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루 한 괘

택뢰수(澤雷隨)

by 무소뿔 2005. 10. 24.

오랜만에 괘를 지어봅니다. 지난주 최종감리가 있어 마음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지지난 주말에는 서울 집에 못 가고 안동 사업장에서 지냈지요. 보름만에 집에 다녀오니 아주 좋습니다. 사실 오늘 아침 일어날 때는 정말이지 죽을맛이더군요. 잘 참고 안동에 오니 오전 8시, 안동은 서리가 내려 겨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서리는 추상이니 여름의 화를 정리하고 한 해를 마감하고 또 새로운 해를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정리지만 끝도 시작도 없으니 자연의 이치야말로 고개를 숙이게 합니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최종감리 결과는 비교적 만족스럽습니다. 사실 내용은 미흡이지만 총괄은 좋으니 그게 그거지만요. 이제 한 달이 조금 더 남은 사업에 대해 다시 물었습니다. 잘 정리할 수 있을까 하고요. 밖은 연못 안은 우레가 나오니 택뢰수(澤雷隨) 괘이고 동한 효는 3효입니다. 못 속에서 우레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움직이는 우레에 따라 못의 물이 출렁거리면서 즐겁게 따른답니다. 서로가 서로를 따르니 따를 수(隨)가 됩니다. 때를 따라야 한다는 중요한 뜻이 있다고 합니다. 잘 아시듯 동양에서는 때의 중요성을 무척 강조하잖아요. 괘사를 봅니다.


元亨하니 利貞이라 无咎-리라.

(隨는 크게 형통하니 바르게 함이 이롭다. 허물이 없다.)


서로 따르니 좋습니다. 하지만 바르게 따라야 합니다. 부정을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그렇게 바르게 하면 허물이 없네요. 隨 괘는 원래 천지비(天地否) 괘에서 맨 위에 있던 양이 아래로 내려오고 맨 아래에 있던 음이 위로 올라가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높이 있던 사람이 맨 아래로 내려와서 사귀니 누가 따르지 않겠습니까. 내괘 우레는 움직이고 외괘 못괘는 즐거우니 隨괘는 동열(動說)의 덕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바르게 해야 합니다. 바르게 한다는 것의 원칙은 무엇일까요. 물론 때이겠지요. 때에 맞추어 바르게 해야 진정 바르게 되는 것이겠지요. 오늘 동한 효사를 보겠습니다.


六三係丈夫하고 失小子하니 有求하나 利居貞하니라.

(六三은 장부에 매이고 소자를 잃으니 따름에 구함이 있음을 얻으나 바른 데 거함이 이롭다.)


육삼은 음이 양자리에 있고 중을 얻지도 못했습니다. 어떻게 따라야 할까요. 육삼은 한마디로 운이 좋은 것 같네요. 초구는 소자이고 구사는 장부입니다. 초구와 육삼은 가족 같은 관계로 서로 따라야 하지만 육삼이 마침 이웃에 구사가 있어 구사에게 끌려 누구를 따를까 욕구를 조금 얻게 된다고 합니다. (有求 得) 그 선택은 올바르지만 바르게 해야 합니다. 그러면 빛이 난다고 합니다.


바른 자리가 아니나 구사 이웃이 좋네요. 그래서 바르게 해야 하니 어찌 해석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두 개의 프로젝트가 진행중이지요. 인정과 도리로 보면 프로젝트를 같이 수행하는 콘소시엄 업체와 함께 해야 하지만 다른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옆 사업체와 함께 하라는 뜻인지... 한 달 남은 기간 잘 정리하고 연말은 집에서 지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