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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괘

택뢰수(澤雷隨)

by 무소뿔 2005. 5. 16.

서울 집에서 꿈같은 이틀을 보내고 안동에 왔습니다. 대개 영주부터 국도를 타고 오는데 늘 느끼지만 산천이 참 좋다는 생각을 합니다.

5월 16일, 음력으로 4월 9일 辛巳월 庚子 일주입니다. 집 사람의 일주로군요. 기분 좋은 일주로군요. 오늘은 이번 주는 또 어떻게 지낼까 잘 할 수 있을까 점을 쳐봅니다. 아래가 우레, 위는 연못 택뢰수(澤雷隨) 괘에 1효가 동했습니다.


못 속에서 우레가 움직입니다. 움직이는 우레에 따라 못의 물이 출렁거리면서 말하고 울고 웃고 따르니, 그래서 택뢰가 수가 된답니다. 이 괘는 때를 따라야 한다는 중요한 뜻이 담겨 있답니다. 괘사를 봅니다.


元亨하니 利貞이라 无咎-리라.

(隨는 크게 형통하니, 바름이 이롭다. 허물이 없다.)


서로 따르니 좋습니다. 서로 반목질시하면 원형이 될 수 없으나 서로 좋아 따르니 원형합니다. 하지만 따르는 것을 바르게 해야지 바르지 않다면 잘못해서 화를 초래하고 부정을 저지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름이 이롭고, 바르게 따르면 허물이 없다는 뜻이랍니다.


단전을 봅니다.


彖曰 剛來而下柔하고 動而說-니 大亨하야

(단전에 이르길, 剛이 와서 柔에 아래하고, 움직여서 기쁜 것이 수니, 크게 亨通하고 바르게 해서)


无咎하야 而天下-隨時하나니 隨時之義-大矣哉라.

(허물이 없어서 天下가 때를 따르나니 (때를 따르는 의리가) 수의 때와 의가 크도다.)


공자의 말씀입니다. 원래 수괘의 전 괘는 위가 모드 양괘인 하늘이고 아래는 모두가 음인 곤삼절 땅 괘로 천지비(天地否) 괘였습니다. 하늘은 위에 있고 땅은 아래에 있어 서로 사귀지 못해 만물이 나오지 못하고 위아래가 서로 통하지 않아 정치도 좋지 않고 사회가 불안하고 비색한 세상입니다. 아무도 즐거워하며 따르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막힌 세상인 천지비 괘가 서로 좋아 따르는 수괘가 된 것이라 합니다.


맨 위의 양이 맨 밑으로 내려오고 맨 밑의 음이 맨 위로 올라가니 이것이 剛來而下柔랍니다. 높은 사람이 맨 아래 내려와서 사귀니 따르지 위에서 폼 잡고 있으면 따르지 않습니다. 아래의 우레는 움직이고 위의 연못 괘는 기뻐하니 동열(動說)의 덕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나 항상 그렇듯 바르게 따라야 합니다. 수시변역이 역의 뜻이지만 바르게 하는 대원칙은 변함이 없습니다.


초구를 봅니다.


初九官有濡-니 이면 하니 出門交-면 有功하리라

(초구는 官이 변함이 있으니 바르게 하면 吉하니 문 밖에 나가 사귀면 功이 있으리라.)


官有濡에서 濡는 변한다는 뜻입니다. 벼슬에 변동이 생겼다는 말이니 관직에 변동이 생긴다는 뜻인가요. 관직에서 물러나는 사람도 있고 옮겨야 하는 사람도 생깁니다. 즉, 때가 달라진다는 뜻이랍니다. 흠... 해석이 절묘하죠? 대산 선생의 가르침을 보다 보면 정말 즐겁습니다. 때가 달라졌다고 권력에 붙어 아부나 하면 안 된답니다. 어느 시대가 되었든 자기의 능력과 소신을 가지고 쓰이게 되면 나가서 뜻을 펴봅니다. 치사하지 않고 당당하고 문을 열고 나가 사람을 사귀니 자연 공이 된다는 말이랍니다.


이번 주는 버벅대지 말고 잘난 척하지 말고 겸손하면서 소신을 펼쳐야겠네요. 무엇보다 실력을 쌓는 게 중요하겠지요. 남아가 세상에 나섬에 일을 따라 공을 이룬다는 뜻을 새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