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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괘

택화혁(澤火革)

by 무소뿔 2005. 2. 22.
乙酉년 戊寅월 丁丑일 음력 대보름 전날입니다. 대보름은 민속의 날이기도 하지요. 민간에 내려오는 풍습이 가장 많은 날 중의 하나랍니다.


큰 제안을 하나 앞두고 있습니다. 이번주는 죽었다 복창해야 합니다. 아마도 토요일도 일요일도 없을 겁니다. 제안결과에 대해서는 조금 겁이 나니 오늘 하루 공부하는 셈 살짝 제안결과를 점쳐볼 겸 괘를 지어보았습니다. 택화혁(澤火革) 괘입니다. 동한 효는 다섯 번 째 효입니다.


개혁과 혁명의 괘로군요. 위 연못의 물과 아래의 불은 상극관계입니다. 이런 때는 혁명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위의 못물이 내려오고 아래의 불이 올라가 수화기제(水火旣濟)를 이루고 그 조화 속에서 좋은 금(태상절 금이 이허중 불 속에서 달구어진 후)으로 고쳐져 나온다고 합니다. 괘 순서는 우물괘 다음인데, 우물이 오래되어 쓰지 못하게 되니 어쩔 수 없이 고쳐야 한다고 해서 정괘 다음에 혁괘를 놓았다고 합니다. 이거야 뭐 공자님 말씀이니까요.


澤火革 괘는 선천에서 후천으로 바뀌는 일을 보여주는 괘라고 합니다. 河圖의 불 자리에 洛書는 금이 河圖의 금 자리에 낙서는 불이 와서 金火交易이 이루어지는 걸 말하는데, 澤과 火의 관계이니 곧 澤火革 괘가 된다고 합니다.


괘사를 봅니다.


已日이라아 乃孚하리니 元亨利貞하야 -하니라 .

(革은 이미 날이라야[날이 차야, 즉 때가 되어야] 이에 믿으리니, 크게 형통하고 바르게 함이 이오워서 뉘우침이 없다.)


하, 어려운 말이로군요. 뭔 소리냐면요, 革은 고치는 것이지만, 때가 되어 고쳐야 모든 사람이 개혁하는 걸 믿어주고 찬성한다(已日乃孚)는 뜻이랍니다. 흠... 동양에서는 때를 중요하게 생각하지요. 노자도 上善若水를 설명하시면서 때를 잘 타서 행동하라고 하셨죠.잘못된 폐단을 바르게 고치니 乾 괘의 원형이정처럼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셈이 되어 크게 형통하고 바르게 하니 이롭습니다.(元亨利貞) 이렇게 하니 그동안 고치지 않아 생긴 후회나 잘못 고쳐 생긴 후회가 모두 없어지는 것이랍니다.(悔亡)


저는 개인적으로 대산 선생님을 뵌 적이 없습니다. 다만 그분의 책을 스승삼아 이렇게 가끔씩 글을 보는데요, 참 대단하신 분 같습니다. 구절의 해석이 정말 명쾌합니다. 이렇게 그분의 글을 옮기는 게 선생님께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단사는 문장이 길군요. 생략하고(저혼자만 보고) 오늘 동한 5효를 봅니다.


九五大人虎變이니 未占有孚-니라 .

(구오는 대인이 범으로 변하니 점을 하지 아니함에 미더움이 있다.)


구오는 양이 양자리에 있고 외괘의 중을 얻어 大人의 상이랍니다. 重天乾의 구오도 대인이네요. 건괘의 구오가 飛龍在天의 龍 대인으로 요순에 해당한다면 혁괘 구오의 虎 대인은 湯武(탕은 은나라를 세운 사람이고 무는 주나라를 세운 사람이죠)에 해당한답니다. 요순은 사람을 죽이는 일 없이 無爲而化로 정치를 했고(無血) 탕무는 걸주(걸은 하나라의 폭군, 무는 은나라의 폭군이죠)를 혁명으로 다스렸으니 有血입니다. 즉, 정치하는 방법이 다른 거랍니다. 未시는 오전에서 오후로 넘어가는 시점입니다. 후천으로 넘어가는 때이기도 하지요. 어떤 사람들은 요즘이 未의 때라고 하더군요. 암튼, 선천에서 후천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정신개벽이 호변(호랑이가 가을철이 되어 털갈이 하듯 완전하게 변함)하듯이 변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범의 털이 총총히 빛나는 것처럼 문명하고 살기 좋은 사회가 된다고 하네요.(其文炳)


흠... 저 개인의 일과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공부로 만족하고 제안서를 획기적으로 잘 써볼 궁리를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