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가 산 아래가 불 그래서 산화비(山火賁) 괘이고 동한 효는 4효입니다. 賁는 보통 ‘크다’는 뜻의 ‘분’으로 읽는데 여기서는 ‘비’로 읽고 ‘꾸민다, 빛난다’로 이해하면 된답니다. 서합괘에서 씹어 합한 것을 잘 꾸며야 하므로 서합 괘 다음 賁 괘가 온다고 합니다. 괘사를 봅니다.
賁은 亨하니 小利有攸往하니라.
(賁는 형통하니 가는 바를 둠이 조금 이롭다.)
꾸미니 형통합니다. 그러나 많이 이롭지는 않네요. 왜 그럴까요. 대산 선생의 彖辭 해설을 보면요, 賁괘는 지천태 괘에서 상육이 육이로 오고 구이가 상구로 변해 생긴 괘입니다. 양 사이에 음이 오니 변화가 생기고 빛이 생깁니다. 이렇게 꾸미니 형통합니다. 구이가 상구로 변해 외괘가 산 괘가 되는데, 산 괘는 소남이어서 小이고 꾸미는 것은 이로워서 利니 小利가 됩니다. 왜 小利일까요. 구이가 상구가 되어, 강이 위로 올라가면 天文이 된다고 합니다. 대산 선생님 설명이 명괘합니다. 사람이 天文을 보고서 일을 하면 크게 이롭지 않은데, 천도는 서서히 운동하므로 이익이 적어서 그렇다고 합니다. 괘 전체 모습은 안은 불이 있어 문명하고 밖은 산이므로 그치니 문명한 시대 그칠 때 그칠 줄 아는 人文의 시대라고 합니다. 4효를 봅니다.
六四는 賁如-皤如하며 白馬-翰如하니 匪寇-면 婚媾-리라
(육사는 꾸미되 희고 흰말이 날아드니 도적이 아니면 혼인을 구함이라.)
꾸며야 하는데 흰 것은, 상구를 가리고 본 외호괘가 태 괘가 되니 서방 금, 즉 하얀색이 되기 때문입니다. 또 내괘 불괘에서 말과 나는 상이 나오니 백마가 됩니다. 육사가 깨끗이 꾸미는데 말도 희고 깨끗한 것을 타고 가려고 합니다. 그런데 옆집 구삼이 의심스럽습니다. 도적일까요? 아닙니다. 구삼이 자기 짝인 줄 알고 혼인을 청하고 있네요. 육사의 짝은 초구입니다. 구삼의 혼인을 뿌리치고 초구에게 달려갑니다. 흰색으로 잘 꾸민 말을 타고 내 짝을 찾아가니 해로올 게 없습니다.
원래 주역 점풀이는 동한 효가 변해 만들어지는 괘도 보고 그 뜻을 헤아립니다. 체와 용이 수시로 변하니 그야말로 두루 주 변할 역입니다. 대산 선생님 책을 보면 이 괘를 설명하시면서 야산 선생이 안면도를 떠나는 얘기를 하십니다. 멀리 한국전쟁과 그 참화까지 내다보시는데, 그 속에 담긴 내용을 보면 참말로 변통의 뜻이 무궁합니다. 겨우 하루 한 괘도 보기 힘든 저에게는 꿈만 같은 일이지요. 오늘은 어떻게 할까요? 뭐, 그냥 잘 꾸며보지요. 꾸미되 주변의 미혹에 빠지지 말고 무엇이든 원래 생각한 뜻을 따르기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