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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괘

수화기제(水火旣濟)

by 무소뿔 2006. 10. 23.

10월 23일, 음력 9월 2일 丙戌년 戊戌월 乙酉 일주로, 오늘은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상강(霜降)입니다. 어제까지 2주에 걸쳐 제안서를 하나 썼고 오늘 제출하러 갑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물어보았습니다. 위가 물 아래가 불, 유명한 수화기제(水火旣濟) 괘이고 4효가 동했습니다.


水火旣濟는 64괘 중에서 양이 양자리에 있고 음이 음자리에 있는 유일한 괘이고, 외괘에서 양이 중을 얻고 내괘에서 음이 중을 얻어 음양응이 되어 모양 자체로는 하나 흠잡을 데가 없느 괘입니다. 그래서 완전히 정해졌다고 합니다. 자주 본 괘이니 간단히 보고 갈까요.


旣濟-니 利貞하니 初吉終亂하니라.

(기제는 형통한 것이 적으니 바르게 함이 이롭고 처음은 길하고 마침은 어지럽다.)


旣濟는 완벽하니 좋을 것 같지만 실제는 할 일이 없습니다. 달이 찼으니 기울 일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형통한 게 적답니다. 대산 선생은 인생사에 비유하기를 명예퇴직에 비유하십니다. 旣濟에서 형통한 게 적다는 것은 육이를 두고 한 말이랍니다. 이미 물을 다 건너왔으니 처음은 좋습니다. 달이 차면 기울 듯 기울 일만 남은 외괘 쪽으로 가면 旣濟가 아니라 未濟로 가는 것이니 마침은 어지럽게 됩니다. 하지만 할 일이 없는 旣濟보다는 未濟는 희망이 있습니다. 상전을 보지요.


象曰 水在火上旣濟君子-하야 思患而豫防之하나니라.

(상전에 이르길, 물이 불 위에 있는 게 旣濟니 군자로 이로써 근심될 것을 생각하여 미리 막는다.)


旣濟는 水昇火降을 다 이룬 모습입니다. 완성된 것은 깨어지게 마련이니 이 다 된 모양을 보고 군자가 기제가 미제로 갈 것을, 앞으로 어지러움이 닥칠 것을 미리 생각해서 예방을 튼튼히 합니다. 오늘 동한 4효를 봅니다.


六四(젖을 유, 샐 유)有衣여(걸레 여)코 終日戒니라 .

(六四는 새는데, 걸레를 갖고 종일 경계함이라.)


旣濟가 끝나고 未濟로 가기 시작합니다. 험한 물 괘에 들어있는 육사가 배를 타고 물을 건너는데, 배에 구멍이 나서 새기 시작합니다. 이 구멍을 막기 위해 걸레를 준비하고 경계합니다. 잠시만 해서는 안 되지요. 물을 다 건널 때까지 종일 경계를 해야 합니다. 육사가 변하면 서방 兌괘가 되니 해질녁이라 終日이 나온다고 합니다.


旣濟 괘는 좋은 것 같지만 그리 형통할 게 없고 이제 기울 일만 남은 신세입니다. 어찌보면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것이지요. 새로 물을 건너가야 하는 것이지요. 준비가 불철저해서 그럴까요, 배에 물이 스며듭니다. 걸레를 준비해서 항상 경계하지 않으면 마침내는 배가 가라앉고 말테니, 유비무환이 4효의 가르침이지 싶습니다.


사업이 될 거냐 물었는데 유비무환이라고 합니다. 선문답 식의 괘가 나왔습니다. 뭐 잘 준비해서 대비하면 되지 않겠냐 이런 뜻 아닐까요? PT 준비를 잘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