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4일, 음력 9월 2일 乙酉년 乙酉월 辛酉 일주입니다. 저의 일간이 辛인데 오늘은 힘을 좀 받으려나 봅니다. 하지만 다소 신강한 사주라 너무 힘을 받으면 그도 좋지 않지요. 벗이 많다고 힘자랑해서는 곤란하잖아요. 오늘은 오면서 테이프로 좋은 강의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프로젝트도 프로젝트이지만 앞으로 인생공부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었습니다. 위가 불이요 아래가 물이니 화수미제(火水未濟) 괘에 다섯 번째 효가 동했습니다.
괘 풀이는 작년에 한 후배의 고민을 듣고서 적은 게 있어 간단하게 하고 혼자 봅니다. 물이 아래에 있고 불이 위에 있으니 서로 만나 조화를 만들어내지를 못합니다. 또 물이 앞을 가로막고 있어 건너지 못하니 未濟가 됩니다. 未濟 괘는 양의 자리에 모두 음이 있고 음의 자리에 모두 양이 있습니다. 모두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未濟 괘는 음과 양이 잘 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희망이 있습니다. 이 未濟 괘를 배합하면 반대가 되니 수화기제(水火旣濟)가 됩니다. 未濟는 旣濟를, 旣濟는 未濟를 품고 있는 게 세상의 이치입니다. 그래서 지난 번 괘풀이에서 옮겼듯이 未濟는 희망이 있고, 旣濟는 예방을 해야 합니다.
오늘 동한 5효를 봅니다.
六五는 貞이라 吉하야 无悔니 君子之光이 有孚-라 吉하니라.
(六五는 바르게 하니라 길하여 후회가 없으니 군자의 빛이 믿음을 둔다. 길하다.)
六五는 음이 양 자리에 있어 바른 자리에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중의 자리여서 자연 바르게 된다고 합니다. 시기로 하면 未濟이고 음이 양 자리에 있어 늘 불안하고 후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의 자리에 있으니 자연 바르게 행동하고 그래서 길하고 그 동안의 후회가 없어집니다. 六五는 음이지만 임금의 자리에 있어 君子입니다. 또한 외괘 가운데 있으니 불괘 가운데 있는 형국이라 빛이 납니다. 그 빛이 백성들에게 믿음을 주어 길하다는 것이네요.
오늘 아침 서울서 내려오면서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까 생각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동양과 서양, 동양의 신념과 서양의 신념, 개인과 집단, 이성과 비이성, 전통과 현대, 현재와 미래, 역사의 흐름... 그런 사고들 속에서 우리가 찾아야 할 길은 무엇인가 하는 모... 좀 거창한 생각들을 할 기회가 있었지요. 그 거창한 담론 속에서 나는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들지요. 괘의 풀이가 좋으니 잘 될 거라 봅니다. 인생공부에 대한 대답으로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풀이가 나왔네요. 무엇보다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행동하는 게 중요하다는 가르침인 것 같습니다. 이 未濟를 끝으로 주역의 상하경이 모두 끝납니다. 끝을 未濟라 한 게 뜻이 깊습니다. 아직 이루지 못했으니 희망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