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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괘

8월 9일, 수화기제(水火旣濟)

by 무소뿔 2005. 8. 9.

8월 9일, 음력 7월 5일로 甲申월 乙丑 일주입니다. 乙은 저에게 편재가 됩니다. 내 맘대로 하고 싶어하는 날인가요? 수화기제(水火旣濟) 괘에 5효가 동했습니다. 수화기제 괘는 작년에도 한번 나왔던 괘네요. 제 블로그는 글이 시원찮아서 그런지 덧글이 없는데 누군가 한분이 귀한 덧글을 붙여준 괘입니다.


괘풀이는 옛날 걸로 대신하고요, 지난번 풀이대로 5효는 괘사로 보면 初吉코 終亂하니라에서 終亂이 됩니다. 이미 건넜으니 처음(육이)은 좋지만 나중은 未濟로 가니 어지러운 자리로군요. 험한 물 속에 빠진 구오는 기제가 기울어지고 다시 또 미제로 갑니다. 그러니 좋지 않은 곳으로 가네요. 지난번 본 상전을 다시 한 번 볼까요.


象曰 水在火上旣濟君子-하야 思患而豫防之하나니라.

(물이 불 위에 있는 것이 旣濟이니 君子가 이러한 象을 보고 본받아서 환란을 생각하여 미리 막는 것이다.)


다 이루기 전에는 이루어야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나아가지만 다 이루면 다시 어지러워집니다. 그러니 다 이뤄진 모양(괘)을 보고 군자가 앞으로 환란이 닥칠 것을 미리 생각해서 예방을 해야 한다(思患而豫防之)는 뜻이랍니다. 오늘 동한 5효를 봅니다.


九五東後殺牛-不如西後之禴祭-實受其福이니라.

(구오는 동쪽 이웃에서 소를 잡음이 서쪽 이웃에서 간략한 제사로 실제로 복을 받음만 못하다.)


구오는 양이 양자리에 바르게 있어 대부분 좋게 얘기하지만 기제괘에서는 다릅니다. 여기서 東은 해뜨는 陽의 방향이므로 陽인 구오를 가리키고, 西는 해지는 陰의 방향이므로 구오와 상대되는 육이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 이야기는 은나라말의 주(紂) 임금과 주나라 초기의 문왕에 관련된 이야기랍니다. 동방의 은나라는 폭정 때문에 망하는 처지에 있고 서방의 주 문왕은 나라를 세우는 흥한 운에 있습니다. 망하는 은나라에서 아무리 소를 잡고 뻑적지근하게 제사를 지내도 간단하게 제사를 지내는 주나라가 실제 복을 받는다는 그런 뜻이랍니다. 망하는 은나라는 기울어져가고 흥하는 주나라는 보름달이 되어갑니다.


예부터 우리 민족은 해를 숭상하는 동방 민족이라고 하더군요. 요즘 은나라의 망하는 모습과 주(紂)왕의 폭정 이야기를 읽으면 속이 상하곤 하더니 오늘 된통 걸렸습니다. ㅎㅎ 중국은 주나라부터 자기 역사라고 하던데, 망한 은나라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겠지만 혹여나 우리 선조일 수 있는 은 말의 상황은 심사를 편하게 하질 않더군요.

어쨌든 오늘은 괴로운 괘가 나왔습니다. 시운을 잘 탄 자 앞에 선 운명이네요. 세상이야 돌고 도니 그게 영원히 지속하진 않겠지만요. 일단 견디는 것이 상책이로군요. 旣濟괘이지만 실제는 未濟잖아요. 未濟야말로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방편이 생기는 때이니까요. 오늘은 자숙, 자숙하면서 지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