風山漸)이 되잖아요. 산 위 나무가 한번에 자라는 게 아니라 점차로 자라듯이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