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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괘

7월 26일 수지비(水地比)

by 무소뿔 2004. 7. 26.

7월 27일 병오(丙午) 일주에 괘를 지어보았습니다. 내괘가 곤이고 외괘가 감이니 수지비(水地比) 괘입니다. 동한 효는 둘째 효입니다.


比는 ‘돕는다’는 뜻이랍니다. 땅 속에 물이 있는 것은 물이 한군데로 고이기 때문이고 군중이 모이는 것이며, 군중이 모여서 군사훈련을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대산 선생의 글을 옮길 때는 어떻게 이렇게 다 풀이를 할 수 있을까 감탄하곤 합니다. 글자 하나하나 구절 하나하나가 소홀함이 없습니다. 참 공부를 많이 하신 것 같습니다.


물과 흙은 토극수로 상극관계이지만 물은 흙이 아니면 담을 수 없고 흙은 물 없이 건조해서 생물을 키워낼 수 없습니다. 땅 위에 물이 있는 것은 모든 생물을 생하게 하네요. 이것은 인군이 구오의 자리에서 선한 정치를 하면서 아래에 있는 백성들에게 유익하게 해주기 때문이랍니다. 괘사를 보겠습니다.


하니 原筮호대 元永貞이면 无咎-리라

(比는 吉하니, 임금이 처음으로 점을 해보되 원영정이면 허물이 없으리라.)

不寧이어아 方來-면 -라도 이리라
(편하지 못해서 바야흐로 오는 것이니 뒤에 오면 大丈夫라도 凶하리라.)


비는 길합니다. 점을 해보는 이는 임금인데 나라를 세우고 앞으로 정치를 잘할 것인지 어떻게 잘할 것인지 점을 칩니다.(原筮) 3가지 해답이 나오면 허물을 짓지 않는다고 합니다. 元은 선한 것이고 永은 항구적인 것이고 貞은 바른 것입니다. 무엇보다 선한 정치를 해야 하고, 항구적이려면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세 번째는 늘 바른 정치를 해야 합니다. 선하고 영구하고 바르게 하는 이 3가지만 지키면 임금으로 허물이 없으리라 했답니다. (역시 대산 선생님입니다. 저는 항상 고개가 숙여집니다.)


하지만 比는 편안한 가운데 오는 게 아니랍니다. 모두가 전쟁터에 나가 죽고 싸우는 등 막심한 고통을 치른 다음에야 나라를 세울 수 있습니다. 주역의 처음 괘는 하늘과 땅이고 그 다음에 생명이 나오기 위한 수괘들인데, 그중에서도 맨 처음에 나오는 괘가 水雷屯 괘입니다. 거기에 不寧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하늘, 땅 괘를 놓고 그 다음에 어렵게 나온다는 屯괘를 놓은 것은 초창기에 어렵게 나라를 세우기 위해서 귀함으로 천함에 내려 민심을 살피는 것이 屯괘라고 합니다. 屯괘 초구에 귀한 양으로 천한 음 밑에 있어 크게 백성을 얻는다는 말이 있는데, 이 초구가 변하여 수지비 괘가 되니, 기초를 튼튼히 닦고 어려운 고비를 많이 넘겨야 수지비가 된다는 뜻이랍니다. 이렇게 모두 새로운 사회건설에 동참하고 있는데 상육만 방관하고 있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은 양인 대장부라도 흉한데 상육은 음인 아녀자가 뒷전에서 돕지 않으니 말할 것도 없이 흉하다는 뜻이랍니다.(後-면 夫-라도 凶이리라 )


오늘 동한 효를 보겠습니다.


六二比之自內하야 토다

(육이는 돕는데 안으로부터 하니 바르게 해서 吉하다.)


육음의 두 번째 육이는 선비입니다. 선비가 인군을 돕는데 벼슬하려고 쫓아다니지 말고 안에서 이웃의 백성을 잘 지도하고 교육하고 계몽하다가, 때가 되어 나라에서 과거를 보면 정당하게 나아가 급제를 하는 것이니 안으로부터 도와야 한답니다. 수신제가하면서 훗날을 도모함이 옳다고 합니다. 자숙하면서 내일을 준비하는 하루를 보내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