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제안 설명회를 하고 결과도 나왔습니다. 아... 됐지요. 회사가 고비였는데, 다행입니다. 수개월 동안 준비해온 작업이라 떨어진다는 건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 때는 조마조마하더군요. 세상살이가 그렇겠지요. 이젠 또 일 걱정을 합니다. 일이 없을 때는 없어서 걱정, 있을 때는 있어서 걱정, 우리네 살림은 맨날 걱정입니다.
中孚 괘는 중심에서 믿는다는 뜻인데, 믿음은 겉으로만 믿어서는 안 됩니다. 중심에서 믿어야 한답니다. 못 위로 바람이 불어 못물이 출렁거리니 바람과 물이 서로 느끼고, 이것이 중심에서 솟아나는 믿음이 된답니다. 괘 전체 모양은 이허중 괘의 큰 모습이지요. 속에 욕심을 가지고 믿는 게 아니라 마음을 비우고 믿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中孚 괘는 믿음의 근본과 질적인 면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괘사를 보지요.
中孚는 豚魚-면 吉하니 利涉大川하고 利貞하니라 .
(中孚는 돼지와 물고기까지 하면[믿게 만들면] 길하니, 큰내를 건넘이 이롭고 바르게 함이 이롭다.)
한 나라를 다스리는 데 백성 뿐만 아니라 무지한 돼지와 물고기까지 믿게 하게 그게 中孚가 되고, 中孚의 정치를 하는 것이고 길하답니다. 여기서 돼지는요, 손하절 바람괘는 陰木도 되고 성질로 보면 들어가는 것이니 울타리를 만들어 돼지가 들어가게 해놓고 가두는 것에서 나온답니다. 또한 易에서 陰은 돼지도 되고 물고기도 되는데, 태상절 못 괘의 음은 물고기이고 손하절 바람괘의 음은 돼지로 거기에서 豚魚가 나온답니다. 흠... 역시 대산 선생님입니다. 언제나 명쾌합니다. 왜 진즉 몰랐을까요...
또 태상절 못괘에서 큰내가 나오고요, 초구를 가리고 보면 진하연 우레괘인데, 우레는 움직이는 것이니 진하연 우레로 움직여 큰내를 건넙니다. 즉 큰일을 하는 것이 이롭다는 것인데, 대산 선생님 말씀이 中孚가 큰일을 못하면 누가 하겠냐고 합니다. 중심에서 우러나오는 믿음이 확고해서 무엇이든 다 해낼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계속 바르게 해야지요.
初九는 虞하면 吉하니 有他-면 不燕하리라 .
(초구는 헤라리면 길하니, 다름이 있으면 편안하지 못하다.)
괘 전체가 믿음에 관한 괘이니 백성의 자리에 있는 초구도 누군가를 믿어야 합니다. 백성은 누구를 믿어야 할까요? 바로 구오의 인군입니다. 하지만 초구가 육사하고 음양응이 잘 되고 있습니다. 육사는 인군의 명을 수행하는 자리지요. 그래서 초구 백성은 사사로이 음양음이 잘 되는 육사를 따르느냐 중정한 인군을 따르느냐 놓고 헤아립니다. 잘 헤아려 인군을 믿으면 길하지만 육사에게 가서 딴짓을 하게 되면 잘하는 일이 아니라네요.
흠... 이렇게 해석해보지요. 저희 회사가 어렵게 일을 땄는데요, 사실 제가 볼 때 인군은 회사의 사장이기보다는 거래처라고 생각합니다. 회사는 이제 일을 줄이고 쉽게쉽게 풀어나가고자 하겠죠. 원래 취지와 다릅니다. 제안서를 쓸 때의 그 마음으로 일을 추진하라는 뜻으로 보면 좋겠네요. 뜻을 바꾸지 말라... 뜻을 바꾸지 말고 정진하라는 뜻인 志未變이 나오네요. 이 말은 제가 좋아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