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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괘

수풍정(水風井)

by 무소뿔 2005. 9. 9.
9월 9일 음력 8월 6일 丙申 일주입니다. 오늘은 전반적으로 금기운이 강한 날인데 일간인 화가 나무가 있어도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모양이네요.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으니 더욱 외로울 겁니다. 이번 주는 참 고단했습니다. 일을 제대로 못 푸는 건가 사람들이 안 맞는 건가 영 원활하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사업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과연 잘 할 수 있을지.


아래는 바람이고 위는 물이니 수풍정(水風井) 괘이고 동한 효는 1효입니다. 옛날엔 나무로 우물을 짰다지요? 나무로 우물을 짜서 땅 속에 묻고 우물벽을 쌓아 우물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井괘입니다. 괘사를 봅니다.


改邑호대 不改井이니 无喪无得하며 往來-井井하나니

(井은 邑은 고치되 우물은 고치지 못하니 잃는 것도 얻는 것도 없으며 오고가는 이가 정정하나니[샘물을 길어 먹고 먹나니])

-亦未귤(두레박줄 귤)이니 (깰리)其甁이면 하니라

(거의 이름에 또 두레박 줄이 우물에 닿지 못하니 그 병을 깨면 흉하다.)


흠... 뭐 골치아픈 괘가 나왔네요. 이럴 땐 항상 긴장하지요. 사실 기분도 찜찜합니다. 읍은 고치고 우물은 고치지 못한다는데, 원래 외괘는 땅인데 여기서는 사람이 모이는 땅의 邑이 됩니다. 그러니 읍을 고친다는 건 땅 가운데 양이 와서 물 괘가 되는 걸 말하네요. 사람들이 땅을 파서 물이 생긴 것입니다. 우물을 고칠 수 없다는 것은 우물 속 물이 나오는 근원 자체는 고칠 수 없다는 뜻이랍니다. 뭐 다 지당하신 말씀이로군요. 근원이니 모든 행위의 원칙이라고 풀면 될까요.


우물은 아무리 길어 마셔도 줄지 않고 내버려 두어도 늘지 않습니다. 그래서 无喪无得입니다. 임금이라면 공평무사한 정치를 해야 하고 사업이라면 원칙에 맞게 설계에 맞게 일을 해야겠네요. 우물가에 사람들이 오고 갑니다. 백성들이 물을 마시면서 인군이 하는 정치에 관심을 갖습니다. 어떻게 우리를 잘 먹고 살게 해줄까 하고 지켜보는 것이네요.


우물 물을 퍼올리려면 두레박이 필요합니다. 그 줄이 길어 밑바닥에 닿아야 하고 또 두레박도 깨트려서는 곤란합니다. 그런데 우물물에 두레박 줄이 닿지 않습니다. 애는 쓰는데 공이 없군요. 거기에 두레박마저 깨트리면 정말 곤란합니다. 흉하지요. 초효를 봅니다.


初六井泥不食이라 舊井无禽이로다.

(초육은 우물이 진흙이라 먹지 못하니 옛우물에 새가 없다.)


초육이 맨 밑에 있어 진흙이 됩니다. 사람들이 먹지를 않습니다. 새도 먹지 못합니다. 초육은 아주 묵은 우물의 상이라고 합니다. 잘못된 것은 고쳐야 하는데 원천은 고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오래 된 물은 새도 먹지를 않습니다. 때가 오래 되어 이미 버린 샘물이랍니다.


수풍정 괘는 비결도 들어 있다고 합니다. 나중에 찬찬히 읽어보아야겠습니다. 어쨌든 초육은 뭔가 경계를 하고 조심해야 할 것을 알려주네요. 사업의 원천은 사람입니다. 사람에게서 생각이 나오고 신뢰도 나오는 법이지요. 이번 일은 그게 깨진 듯한 느낌을 많이 받는데, 나오지 않는 원천을 기대하지 말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 일종의 사전위험 경고 같은 괘입니다. 새겨서 잘 마무리해서 괘의 가르침을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