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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괘

풍산점(風山漸)

by 무소뿔 2005. 8. 25.

이번 주는 무지 바쁘네요. 안동에 서울에 또 안동에 또 서울에... 요사이 새벽에 일어나 영주 도장에 가노라면 길이 어두컴컴합니다. 그런 걸 한자로 玄이라고 하나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무한 생성의 원천이지요. 8월 25일, 음력 7월 21일 甲申월에 辛巳 일주입니다. 일간이 저와 같습니다. 친구가 찾아올까요? 위는 바람, 아래는 산 그래서 풍산점(風山漸) 괘에 2효가 동했습니다.


風山漸은 안동 오기 전에 지어봤을 때도 나온 괘입니다. 안동 내려갈 게 까마득했는데, 벌써 5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때는 좋은 의미였는데, 오늘은 어떨까요? 사실 요즘 말이 아닙니다. 일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거든요. 사업관리자로 현장에 살면서 고생도 적지 않고요. 늘 걱정입니다.


풍산점 괘는 산 위에 나무가 자라는 모습입니다. 무엇이든 한 번에 크지 않습니다. 조금씩 점차로 자랍니다. 괘사에서는 여자가 시집가는 것에 비유하며 절차 없이 가는 게 아니라 육례를 갖추고 점점 가는 것으로 설명합니다. 육례는 중국의 것과 우리 게 다르다고 하네요. 우리의 예는 신랑이 신부집에 가서 혼례를 치르고 데려오는 것이랍니다. 오늘은 단사를 봅니다.


彖曰 漸之進也-女歸吉也-라

(단전에 이르길 漸의 나아감이 여자가 시집가는 길함이라)

進得位하니 往有功也-오 進以正하니 可以正邦也-니進得位하니 (나아가서 位를 얻으니 공이 있고 나아가는 데 바르게하니 가히 나라를 바르게 한다.)

其位剛得中也-라 止而巽할새 動不窮也-라 .

(그 자리는 강이중을 얻음이라. 그치고 공손하니 움직여 궁하지 않다.)


漸은 나아가는 것인데, 나아가는 데는 무엇보다 여자가 시집가는 것이 길하다 합니다. 나이 어린 초육과 나이 든 구육을 빼고 보면 모두 음이 음자리에 양이 양 자리에 있으니 모두 바른 자리에 있습니다. 손하절 장녀가 외괘이니 집밖으로 나아가 시집가서 중정한 여자의 자리를 얻으니 시댁에 가서 공을 세웁니다. 2효 내괘는 안정되고 외괘 구오도 중정하니 어디를 가도 공을 세우고 움직여도 궁하지 않답니다. 2효를 봅니다.


六二鴻漸于磐이라 飮食衎衎하니 하니라.

(육이는 기러기가 반석에 나아감이라. 마시고 먹는 것이 즐겁고 즐거우니 길하다.)


괘사 여자가 시집가는 것이 길하다할 때의 여자가 바로 육이입니다. 기러기가 물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산 위 반석에 오른 것이랍니다. 육이 중정한 여인이 구오 중정한 군자에 시집을 가네요. 물가에 사는 기러기가 산 위 반석에 올라 좋은 까닭은 발이 물건을 잡기 어렵게 생겨서 평평한 자리에야 편하게 앉을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내호괘 물로 음식을 지어 먹을 것이 풍부한데 기러기는 또 친구들을 부르니 잔치를 베풀어 즐겁게 먹습니다. 혼인잔치를 하는 셈입니다. 즐겁고 길합니다. 이 잔치는 공연히 하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더욱 좋은 자리입니다.


오늘 괘와 효사는 좋네요. 뭔가 공을 세울 모양입니다. 그러면 좋겠습니다. 공을 세운다는 건 일이 잘 된다는 뜻이잖아요. 지지부진한 사업에 좋은 계기가 생기길 바래야겠네요.


육례는 혼인할 때의 예법을 말하기도 하지만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하고 나오는 논어의 첫머리 學의 대상도 육례라고 합니다. 공자의 육례는 예(禮)ㆍ악(樂)ㆍ사(射 : 활쏘기)ㆍ어(御 : 수레ㆍ말몰기)ㆍ서(書 : 글씨쓰기)ㆍ수(數 : 셈하기)입니다. 얘깃거리가 많지만 공부 삼아 참고로 적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