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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괘

산택손(山澤損) 5효

by 무소뿔 2005. 7. 11.

7월 11일, 음력 6월 6일 乙酉년 癸未월 丙申 일주입니다. 아주 오랜만에 괘를 지어봅니다. 지난주까지 감리 받느라 마음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걱정했던 감리는 생각보다 좋은 결과가 나왔지요. 하지만 결과의 총평보다 실제 내용은 좋지 않습니다. 그만하면 다행이기도 하지만요. 최종 감리는 또 어떻게 받을지 걱정입니다. 맨날 걱정걱정, 제 성격이기도 하지요.


아래는 연못 위는 산 그래서 산택손(山澤損) 괘이고 다섯 번째 효가 동했습니다. 산의 수목을 기르기 위해 못의 기운을 좀 빼서 주니 <덜 손(損)>이랍니다. 상괘 나라가 가난해서 아래 괘 백성이 살림을 덜어 손해를 봅니다.

有孚-면 元吉无咎하야 可貞이라.

(損은 믿음을 두면 크게 길하고 허물이 없어서 가히 바름이라.)

利有攸往하니 曷之用이리오 二궤(대그릇 궤)-可用享이니라 .

(가는 바를 둠이 이로우니 어디에 쓰리오? 두 대그릇에 가히 써 제사를 지낸다.)

손해를 보면 가진 게 없어지므로 과소비해서는 안 된답니다. 손해를 볼수록 믿음을 가져야 하고, 이렇게 믿음을 가지면 손이 앞으로 익이 되니 크게 길하고 허물이 없답니다. 비록 일시적으로 손해를 보지만 앞으로 살 길이 열리고 할 일이 생기게 됩니다.


이런 마음으로 행동하니 어느 곳에 가도 이롭습니다. 옛날엔 일 중에 가장 큰 일이 제사 지내는 일이었나 봅니다. 그래서 쓰임새의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제사를 들었습니다. 제사를 지내되 진수성찬으로 하지 말고 대그릇 둘에 포 두 마리를 놓고 간략한 방법을 쓰라고 합니다. 절약하라는 뜻이로군요. 절약하고 믿음을 가지고 바르게 나아가니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고 손해도 견뎌내서 유익하게 된다는 뜻이랍니다. 흠... 損이라고 해서 우울한 괘 풀이인줄 알았더니 그렇지 않네요.


상전에 징분질욕(懲忿窒慾)이라고 하는데, 계사전에 공자께서 아홉 가지 덕을 갖춘 괘를 설명하면서 그 중에 하나로 손괘를 수신하여 몸을 닦는 덕지수(德之修)라고 했습니다. 군자가 수신하는 데 손괘에서 재물만 손해보는 것이 아니라 덜어낼 건 덜어내야 한다는 뜻에서 분한 마음을 징계하고 욕심을 막는다는 뜻에서 懲忿窒慾하라고 합니다. 3월 24일에도 산택손(山澤損) 괘가 나온 적이 있는데 그때 풀이가 훨씬 정감이 나네요. 오늘 동한 효를 봅니다.


六五 或益之 十朋之 弗克違하리니 元吉하니라.

(육오는 혹 더하면 열 벗이라. 거북도(거북점을 치더라도) 능히 어기지 아니하니 크게 길하다.)


육오는 인군인데 음으로 비어 있습니다. 나라 일을 걱정하고 다스리는데 자기가 비어 있으니 <惑益之>하는 생각을 하는데, 그게 괜찮답니다. 또 여기서 십붕지(十朋之)는 육오를 도와줄 사람이 열명의 벗이라는데, 열은 모든 사람을 뜻한답니다. 그러니 상구를 포함해 위아래의 모든 효가 육오를 도와줍니다. 그래도 못 미더워 거북점을 쳐보는데, 능히 어기지 않으니 역시 크게 길하답니다. 이 모두가 육오 인군이 중도를 벗어나지 않아 생깁니다. 어떻게 걸어야 중도를 벗어나지 않을까요... 먼저 징분질욕(懲忿窒慾)하면서 중도를 벗어나지 않도록 힘써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