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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괘

8월 9일, 뇌택귀매(雷澤歸妹) 뇌풍항(雷風恒)

by 무소뿔 2004. 8. 9.
뇌택귀매(雷澤歸妹)


위는 진하연 우레 괘, 아래는 태상절 못 괘로 위는 장남이고 아래는 소녀인데, 아직 시집을 가서는 안 되고 여자의 규범을 친가에서 배워야 할 소녀가 시집가는 것이랍니다. 이, 삼, 사, 오효 모두 제 자리에 있지 않으니 예를 갖추지 않고 만나고 있는 형상이랍니다. 첩이 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답니다.


歸妹하면 하니 无攸利하니라
(귀매는 가면 흉하니 이로운 바가 없다.)

예를 갖추어 시집가면 길하지만 예를 갖추지 않으니 흉합니다. 격식을 차려 장가들면 아내가 되고, 그냥 만나면 첩이 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괘사를 보겠습니다.


彖曰 歸妹天地之大義也-니

(彖曰 歸妹는 天地의 큰 의리이니)

天地不交而萬物不興하나니 歸妹人之終始也-라

(하늘과 땅이 사귀지 않으면 萬物이 흥하지 않으니 歸妹는 사람의 마침과 시작이라.) )

說以動하야 所歸-歸妹-니 征凶位不當也-오

(기뻐서 움직여 시집가는 바가 누이이니, 征凶은 그 ‘位’가 마땅치 않음이요, )

无攸利柔乘剛也일새라

(无攸利는 柔가 剛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공자님 말씀은 이렇다고 합니다. 종즉유시(終則有始), 종이 시를 배태하고 있다는 종즉유시는 음양이 순환반복하면서 변화하는 것이 끝이 없다는 것이랍니다. (歸妹는 人之終始也) 이효부터 오효까지 양은 음자리에 있고 음은 양자리에 있습니다. 또 아래에 있어야 할 음이 위에 있고 위에 있어야 할 음이 아래에 있으니 이런 가정은 아내가 남편을 타고 있는 것이라고 이로울 바가 없다고 합니다. (无攸利는 柔乘剛也)


초구와 육삼 효를 봅니다.

初九歸妹以娣跛能履이면 하리라.

(초구는 歸妹(누이를 시집보내는 데)를 ‘娣’로 함이니, 절름발이가 능히 밟음이라. 나아가면 吉하다. )


귀매 괘는 모두 여자로 본답니다. 초구는 양이 양자리에 있어 바르고 현명하지만, 첩이 되어 가는 것이니 시집 가는 귀매 괘의 맨 뒤에 있기에 외동서가 되어 시집가는 것이랍니다. (歸妹以娣) 비록 초구가 바르고 현명하지만 기왕 남의 첩이 되었으니 분수를 알아 절름발이 걸음을 걷듯 늘 뒤를 따라가라는 말이랍니다. (跛能履) 이렇게 앞서지 않고 뒤따라 가면 길하다고 합니다. 상전에 ‘以恒也’라는 말이 나오는데, 첩살이를 불평하지 말고 시끄럽게 굴거나 그만두지 말고 항구하게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편해서 길하답니다. (征이면 吉)


六三歸妹以須-니 反歸以娣니라

(육삼은 누이동생을 시집보내는데 못난 계집으로 함이니 도리어 돌아가서 娣로 함이라)


육삼은 음이 양자리에 있어 중을 얻지도 못한 못난 계집이랍니다. 못난 계집이 시집을 가려고 하는데(歸妹以須) 아무도 데려가지 않습니다. 초구와 구이는 양으로 현명하고 잘난 계집이면서도 어쩔 수 없이 외동서로 갔지만 육삼은 초구와 구이보다 앞에 있지만 못난 계집이라 어쩔 수 없이 외동서로 시집가는 것이랍니다.(反歸以娣)


이어서 뇌풍항(雷風恒) 괘입니다.

항상 항(恒) 자는 심방변에 뻗칠 긍(亘)으로 마음이 한없이 뻗친다는 뜻이랍니다. 위에 하늘과 아래 땅과 그 가운데 해처럼 마음이 늘 항구하다는 뜻을 가진 글자랍니다. 위의 장남 괘와 아래의 장녀 괘가 한 가정을 꾸려나가는 데 남녀가 부부가 되어 이루어놓은 가정은 을 항구해야 합니다. 괘사입니다.

하야 无咎하니 利貞하니 利有攸往하니라

(恒은 亨通하여 허물이 없으니 바르게 함이 이롭고 가는 바를 둠이 이롭다.)


이 괘는 형통합니다. 남녀가 만나는 것도 형통하고 부부가 되는 것도 형통합니다. 아무 허물이 없습니다. 바르게 하는 것은 부부유별의 예를 지키는 것이고 일심동체로 바르게 하면 이롭습니다. 항은 부부가 가정을 이루는 것만 말하는 게 아니랍니다. 저 하늘의 해와 달(日月이 得天而能久照하며), 일년 사시 변화(四時-變化)가 끊임없이 오래도록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성인이 그 도에 오래하여 천하가 성인의 항구한 도를 본받아 감화되어 이루어집니다.(聖人이 久於其道而天下-化成). 그러나 항괘에서 말하는 항구지도(恒久之道)를 상실하면 참된 항구의 정은 사라집니다. 항구한 바를 보아서 천지만물의 모든 참된 실정이 항구한 데 있음을 볼 수 있으리라 (觀其所恒而天地萬物之情을 可見矣리라)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오늘 괘가 조금 복잡합니다. 사실 주역 공부를 하는 데 어제 처음으로 대나무로 만든 책을 사용하여 공부에 대한 점을 쳐보았거든요. 처음엔 뇌택귀매 괘가 나와 심란했는데 초효와 삼효가 노양 노음이어서 변한 지괘를 보니 뇌풍항 괘입니다. 자료를 보니 본괘는 어떤 일을 하려고 할 때 처해 있는 상황을 말하며 지괘는 자신의 노력과 주변 환경에 따라 앞으로 진행되어 나가는 과정을 뜻한다고 합니다. 전자를 체(體) 후자를 용(用)으로 보기도 한다는군요. 체와 용 역시 고정되어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공부에 대한 경계로 생각합니다. 사실 맞지 않다고 보는 거죠. 주제가 넘다고 할까요. 예의(경우) 없이 주역 공부를 하는 게 마땅치 않은 모양입니다. 그렇지만 그 역시 변하는 게 역이니 동한 두 효를 바꿔놓고 보니 뇌풍항입니다. 귀매 괘는 흉하지만 항 괘는 길합니다. 恒 자처럼 마음이 하늘과 땅과 해처럼 항구하길, 공부가 항구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