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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괘

8월 3일. 지화명이(地火明夷)

by 무소뿔 2004. 8. 3.

8월 3일. 음력 6월 18일 甲寅 일주입니다. 오늘은 木 기운이 강한 날이군요. 외괘에 곤괘가 내괘에 불괘가 나와 地火明夷 괘가 나왔습니다. 36번째 괘로군요. 동한 효는 두 번째 효입니다.


明夷는 밝은 것이 상했다는 뜻이랍니다. 夷를 ‘상할 이’로 읽는군요. 불이 땅 위에 있어야 밝게 나아가는데 땅 괘 속에 불이 있으니 밝은 게 상한 것이 된답니다. 괘사를 보겠습니다.


明夷利艱貞하니라.

(明夷는 어렵게 하고 바르게 함이 이롭다.)


간단하네요. 이거 별로 안 좋은 괘 같습니다. 왜 그러잖습니까. 안 좋은 일에는 말을 별로 안 하는 거. 어둡고 캄캄하여 살기 어려운 혼란한 세상을 만나면 그런 때일수록 바르게 하여야 이롭다는 뜻이랍니다. 역시 공자님말씀입니다.


彖曰 明入地中明夷

(단전에 이르길, 밝음이 땅 속에 들어가는 것이 明夷이니, )

內文明而外柔順하야 以蒙大難이니 文王以之하니라

(안으로는 文明하고, 밖으로는 유순하여 큰 어려움을 무릅쓰니, 文王이 그러했다.)

利艱貞晦其明也-라 內難而能正其志-니 箕子-以之하니라
(利艱貞은 그 밝음을 그믐으로 하니라. 안으로 어려우나 능히 그 뜻을 바르게 함이니 箕子가 그러했다.)


明夷 괘는 배경을 먼저 알아야 하나 봅니다. 대산 선생님이 배경을 먼저 설명해주시네요. 은나라 말기 주(紂)라는 폭군이 폭정을 하잖아요. 삼촌인 비간(比干)이 정치를 잘 하라고 하니까 성인은 심장에 일곱 구멍이 있는데 있나 보자며 삼촌을 죽이고 심장을 꺼내보고, 이 상황을 본 다른 삼촌 기자(箕子)는 비간처럼 간을 하지도 못하고(죽는 게 무서워서가 아니라 조카가 악명만 높아질까봐) 죽을 수도 없어 백성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거짓 미친 척하며 살았답니다. 또 紂의 서형인 미자(微子)는 나라가 망해가는 걸 보고 신주(神主)라도 보존하자며 신주를 훔쳐 달아나 宋나라의 시조가 되었답니다. 그때 서쪽에 문왕이라는 성인이 있어 백성들이 문왕에게 몰려가니 이를 시기한 紂가 문왕을 유리옥에 가두었는데 문왕이 이 유리옥에서 64괘 괘사를 지었다고 합니다. 어쨌든 紂가 폭정을 하여 어지러운 사회를 明夷라고 한답니다.


문왕이 유리옥에 갇혀 있으나 성인이므로 內文明이고, 곤삼절 땅 괘는 모두 음이라 유순한데 紂가 잡아가두면 갇혔으니 이게 柔順이랍니다. 이허중으로 文明하고 곤삼절로 柔順로 외유순한데 험한 감옥 속에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以蒙大難) 여기서 문왕의 처지가 2번효입니다.


이 괘의 주인은 외괘에서 중을 얻은 육오 주의 삼촌 箕子랍니다. 성인 箕子가 조카가 폭정을 하는데 가장 어려운 처지입니다. 성인이어서 문왕 못지않은 밝음이 있으나 똑똑하고 밝은 체 하면 죽일 것이 자명하므로 밝은 것을 오히려 감추고 거짓으로 미친 척 합니다. (利艱貞은 晦其明也) 안으로 어려울 때 같이 합류해서 나쁜 짓을 저지르지 않고 자기의 뜻을 바르게 세운 것이랍니다. 후에 문왕의 아들 무왕이 주를 치고 周나라를 세우고 국가적으로 보면 원수지간인 箕子를 찾아가 정치하는 법을 물었고 이에 箕子는 널리 세상의 규범이 되는 정치하는 범 아홉 가지(洪範九疇)를 가르쳤습니다. (內難而能正其志-니 箕子-以之)


사람은 모든 군중과 상대할 때 밝은 체하고 잘난 체 하는 것보다 어두운 체하고 모르는 체하면서 밝아져야 한다고 합니다. 오늘 동한 2번 효를 보겠습니다.


六二明夷夷于左股-니 用拯馬-하면 하리라

(육이는 明夷에 왼쪽 다리를 상함이니니, 써 구원하는 말이 건장하면 吉하다.)


음이 음자리에 있고 내괘에서 중을 얻었습니다. 문왕의 자리랍니다. 유리옥에 갇혔는데(明夷), 다쳐서 물러나 있다는 것은 옥에 갇혀 꼼작 못하고 있는 것이랍니다. (夷于左股) 누군가 구해줘야 하는데 구삼이 무왕이랍니다. 무왕이 주와 싸워 이기면 아버지 문왕을 구원해주겠지요. 그래서 구삼을 말(馬)이라 하였고, 그 말이 강하면 길한 것이라고 합니다.

상전에

象曰 六二之吉順以則也ㄹ새라

라고 했는데, 문왕이 억지로 하지 않고 천리에 순하면서 그것을 법으로 삼고 잘 나가니까 자연 구원을 받게 되는 것이네요.


‘천리에 순하고 본분을 지키면 구원을 받는다’. 오늘 괘 해석을 이렇게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