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발길 닿는 대로

미륵의 고장 김제, 모악산 금산사 1

by 무소뿔 2007. 10. 18.

김제는 저의 고향입니다. 아버님 계시는 선산이 있고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지요. 저 자란 곳은 산도 없고 선산이라는 곳도 작은 언덕에 불과합니다. 고향이지만 심포항이나 망해사 말고 별로 가본 데가 없는데 이번에 기회가 되어 금산사에 갔습니다. 아주 큰 절이네요. 의성 고은사가 조계종 16교구 본사인데, 이 절은 17교구 본사라고 합니다.

일주문 지나 불법의 세계로 들어왔습니다. 작은 석교로 오르니 그 이름이 해탈교입니다. 벗어나 바라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금강문입니다. 다른 절은 대개 일주문 지나 천왕문이 나오는데 금산사는 먼저 금강문을 두었습니다. 금강역사 두 분과 보현동자, 문수동자 이렇게 네 분이 사천왕처럼 가람을 지키고 있습니다.

천왕문.

금산사는 절 전체가 보물인 보물전시관 같습니다. 초입에 있는 당간지주입니다. 보물이고요.

보제루. 우리나라에서 이런 식으로 누각 건물이 자리잡기 시작한 때는 조선시대에 와서부터였다고 합니다.

대적광전(大寂光殿). 연화장세계의 주인인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을 모신 법당입니다. 금산사는 정유재란때 다 불에 탔다고 합니다. 전국 방방곡곡 어딜 가나 우리나라 사찰은 대개 임진왜란이나 정유재란 때 모조리 무너집니다. 참담한 시기였을 겁니다. 일본놈들은 저들도 부처를 모시건만 어떻게 그런 잔인하고 야만스런 짓을 했을까요. 그런 글을 읽을 때마다 분노가 치밉니다. 문화도 힘이 있을 때 보존이 가능함을 새삼 느낍니다.

대적광전 오른쪽에 있는 보물27호 육각다층석탑입니다.점판암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육각다층석탑 뒤쏙에 있는 보물 제23호 석련대(石蓮臺). 위에 봉안되었던 불상은 어딘가 모셔졌을 거고 정확한 제작시기는 모른다고 합니다.

대적광전이 본당 같지만 금산의 본당은 미륵전입니다. 국보이고요. 이 건물 역시 정유재란 때 불타버린 것을 인조 때 복원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삼층으로 이루어진 본당은 쉽게 보기 어려운데요, 규모나 외관이 참으로 장엄합니다. 전면을 빼고 좌우 및 후면에는 지나간 사람들의 낙서로 가득하더군요.

미륵본존

미륵전 옆에 있는 작은 연못. 물풀이 많이 자라 연못이라기보다는 풀밭처럼 보입니다.

미륵전 오른쪽으로 연못을 지나 계단을 오르니 적멸보궁이 나옵니다. 오른쪽 대롱나무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좋아하던 대롱나무입니다. 껍질이 없어 안과 밖이 다르지 않다하여 선비가 닮아야 할 모습이라고 특히 서원이나 향교 같이 선비들이 공부하던 곳에 많이 심었다고 하는데, 이렇게 절에서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스님들도 표리부동한 삶을 거부하셨을 겁니다.

적멸보궁 내부 모습. 모신 불상이 없습니다. 대신 문이 열려져 있고 그 뒤로 방등계단의 사리탑이 보입니다. 부처님진신사리탑이니, 좌대에 앉아 있는 모습이 아니라 사리탑으로 현존하는 부처님을 모시고 있는 셈입니다.

적멸보궁에서 바라본 미륵전

적멸보궁 옆 보물25호 5층석탑. 원래는 9층짜리였다고 합니다.뒤로 보이는 둥근 탑이 바로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방등계단 사리탑입니다.

5층석탑, 방등계단 사리탑.

김시습 선생도 여기와서 글을 남겼다고 합니다. 방등계단이라... 금산사 홈피에 있는 글을 옮김니다.

방등계단은 수계법회(受戒法會)를 거행할 때 수계단을 중앙에 마련하고, 그 주위에 삼사(三師)와 칠증(七證)이 둘러앉아서 계법을 전수하는데 사용했던 일종의 의식법회 장소이다.
이러한 예는 경상남도 양산의 통도사 와 개성의 불일사(佛日寺) 등지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한국 불교의 독특한 유산이다.

불교의 정신을 대표하는 계(戒).정(定).혜(慧) 삼학(三學) 가운데 계는 으뜸으로서 계를 지킴은 불교의 기본 토대가 된다. 이 계의 정신이 일체에 평등하게 미친다는 의미에서 방등계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한편 방등계단의 성격을 도솔천(兜率天)의 세계를 표현한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즉 미륵신앙의 근본도량인 금산사에는 미륵의 하생처로서 미륵전을 조성하고, 그 위에 도솔천을 구현하여 미륵상생신앙을 나타냈다는 말이다. 결국 금산사는 미륵상생신앙과 하생신앙을 조화롭게 겸비하였다는 신앙적 성격을 지녔다는 뜻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