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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괘

중풍손(重風巽)

by 무소뿔 2005. 8. 8.

8월 8일, 음력 7월 4일로 乙酉년 甲申일 甲子 일주입니다. 아래도 바람 위도 바람인 중풍손(重風巽) 괘에 2효가 동했습니다.


지난 주 며칠 쉬었습니다. 식구들과 함께 안동도 보고 보길도에 다녀왔지요. 오는 길에 당진도 들르고 김제 아버님께도 다녀왔습니다. 아버지 묘소는 풀이 적어서 생전 아버님 머리를 닮았더군요. 기회가 되면 떼를 좀 사서 아버지 머리랑 옷이랑 해드리면 좋겠습니다.


휴가 마치고 오는 길이 좀 그렇습니다. 오기도 싫고 또 잘 했으면 하는 생각도 들고 이제부터 시작인데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째도 끝내야 하는 일이니 피할 수 없으면 즐겨서 하는 방법이 좋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 중간보고도 있고 해서 이번 사업을 잘 끝낼 수 있을까 하고 물어봤는데 중풍손 괘가 나왔습니다. 巽 괘는 양 밑에 음이 있어 엎드리니 공손하고, 안으로 들어가는 성질이 있습니다. 괘사를 봅니다.


小亨하니 利有攸往하며 利見大人하니라.

(巽은 조금 형통하니 가는 바를 둠이 이롭고 대인을 봄이 이롭다.)


양 밑에 음이 와서 공손한 게 巽인데, 상하로 모두 음이 와서 조금 형통합니다. 공손한 것은 어디를 가도 이롭네요.(利有攸往) 그리고 공손하니 나보다 나은 대인을 찾아보는 것이 이롭습니다. 여기서 대인은 구오입니다. 양이 양자리에 있고 외괘에서 중을 얻어 중정한 구오가 바로 대인입니다. 또한 내괘의 구이도 중정한 자리니 아래 음소인도 구이를 만나봄이 이롭다고 합니다. 오늘은 상전을 볼까요.


象曰 隨風이니 君子-하야 申命行事하나니라.

(상전에 이르길, 따르는 바람이 巽이니, 군자가 이로써 명을 거듭해서 일을 행한다.)


거듭 공손한 것을 申命이라고 합니다. 공손하다는 것은 윗사람에게만 공손한 게 아니라 세상 사는 데 천명에도 공손하고 하늘에도 공손하고, 또 자신이 있는 자리의 역할에도 공손한 것이랍니다. 명을 내리는 것은 하늘이요, 하늘은 바람을 통해서 명령을 행합니다. 여기 나오는 申은 여러 뜻이 있다고 합니다. 인묘진 사오미 신유술이니 7월에 해당하고 가을이 시작되는 때입니다. 또한 날일(日) 자에 수레의 굴대를 의미하는 l를 보태 날의 축이 되니 수레처럼 끝없이 운행하는 역수의 축이라는 뜻도 된답니다. 왜 점집에 가보면 庚申이라고 써붙인 데가 있잖아요. 庚자 역시 갑을병정무기경신 해서 일곱 번째에 있고 또 고친다는 뜻과 양금의 의미가 있어서 庚申에는 고쳐서 편다하여 이날에 기도를 하거나 수행을 하면 기운이 세다고 하지요. 저는 아직 못해봤지만 언젠가 경신 일주에 밤 한번 새볼 작정입니다.


2효를 봅니다.


九二巽在牀下-니 用史巫紛若하면 无咎리라.

(구이는 巽이 평상 아래에 있으니 史와 巫를 씀이 어지러운 듯하면(많은 듯하면) 길하고 허물이 없으리라.)


초육을 평상에 비유했습니다. 구이가 그 평상 밑에 엎드려 공손합니다. 이렇게 구이의 공손함이 상 아래 있으니 이 공손함은 사람이 사람에게 공손하는 것보다 귀신한테 공손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점을 해서 이런 자리가 나오면 굿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흠... 여기서 史는 점치는 이를 말하고 巫는 굿을 하는 무당을 말한다고 합니다. 굿을 하고 춤을 추고 요란스럽게 합니다. 굳이 이렇게 어지럽고 요란하게 하는 것은 구이가 중을 얻어 중도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랍니다. 지극히 빌면 신명이 감동하네요.


제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은 사학과 출신과 동양철학 출신이 핵심적인 일을 합니다. 안동지역을 인터넷에 소개하는 일인데, 고전적과 고문서 등 한학을 잘 아는 사람이 텍스트의 중심을 차지하기 때문이지요. 사업을 잘 할 수 있을까 중간보고에 앞서 지어본 괘는 아무래도 텍스트를 만드는 사람들과 잘 지내라는 뜻 같습니다. 뭐 일을 하다보면 마찰도 있고 갈등도 있잖아요. 어쨌든 저의 자리는 중의 자리로군요. 그게 저의 이번 사업 역할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해석하고 사업을 추진하지요. 마음을 가다듬고,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