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초에 천안에서 워크숍이 있어 다녀왔습니다. 조선은 어디든 중심이 서울이라 서울 가는 길은 있어도 특히 동서 길이 없습니다. 안동에서 천안을 가려면 서울 갔다가 내려가는 길이나 대구 갔다가 올라오는 길이 제일 빠르고 편한 길이지요. 동서 길은 영동고속도로, 88도로가 있지만 안동서 거기로 가려면 제법 멉니다. 그래서 국도 길을 택해서 갔습니다.
안동을 지나 예천, 문경으로 가면 새재길이 나옵니다. 새재길은 사람 다니는 길은 있는지 몰라도 자동차 길은 없습니다. 죽령길처럼 꼬불꼬불 고갯길이 바로 이화령 고개입니다. 이화령 고개를 넘어가면 조령을 넘는 셈이 되는 거지요. 안동, 아니 경상도 지역은이렇게 죽령과 조령에 쌓여 충청, 전라보다 서울과 소통을 할 기회가 적었습니다. 그래서 좀더 보수적이고 지역의 민속이 많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이화령 정상 역시 죽령 정상처럼 충청도와 경상도를 가릅니다. 서쪽은 괴산이고 동쪽은 문경입니다. 사실 괴산이나 문경이나 다른 건 몰라도 음식 맛은 비슷하더군요. 산악 지역에 음식이 모두 맵고 짜고 찬의 종류도 비슷합니다. 이화령 정상에는 휴게소가 하나 있는데요, 그 휴게소에 가시거든 700원짜리 커피를 드셔보세요. 맥심도 아니고 맥스웰 1회용 커피를 타서 주는데 2년 전인가 갔을 때도 700원이었는데 요즘도 700원이더군요. 뭐 기분이니까 그 커피 들고서 서쪽 괴산 방향 보면서 조선의 산하를 바라보십시오.
괴산 지나 진천을 가니 김유신 생가터가 있더군요. 요즘은 지자체마다 관광상품 개발하는 게 큰 일이라 가보면 아무 것도 볼게 없는데도 안내판은 그럴듯합니다. 어쨌든 진천은 김유신이 난 곳입니다. 그러니까 김유신 때 진천은 신라 땅이었겠지요. 거기서 김유신이 자기 여동생을 이용하여 김춘추를 유혹하나요?
간 김에 독립기념관도 들러보았습니다. 독립기념관은 처음 가보았습니다. 규모가 크더군요. 제 생각엔 처음 세(1-3) 관은 독립기념관에 어울리지 않지 싶었습니다. 그 큰 전시관 3개를 돌아보니 이제 슬슬 잔꾀가 생기는데 정작 일제의 침탈과 독립운동이 시작되는 건 4관부터였습니다. 특히나 나이 드신 분들은 전시물의 텍스트에 질리면서도 그걸 다 읽지 못하고 가는 데 자괴감과 미안함을 느끼시는 눈치였습니다. 좀 줄이고 독립운동과 일제의 침탈에 관한 걸로 전시내용을 정리하면 어떨까 싶더군요.
오는 길에는 예천 회룡포에 들렀습니다. 원래는 의성포였는데 사람들이 의성에 가서 회룡포를 찾아 이름을 바꾸었다고 합니다. 맞는 소린지 모르지만요. 장안사라는 절을 지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회룡포는 부용대에서 하회마을을 바라보는 것과는 또 다른 맛이 있더군요. 한참을 바라보다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면서는 장안사 찻집에 들러 솔잎차 한잔을 마시고요...
흠... 오늘은 말이 많습니다. 그날 돌아다닌 흔적을 찍어보았습니다.














전망대 내려와 난간에 기대서 찰칵... 좀더 가까이서 보니 더욱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