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9일, 음력 4월(辛巳) 초이틀 癸巳 일주입니다. 요 며칠 마음이 울적합니다. 제가 좀 독선적인 면이 있는데다가 일의 지지부진함이 저의 탓인 것만 같아서이지요. 순리대로 일을 풀어가면 좋겠는데, 경험은 일천하고 조직적인 뒷받침도 적은데 십수 명이 해야 할 일의 양을 두어 명에게 기대하는 건 억지지요. 그래서 울적합니다. 답답하기도 하고요. 확 뒤집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있지만 그것도 생각일 뿐입니다. 뒤로 가는 게 뒤로 가는 게 아니라 앞으로 가는 것이요, 지금의 어려움은 내일은 즐겁게 되기를 바라며 괘를 지어봅니다.
위가 산 아래가 우레, 산뢰이(山雷頤) 괘입니다. 동한 효는 다섯 번째 효입니다.
괘 풀이는 2월 24일자 풀이에서 해놓은 게 있으니 간단하게 봅니다. 산 속에서 나무(진하연 동방목)가 길러지는 것이어서 기른다는 이가 된답니다. 상전을 보면 입의 기능은 말하고 먹는 것인데, 아래 진하연 우레가 움직여 말소리가 납니다. 말하되 삼가고 할 말만 하라지요. 위 산 괘는 모두 받아들이니 산처럼 후중하게 먹을 것만 절도 있게 먹어야 합니다. 5효를 봅니다.
六五는 拂經이나 居貞하면 吉하려니와 不可涉大川이니라 .
(육오는 법을 거스리나 바른 데 거하면 길하려니와 큰내를 건널 수는 없다.)
인군이되 음으로 약합니다. 응양 응도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강건한 상구가 이웃에 있으니 그를 의지해야 합니다. 상구에게 가서 의지하니 어찌되었든 법을 어기는 것이랍니다.(拂經) 하지만 육오는 외괘에서 중을 얻어 중도를 잘 행하여 상구를 배경으로 바름을 상실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길하답니다.(居貞하면 吉하려니와) 그렇지만 지금 만민을 길러야 할 육오는 능력이 부족해서 상육의 도움을 받아 정치를 할 뿐 스스로 큰일을 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흠... 딱 저의 처지로군요.
요즘 일에 비해 저의 능력을 스스로 탓하곤 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습니다. 같이 일을 하는 콘소시엄 업체에게도 그렇고 회사 상관에게도 그렇고 같이 일하고 있는 동료들에게도 그렇습니다. 할 말만 하고 먹을 것만 먹고 바르게 행동하면서 때를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