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5월 25일, 壬辰 일주입니다. 오늘은 한 후배에 대해 점을 쳐 보았습니다. 뭐 점을 쳐 본다기 보다 후배를 생각하며 괘를 지어보았습니다. 후배가 고민이 많다고 해서요. 이 친구는 저에게 대산 선생을 소개해준 친구니 제가 모른 체 할 수 없지요.
내괘는 감중연 水괘이고 왜괘는 이허중 火괘로 주역 64괘 중 마지막 火水未濟 괘가 나왔습니다. 동한 효는 4번입니다.
물이 위에 있으면 아래로 내려가고 불이 아래에 있으면 위로 올라가므로 내려가는 것과 올라가는 것이 상대적으로 있을 때 하늘이 위에 있지만 그 기운이 내려오고 땅이 아래에 있지만 그 기운이 올라가 천지의 기운이 통하고 사귀는 것이랍니다. 천지가 사귀면서 만물이 나오고 남녀가 따로 있다가 사귀면 아들딸을 낳게 되니 이것이 사귀고 통하는 것이네요. 하늘이 하늘대로 있고 땅이 땅대로만 있으면 천지가 사귀지 못해 영영 막힙니다. 서로 만나지 못해 조화를 이루지 못합니다. 그래서 未濟가 되는 것이고 감중연 물괘가 앞을 떡 막아 건저지 못해 미제가 된다고 합니다.
「서괘전」에서는 “물건이라는 것이 완전히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끝나지 않는다는 未濟 괘를 주역 맨 끝에 놓아 마무리 지었다고”고 합니다. 이것은 세상만사가 끝이 없다는 이치를 나타낸 것이라고 합니다. 만약 완성이 있다면 세상은 종말이겠지요. 그래서 세상의 이치를 설명한 주역은 미완성이라는 未濟 괘로 끝을 맺은 것이랍니다.
기제 괘는 다 되었다고 해서 마칠 종 終이고, 미제 괘는 다시 시작한다고 해서 비로소 시 始이니 終則有始입니다. 주역에서는 始終이라 하지 않고 終始라고 하는데, 봄에서 시작하여 겨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겨울을 終하고 봄을 始해서 終始라고 한답니다. 겨울의 終 속에 봄의 始가 배태되어 있다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기제는 늘 미제를 품고 있고 미제는 기제를 늘 품고 있습니다. 기제가 곧 미제이고 미제가 곧 기제이니 기제라고 다 되었다 좋아하지 말고 다시 미제가 온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미제라고 해서 서러워하지 말고 다시 기제가 온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니 미제는 희망이 있고 기제는 예방을 해야 합니다.
괘사를 보겠습니다.
未濟는 亨하니 小狐-홀(거의 홀)濟하야 濡其尾니 无攸利하니라
(未濟는 형통하니, 작은 여우가 거의 건넜으나 그 꼬리가 젖었으니 이로운 바가 없다.)
미제는 건너지 못했으니 할 일이 창창하게 많습니다. 그래서 형통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무모한 짓을 해서는 안 된다는군요. 작은 여우가 물을 건널 작정을 하고 겁 없이 물에 뛰어들었는데 거의 건너다가 자신을 잃고 꼬리를 적셨습니다. 결국 못 건넌 것이지요. 未濟입니다. 未濟가 되면 형통하게 잘 나가야 하는데 무모한 짓을 하다가 꼬리를 적셨으니 좋을 게 없습니다(无攸利).
상전을 보겠습니다.
象曰 火在水上이 未濟니 君子-以하야 愼辨物하야 居方하나니라
(불이 물 위에 있는 것이 未濟이니, 君子가 이로써 삼가여 물건을 분별하여 方所에 거한다.)
불은 불대로 물은 물대로 서로 각각 놀고 떨어져 있는데, 군자가 이 미제 괘를 보고 본받아 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미제는 현재 모두 제자리를 잃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럴 때에는 먼저 신중하게 각 물건의 속성이타 내생을 비롯해 모든 것을 잘 분별해야 한답니다. (愼辨物) 물건을 모두 분별하여 이 물건은 이곳에 저 물건은 저곳에 놓아, 음과 양이 제자리에 있지 못한 것을 제자리에 찾아놓아야 한다고 합니다. (居方)
오늘 동한 사효를 봅니다.
九四는 貞이면 吉하야 悔-亡하리니
震用伐鬼方하야 三年에아 有賞于大國이로다
(구사는 바르게 하면 吉하여 후회가 없어짐이니,
움직여 鬼方을 쳐서 3년에야 大國에서 상이 있다.)
구사는 양이 음자리에 있어 바르지 못하네요. 바르지 않으니 바르게 해야 합니다. 바르지 못해 未濟에 있었으니까요. 지금부터라도 바르게 하면 앞으로 길하여 미제가 해결되어 그 동안 미제의 후회가 없어질 것이라는 얘기랍니다.
기제 괘에서는 구삼이 기제를 유지하기 위해 귀방을 칩니다. 未濟 괘에서는 구사가 鬼方, 즉 초육을 쳐야 합니다. 움직여 무기를 갖추고 군대를 갖춰 전쟁터로 나가는 것이죠. (震用伐鬼方) 마침내 3년 동안 전쟁을 하여 이기고 돌아와 중원대국에서 큰 상을 받습니다.
후배한테 이 괘와 효를 말해주니 후배는 이렇게 해석합니다.
("논문을 쓰는 데에 진력하라는 뜻인 거 같아요, 3년 안에 북경에 다녀오고 oo대(북쪽)에서 죽어라 힘을 쏟으면 결국 승리할 것이라는 뭐 그런 뜻이 아닐지...") 후배의 해석이 맞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