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안동서 일하며

넝쿨식물과 나보다 키가 큰 풀

by 무소뿔 2005. 7. 29.
제가 일하는 곳 뒷산에 오르다보면 넝쿨식물에 대해 섬?한 느낌을 가질 때가 많습니다. 넝쿨식물이 땅바닥에서 활동하며 번식하는 거야 그렇다 쳐도 큰나무 작은 나무를 가리지 않고 휘감으며 자기 성장의 근거로 삼고, 그 조차 없는 허공에서 뻣뻣이 하늘 위로 오르고자 하는 넝쿨식물을 보면 무서운 생각마저 듭니다.

주역 괘상으로 보면 우리 나라는 산이기도 하고 나무이기도 합니다. 쭉쭉 뻗어나가는 큰 나무이지요. 반면 일본은 그 산 속의 나무들 사이로 들어가 큰 나무들을 돌돌 감아 자라는 넝쿨식물입니다. 주역 용어로 하면 우리가 갑목이면 일본이 을목인 셈입니다. 안동 산자락들 한번 유심히 살펴볼 기회가 있으신지 모르겠지만, 이 을목들의 번식이 갑목을 상당히 위협하는 수준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넝쿨식물들은 자동차가 다니는 아스팔트도 자신이 뻗어나갈 수 있나 슬쩍 줄기를 내뻗어 탐색을 합니다. 평지와 산이 만나는 대부분의 지역은 이미 을목, 넝쿨식물의 세상입니다. 그것은 무엇보다 사람들의 잘못이 큽니다. 을목은 키우기도 싶고 번식도 잘하니 조경을 하는 사람들이 얕은 생각으로 이 을목들을 심고 번식시켜 을목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주었죠. 아니 기본적으로 사람은 을목 덕택에 식량을 구하는 을목기생충일 수도 있겠네요.

어쨌든 자연은 스스로 그러할 겁니다. 스스로 조절하며 인간 행위 때문에 생긴 부자연과 무질서를 스스로 그러하게 조절하여 조화하며 살 것입니다. 단, 사람이 간섭하지 않는 전제 아래 말이죠.

뒷산 넝쿨식물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보았습니다. 역시 을목에 속하겠지만 1년생 풀이 저의 키보다 높이 자란 모습도 담아보았습니다. 이렇게 을목이 활개를 치면 갑목은 살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넝쿨이 큰 나무를 휘감아 2-3년 내 햇볕도 외부공기도 차단하면 그냥 죽고 만답니다. 우리와 일본의 관계를 생각하게 합니다. 어떻게 해야 조화롭게 살 수 있을까요.산 생태계에 관심이 있는 분들 중에는 산에 가면 일부러 큰 나무를 감고 있는 넝쿨식물들을 잘라내곤한답니다. 결자해지일까요. 저도 가끔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아니면 그냥 내버려둬야 할까요...

넝쿨식물은 큰나무만 휘감는 게 아닙니다. 이렇게 같은 을목인 1년생 꽃도 뻗어있기만 하면 감아 하늘로 오릅니다. 자기보다 두꺼운 넝쿨로 묶인망초가 힘들어 보입니다.

1년생 들꽃을 감고 또 뻗어나갑니다. 그 줄기 끝이 더 높이 오르려고 허공을 수평으로 날아갑니다. 섬?합니다.

마치 빨래줄 같습니다. 이렇게 번식을 위해 세상을 가로지릅니다.

저의 키 높이에 버금가는 높이로 허공에서 수평으로 날아가는 줄기의 모습입니다.


높은 데로만 임하는 게 아닙니다. 바닥은 이들이 지배하게 되면 다른 풀과의 공존은 어렵습니다.

넝쿨이 자라면 제법 큰 떡갈나무 하나를 이렇게 싸버립니다. 주인이 누군지 짐작이 헷갈립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일제 36년이 생각납니다. 이 떡갈나무는 얼마나 넝쿨을 뒤집어 쓰고 살아야 할까요?

제가 자주 다니는 길에 자란 풀의 키가 저보다 훨씬 큽니다. 제 키가 170이 조금 넘습니다. 실감이 나실런지... 이 지역은 고사리도 풀이라는 생각이 안 듭니다. 고사리 나무가 어울립니다. 고사리 나무 보신 적 있나요?


풀 사이로 들어가면 아무 것도 안 보입니다. 왜냐고요? 눈을 찌를까봐 눈을 감게 되거든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