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위에 물이 있으니 比는 돕는다는 뜻이랍니다. 물과 흙은 토극수로 상극관계이지만, 물은 흙이 아니면 담을 수 없고 흙은 물이 아니면 먼지처럼 날아다니고 흩어져서 생물을 키워낼 수 없어 흙노릇을 못하니 서로 돕는 사이가 됩니다. 또 땅 위에 물이 있으니 모든 생물이 생하게 합니다. 인군이 구오의 자리에서 선한 정치를 하면서 아래 백성들에게 유익하게 해주네요. 인군의 선한 정치를 雨露之澤이라고 한답니다.
본문을 보지요.
比는 吉하니 原筮호대 元永貞이면 无咎-리라.
(比는 길한 것이니 임금이 처음으로 점을 해보되 원영정이면 허물이 없다.)
不寧이어아 方來니 後-면 夫-라도 凶이리라.
(편하지 못해서 바야흐로 오는 것이니 뒤에 하면 대장부라도 흉하리라.)
앞서 보았듯 比는 길합니다. 임금이 나라를 세우고 나라가 잘 될지 정치를 잘 할 수 있을지 점을 칩니다. 그 결과가 세 가지 해답이 나오면 허물을 짓지 않는다고 합니다. 여기서 元은 선한 것이고, 永은 항구한 것이고, 貞은 바른 것입니다. 먼저 선한 정치를 하고, 다음은 영구한 정치, 즉 한번 뱉으면 변치 않는 정직한 정치를 해야 하고, 바른 정치를 해야 한답니다. 허물이 없을 수밖에 없네요.
그러나 이러한 比는 편하게 오지 않습니다. 모두가 전쟁터에 나가 싸우고 죽고 고통을 겪은 후에야 나를 세울 수 있습니다. 천지가 나오고 그 다음 어렵게 나온다는 뜻의 水雷屯 괘의 不寧 후에 세운 나라에서 얼마나 할 일이 많은데, 상육이 홀로 방관하고 있으니, 양인 대장부라도 흉할텐데 음인 아녀자가 뒷전에서 팔장을 끼고 있으니 흉하다는 뜻이랍니다. 흠... 이해를 할 수 있을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급하니 5효를 봅니다.
九五는 顯比니 王用三驅에 失前禽하며 邑人不誡니 吉토다.
(구오는 현명하게 도움이니 왕이 삼구법을 씀에 앞의 새를 놓치며 읍사람이 경계하지 않으니 길하다.)
인군이 백성을 돕는 것은 햇볕이 내리쬐듯 현명하게 돕는 것이랍니다. 삼구는 사냥을 할 때 사방 중 한 곳을 터놓고 사냥하는 것을 말한답니다. 다 막아버리면 짐승을 다 잡아버리니 안 됩니다. 어느 한 군데는 터놓고 도망친 짐승은 내버려두어야 합니다. 삼구법을 쓴다는 것은 백성에게 독재를 하는 게 아니라 한 군데는 터놓아서 간언도 하고 자유를 주어야 한다는 뜻이랍니다. 앞으로 도망가는 새를 잃는다는 것은 모든 짐승을 잡지 않는 것이지요. 그러니 사람들이 임금이 와서 사냥을 해도 경계하지 않고 환영합니다. 윗사람이 바른 위치에서 바른 행동을 하니 사람들이 다 환영합니다.
노자 도덕경에 去彼取此라는 말이 있는데, 오늘은 取此를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