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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서 일하며

죽령 옛길

by 무소뿔 2005. 8. 17.

가끔씩 미친 척하고 갈 때가 있습니다. 지난주에 그랬습니다. 금요일 고주망태가 되도록 술 처먹다가 토요일 아침 부지런히 일어나 단전호흡 도장도 빼먹고 서울로 향했습니다. 죽령길 좋다는 기억이 나서 영주에서 풍기로 풍기에서 죽령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뭐 생각보다 구비구비는 아니지만 영남관문 죽령옛길은 애환도 많고 사연도 많은 동네가 분명하더군요. 조선시대 때는 선비들이 과거시험을 보러 이 고개를 넘었다고 합니다. 한때는 고구려와 신라의 접경이었고 고구려가 이 곳을 빼앗기고 절치부심했다는 기록도 있더군요.

죽령을 넘으면 충북 단양이 나옵니다. 그 경계선이 죽령의 정상이지요. 정상에서 경상도 쪽 보는 것보다는 충청도 쪽 보는 방향이 그래도 전망이 좋더군요. 경상도 쪽 경계지역에는 장승이 한 무리 서 있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장관입니다. 경상도 쪽에는 허름한 주막이 하나 있고 충청도 쪽에는 근래 지었음직한 휴게소가 번듯하게 있고 사람들도 제법 많습니다.

풍기에서 죽령가는데 무엇보다 호젓해서 좋았습니다. 다음엔 집사람이랑 아이들이랑 한번 와보고 싶더군요. 풍기에서 죽령 정상으로 가는 길엔이곳 안동 말로맹~ 모텔입니다. 정상 넘어 단양 가는 길엔 제법 큰 물이 있던데 무슨 댐 같기도 하고 강 같기도 하더만요. 잘 모르지만 무단횡단하여 사진도 하나 찍어보았지요.

죽령은 경상도와 타 도를 구분짓는 고개입니다. 어떤 이들은 이 고개만 건너면 바로 서울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죽령과 조령에 갇혀 경상도는 그들만의 사고와 생활양식을 온존해온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지만 중앙고속도로가 뚫리고 중부고속도로가 뚫려서 안동을 필두로 전국과 섞여가고 있습니다. 정치적 탈보수화가 기대되는 걸로말하면 좋은 일이지만 안동권역만의 조선 선비 정신의 사라짐은 슬픈 일이기도 합니다. 죽령옛길 사진 올립니다. 넘치는 건 포토로그에 올립니다.


경상도 쪽에서 바라본 죽령 정상입니다.

경상도 쪽 정상에 있는 주막입니다. 다 좋은데 그놈의 선전 간판이 그림을 망치고 있더군요.

죽령을 설명하는 돌판입니다. 신라 때 죽죽(竹竹)이 길을 개설하였다 하여 죽령(竹嶺)이란 이름을 얻게 되었다지요.

경상도 쪽 정상에 이렇게 쉬어가는 데가 있는데 지붕을 이룬 넝쿨나무(이름이 뭐더라... 흔한데...)가 장관입니다.

작은 쉼터를 오르면 이렇게 장승이 여럿 서 있습니다. 하나같이 우락부락, 하지만 글마다 소중한 뜻을 담고 있더군요. 장승만 보면 우상이라며 태우고 부수는 몰지각한 이들이 이곳은 모르고 살면 좋겠습니다.

하나는 인자요산일 거고 하나는 법심양?인데, 안 보여서...

소백대장군이 입을 쩍 벌리고 있습니다.

평화통일, 경천애인, 얼쑤 좋을씨구...

그 다음부터는 잘 안 보여서...

장승 머리 위로 솟대가 보이지요? 이게 우리 전통신앙의 한 모습입니다. 나무끝에 앉은 새는 인간과 신령 사이에서 얘기를 전달해주는 새인 거 아시죠? 기러기, 까마귀이기도 하지만 보통 오리였다고 하는군요.
죽령의 역사를 기록한 푯말입니다.

이건 경계를 건너 충청도에서 바라본 죽령입니다. 좀 새로운가요?

번듯합니다.돈 들인 흔적이 보이는군요. 아주 오래된 거 같지는 않지요?

아기자기하기도 합니다. 충청도와 경상도의 차이인가요?

충청도는 청풍명월의 고장입니다. 다들 맑고 밝은 사람들이지요.

왼쪽은 영주, 오른쪽은 단양... 아뭏든 경상도 쪽보다는 돈 들인 흔적이 많이 보이네요.

경상도 쪽으로 아래를 보면 별 게 없는데 충청도 쪽은 이렇게 사람 사는 곳도 있고, 훨씬 정감있게 느껴지더군요.

충청도 쪽 정상에는 이렇게 특산물 판매장에서 사람을 기다리는 아주머니들도 계시고 휴게소도 번듯하게 있습니다.

충청도 쪽 정상을 내려와 단양 가는 길에 앞길이 아련한듯 자욱한듯 절경이라...

더 내려오니 이렇게 큰 물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