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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괘

풍화가인(風火家人)

by 무소뿔 2006. 10. 9.
추석 잘 쇠고 왔습니다. 오랜만에 고향땅도 가보았지요. 10월 9일 한글날이고 음력 8월 18일 丙戌년 戊戌월 辛未 일주입니다. 오늘부터 써야 하는 제안서가 하나 있는데 거기에 대해 물었습니다. 위가 바람, 아래가 불 그래서 풍화가인(風火家人) 괘에 6효가 동했습니다.


家人은 가족을 뜻한다고 합니다. 아버지(5효) 어머니(2효) 형제자매(형.자:4효, 제.매:3효), 할아버지(상효) 손자(초효)가 가족을 이룹니다. 아래 2효 어머니가 안에서 바르고 중을 얻었고 5효 아버지가 바르게 있으면서 중을 얻었습니다. 家人 괘는 화수미제에서 왔는데, 家人 괘의 외호괘와 내호괘를 엮으면 火水입니다. 남녀가 만나지 못하다가 혼인하여 부부를 이루니 家人 괘가 되는 것이라 합니다. 위에서 아래로 바람이 불어와 불이 성하게 일어나는 게 家人이라면 착종 괘인 화풍정 괘는 솥발 사이로 바람이 불어와 불을 피워 솥 안의 밥이 익는 것이고요.


家人利女貞하니라 .

(家人은 여자가바르게 함이 이롭다.)


이번 추석 때 다시 한 번 느낀 것이지만 한 집안이 화목하려면 여자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내라는 게 젊어 한때 힘쓸 때 빼고는 도통 쓸모가 없잖아요. 쌈박질이나 할 줄 알지 원... 어쨌든 여자가 바르지 못한 집은 잘못되기 마련이랍니다. 家人 괘의 핵심은 2효로 여자가 안에서 바르게 살림하는 모양입니다. 단사가 구구절절 공자님 말씀입니다. 그냥 한번 읽어보기만 하지요.


彖曰 家人-正位乎內하고 正位乎外하니

(단전에 이르길 家人은 안에서 位를 바르게 하고 남자는 밖에서 位를 바르게 함이니)

男女正天地之大義也-라.

(남녀가 바르게 함이 천지의 큰 의리라.)

家人有嚴君焉하니 父母之謂也-라.

(家人이 엄한 인군이 있으니 부모를 이름이라)

父父子子兄兄弟弟夫夫婦婦而家道-하리니

(아비는 아비답고 자식은 자식답고 형은 형답고 동생은 동생답고 남편은 남편답고 아내는 아내다워야 집안의 도가 바르게 서리리)

正家而天下-定矣리라.

(집안을 바르게 함에 천하가 안정되리라.)


불이 바람을 따라 밖으로 나갑니다. 그래서 대상전에서는 자기 집안에서 하는 말이 모두 밖으로 나가기 마련이라고 하면서 군자는 항상 말에는 실물이 있고 행동에는 항상함이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言有物而行有恒) 괘사는 전체적으로 좋은데 오늘 동한 효를 볼까요.


上九有孚威如-면 終吉하리라.

(상구는 밈음을 두고 위엄있게 하면 마침내 길하리라.)


상구는 한 집안의 제일 어른인 할아버지입니다. 집안의 가장 어른이니 자신을 믿게 하라고 합니다. 거기에 위엄을 가져야 하네요. 믿음과 위엄이 모두 있을 때에만 길하다고 합니다. 어른이 되려면 믿음을 줄 만한 인격과 학덕이 있어야 할 것이고 거기에 위엄을 갖춰야 합니다. 여기 위엄을 갖춘다는 것은 象傳에서 몸을 반성함을 이름한다(反身之謂也)고 합니다. 내가 어른이 되어 어른답게 행동하는가 하는 것을 돌이켜보아야 합니다. 그걸 보고 아랫사람도 이를 본받아 도리를 잘 지키게 되네요.


상효가 변하면 水火未濟 괘가 됩니다. 家人 괘의 착종 괘와 같습니다. 家人 괘 상효가 동한 걸로 보면 제 할 일 다 하면 좋은 결과가 오리라 하는데 숨어 있는 之卦는 未濟가 되는군요. 體用이 헷갈립니다. 잘 해도 이룰 수 없다는 건가요, 아니면 사는 건 늘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평행선 같은 건가요... 未濟는 일단 형통합니다. 그러나 어려움이 눈앞에 있으니 무모하게 추진해서는 안 됩니다. 體와 用의 뜻을 잘 새기고 찬찬히 진행하라는 가르침으로 알고 그대로 추진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