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일, 음력으로 6월 17일 辛未월, 癸丑일주입니다. 오늘은 시작이 어설픕니다. 부주의 때문에 새벽부터 거의 2시간을 방황하였거든요. 덕분에 평소보다 넉넉하게 괘를 지어보았습니다. 내괘도 오손풍, 외괘도 오손풍, 동한 효도 다섯 번째 효입니다. 이렇게 숫자가 겹치기도 쉽지 않죠. 무슨 뜻일까요.
손괘는 아래가 끊어져 손하절로 읽습니다. 모두가 양인 하늘 괘에 음이 하나 와서 밑에 엎드린 모습이어서 공손하답니다. 바람은 위에서 아래로,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성질이 있어서 ‘入’이라고도 합니다. 괘사를 보겠습니다.
巽은 小亨하니 利有攸往하며 利見大人하니라.
(巽은 조금 형통하니, 가는 바를 둠이 이로우며, 大人을 봄이 이롭다.)
음은 小亨한데, 상하로 각기 음이 와서 조금 형통합니다. 공손한 것은 어디를 가도 이롭답니다. (利有攸往) 공손한 괘이므로 나보다 훌륭한 대인을 찾아보는 것이 이롭습니다. 여기서 대인은 구오입니다. 양이 양자리에 있으면서 바르고, 외괘에서 중을 얻어 중정한 자리에 있어 대인이랍니다. 공자님 말씀(彖辭)을 보겠습니다.
彖曰 重巽으로 以申命하나니
(단전에 이르길 거듭한 손으로 명을 펴나니)
剛이 巽乎中正而志行하며 柔-皆順乎剛이라
(剛이 중정에 겸손해서 뜻이 행해지며, 유가 모두 강에 순함이라.)
是以小亨하니 利有攸往하며 利見大人하니라
(이로써 小亨하니 利有攸往하며 利見大人하니라.)
공손하다는 것은 꼭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만 공손하다는 것이 아니고, 천명에도 공손하고 하느님에게도 공손해야 한답니다. ‘하늘에 순종하는 자는 세상 끝까지 존재한다(順天者 存)’고 합니다. 이렇게 거듭 공손한 것을 申命이라고 한답니다. 하늘의 명, 인군이 내리는 명, 내가 해야 할 일을 다 명이라고 하는데, 이 명을 시행하고 또 시행해서 펼쳐야 한답니다.
손괘는 양도 공손해야 합니다. 구오가 그러한데, 중정한 자리에 있는 구오 인군이 공손합니다. (剛이 巽乎中正) 중을 지키고 바르게 하는 자리에서 공손해야 구오 인군의 뜻이 행해집니다. (志行) 구오 아래에 있는 음 육사와 구이 밑에 있는 초육 두 柔가 모두 공손하니 공손하지 않은 게 없습니다. (柔-皆順乎剛)
조금 형통한 이 중풍손 괘는 공손하면서 해야 할 일과 갈 길을 계속 가는 것이 이롭고 (是以小亨하니 利有攸往), 자기가 모르는 것은 대인을 뵙고 대인에게서 배우고 깨달으면서 나아가가 이롭습니다. 점을 쳐서 이 중풍손 괘가 나오면 소형괘이지만 자기가 하는 일이 열려서 잘 되어간다고 합니다. 오늘 동한 구오의 효사를 보겠습니다.
九五는 貞이면 吉하야 悔-亡하야 无不利-니 无初有終이라
先庚三日하며 後庚三日이면 吉하리라
庚으로 앞서 삼 일하고 庚으로 뒤에 삼일 하면 길하다.)
구오는 중정합니다. 대산 선생님은 신명행사를 하다, 후천시대가 열린다는 것이 중풍손 괘에 비결로 들어있다고 하십니다. 옛날 성인이 후천시대를 내다보시고 이 중풍손 괘에 그 비결을 담았다고 합니다.
구오 자리는 원래 바른 자리인데 더 강조해서 ‘바르면 길하다(貞吉)’고 합니다. 원래 바른 자리인데 밑에 육사 음이 있어 혹시나 육사에게 마음을 두어 큰일을 해야 할 구오에게 방해가 될까 염려해서 그렇다고 합니다. 육사에게 마음을 두었던 후회가 없어지니(悔-亡) 이롭지 않음이 없습니다. (无不利) 하늘 일마다 이로우니 처음은 없고 마임이 있게 되는 것이랍니다. (无初有終)
구오가 육사에게 마음을 두어 바르지 못해서 처음에는 후회스럽습니다. 바른 일을 해야 하는데 그때는 无初입니다. 정치가 잘못되어 无初하니 처음은 없다가 다시 바르게 해서 후회가 없게 되고(悔-亡) 유종의 미를 잘 거두어 이롭게 됩니다. (无不利)
사람이 세상을 사는데 태어날 때에는 누구나 선한 성품을 타고 나지만 살면서 선한 성품을 잊게 됩니다. 그것이 无初라고 한답니다. 가정이나 사회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그러다가 다시 배우고 깨닫고 후회하고 개과천선해서 본성을 회복하여 새롭게 나아갈 때 선한 사람으로서 유종의 미를 잘 거두게 됩니다. 비록 无初이지만 有終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기간이 어떻게 되냐 하면 庚에서 먼저 사흘, 뒤에서 사흘이 된다고 합니다. 흠... 어렵습니다. 先庚三日과 後庚三日 사이에서 无初有終이 되어 길하다는 뜻이랍니다. 여전히 어렵네요. 대산 선생의 설명을 더 보겠습니다.
선천시대는 모두가 살기 어려웠는데 후천이라는 좋은 시대가 와서 그 동안 못 살았던 선천의 시대는 无初가 되고 지상낙원을 건설하여 살게 되는 후천시대는 有終이 되어 길하다고 합니다. 경에서 먼저 따져 사흘 뒤에서 따져 사흘하니 7일이 됩니다. 庚은 七日來復의 이치에 따라 천간에서 7번째에 있고, 글자 뜻도 고친다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찬찬히 읽어보지요. 선경삼일은 정무기경으로 가니 丁이 앞선 사흘이 되네요. 경신임계이니 癸는 후경삼일이 됩니다. 원래 천간의 처음은 甲인데 선경삼일은 甲이 아닌 丁이니 无初가 되고, 후경삼일은 천간을 마치는 癸이니 有終이 됩니다. (알 것도 같지요?) 이렇게 정에서 계에 이르는 과정이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해서 7일이고, 이것이 복괘에서 말하는 七日來復의 道라고 한답니다.
하루로 보면, 오전에서 오후로 넘어가는 때가 庚이라고 합니다. 오전은 양이 주장하는 선천시대이고 오후는 음이 주장하는 후천시대랍니다. 따뜻한 봄과 여름은 양의 시대, 가을과 겨울은 음의 시대입니다. 후천의 시대인 서늘한 가을과 추운 겨울이 오려면 봄.여름이 지나야 합니다. 화왕절인 여름은 삼복더위로 덥고요. 그때 이 庚금이 숨어 있다고 가을을 짊어지고 나오는 것이랍니다. 이것이 삼복(三伏)이랍니다. 초복에 庚, 중복에 庚, 말복에 庚해서 三伏이 된다고 합니다. 다른 건 불 속에서 다 타 없어지지만 庚금은 타지 않고 더 좋은 금이 되어 나옵니다. 이것이 바로 천하가 한 번 개벽하는 시대를 말한답니다. 하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네요. 흥미롭습니다.
봄에서 여름으로 더워지는 건 당연합니다. 목생화이니까요. 가을이 지나 추운 겨울이 되는 것도 당연합니다. 금생수이니까요. 문제는 여름 더위(火)가 가을(金)로 바뀌는 것입니다. 화극금이니까요. 여기에서는 큰 변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 변화 속에서 다른 것은 다 불타 없어져도 庚금만은 타지 않습니다. 이 庚금이 삼복 더위 속에서 엎드려 있다가 가을을 짊어지고 나오는 것이 음의 시대, 후천의 시대입니다. 그 기간이 선경삼일후경삼일이고요. 구오가 변하면 손하절 바람괘가 간상련 산괘로 변합니다. 그러면 중풍손 괘가 산풍고 괘로 바뀝니다. 그 산풍고(山風蠱) 괘 괘사에 ‘先甲三日하며 後甲三日이니라’라는 말이 나옵니다. 여기서 蠱(좀먹을 고)는 세상이 모두 썩어서 부패한 세상을 말하는데, 그런 세상을 庚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갑이라는 木을 庚이라는 금으로 고쳐야 한다고 합니다. 갑은 동에 있으니 선천의 시대이고, 庚은 서에 있으니 후천의 시대입니다. 해가 동쪽에서 떠 남으로 하여 서쪽으로 기울어지는 그 때가 오후이며, 후천이며, 가을이 됩니다. 이렇게 경의 시대가 오려면 庚이 甲을 극해서 고쳐야 합니다. 蠱 괘의 先甲三日 後甲三日이 巽 괘의 先庚三日 後庚三日로 완전히 뒤바뀝니다.
이것이 비결로는 시대가 바뀌는 것이고 또 사람의 행동으로는 처음엔 잘못해서 无初이지만 나중에 잘하면 有終을 다 이룬다는 것으로 모든 것을 고쳐서 나아가라는 뜻이랍니다. 그래서 주역은 이리저리 바꿔보고 易이랍니다. 이치가 큰 것이나 작은 것이나 사적인 것이나 공적인 것이나 점해서 나오는 일 모두가 두루 연계되지 않음이 없어서 周(두루 주)라고 합니다.
점을 쳐서 이 효가 나오면 庚일에서 사흘인 丁일부터 시작해서 사흘 뒤인 癸일의 이레 안에 ‘그 때 뭔가 결판이 난다’, ‘잘 바뀐다’, ‘그때 바꿔라’라는 점풀이가 나온다네요. 참고로 1년에 여섯 번 庚申일에 밤을 지새워 공부하면 도통한다고 합니다. 경신은 무당이 굿을 하는 것과 같답니다. 그래서 정신개벽이라고 하고요. 후천이 오는 시대는 과학을 능가하는 신의 조화의 시대이니까요.
정중하고 천리에 합당해야만 선후천이 바뀔 수 있다는 대산 선생님의 말씀입니다. 역시 대산입니다.
후~~ 이거 대산선생님 글을 너무 배껴서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을 어설프게라도 퍼뜨리는 게 될지 쓸데없는 저작권 위반이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