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입니다. 음력으로는 5월 14일이니 甲申년 庚午월 辛巳일니다.
오랜만에 괘를 지어봅니다. 그동안 제안서에 기획서에 바빴죠. 중요한 영업들이 일단락되고 그 결과들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오늘은 영업이나 회사 일 말고 내 마음 상태를 한번 짚어보았습니다. 수화기제(水火旣濟)괘에 제1효가 동했습니다.
불이 내괘고 물이 외괘입니다. 국선도 단전호흡에는 수승화강(水昇火降)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불은 올라가려는 성질이 있지만 내려야 하고 물은 내려가는 성질이 있지만 올리는 것이죠. 신장과 방광의 수는 소장에서 데운 기운을 타고 독맥을 따라 오르고 심장의 화는 폐(금 기운)의 보호를 받고 임맥을 따라 내려 임독맥이 소통됩니다. 단전호흡의 참맛을 느끼는 때이지요.
대산 선생님 표현을 볼까요. 솥에 쌀과 물을 넣고 밑에서 불을 때면 밥이 됩니다. 위의 물 속에 있는 것을 아래 불로 때서 물 속에 있는 물건이 익는 것입니다. 사람도 물이 올라가고 불이 잠복되어 내려가면 정상적이고 건강한 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미 건넌 것(旣濟)입니다. 물이 앞을 가로막고 있으면 건너지 못하지만 물이 밖에 있으니 잘 건너온 것이랍니다.
수화기제는 양이 양자리에 있고 음이 음자리에 있는 유일한 괘입니다. 또 외괘에서는 양이 중을 얻고 내괘에서는 음이 중을 얻어 하나도 나무랄 데가 없답니다. 그래서 기제는 완전히 정해진 것(旣濟定也)라고 했답니다. 괘사를 보겠습니다.
旣濟는 亨이 小-니 利貞하니 初吉코 終亂하니라
( 濟는 형통한 것이 적으니 바르게 하는 것이 이로우니 처음은 길하고 마칠 때는 어지럽다.)
旣濟라 모든 일이 완전히 성사되어 좋을 것 같지만 실상은 할 일이 없게 된답니다. 흠... 완전히 제 신세군요. 달이 차면 기우는데 다 기울었으니 별볼일이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좋을 것 같지만 형통한 것이 크지 않습니다. 내괘의 중이 음이기 때문입니다. 기제가 되었으니 처음은 좋지만 끝에 가서는 어지럽습니다. 初吉이 육이의 중이라면 終亂은 물 속에 빠져 있는 구오는 다시 미제(未濟)로 가니 궁하기만 합니다. 대상전을 볼까요.
象曰 水在火上이 旣濟니 君子-以하야 思患而豫防之하나니라
(물이 불 위에 있는 것이 旣濟이니 君子가 이러한 象을 보고 본받아서 환란을 생각하여 미리 막는 것이다.)
앞으로 환란이 닥칠 것을 미리 생각해서 예방을 해야 한다(思患而豫防之)는 뜻이랍니다.
오늘 동한 초구입니다.
初九는 曳其輪하며 濡其尾면 无咎-리라
(그 수레를 (뒤에서) 당기며, 그 꼬리를 적시면 허물이 없다.)
기제가 되어 초구가 처음으로 기제를 맛보는 것이랍니다. 이때 욕심을 부리고 더 가려고 하면 안 된답니다. 초구가 속한 내괘는 불괘로 양성이고 위로 타오르는 성질이 있어 조급하기 쉽습니다. 욕심을 부리지 말고 그 자리에서 기제의 즐거움을 누려야 합니다. 이허중 불괘는 속이 비어 수레라고 하는데 초구가 변하면 간상련 산괘가 되어 그치니(艮괘는 그친다[止]는 뜻이죠.) 타고 갈 수레를 뒤로 끄는 격입니다. 이것을 여우로 말하면, 여우가 물을 건너려고 뛰어들었다가 꼬리를 쳐들면 자신만만하게 건너지만 꼬리를 물에 적시면 건널 자신이 없어 안 건너가는 것이랍니다. 무슨 뜻일까요? 흠... 잠자코 가만 있어라 이런 뜻이랍니다. 애써서 이루어놓은 기제를 더 벌리지 않고 잘 유지하는 것이니, 그 뜻이 허물이 없다는 것이죠.(无咎) 그것이 아래 상전의 말씀이기도 합니다.
象曰 曳其輪은 義无咎也-니라
흥미로운 괘입니다. 오늘 제 신세와 비슷하기도 하구요. 오늘은 까불지 말고 마음을 가다듬으며 현재의 모양을 지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