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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괘

수천수(水天需)

by 무소뿔 2006. 3. 14.

3월 14일 화요일입니다. 음력으로 2월 15일 丙戌년 辛卯월 壬寅 일주입니다. 卯월에 일지도 寅이라 壬 일간은 나보다도 남을 챙기기에 바쁘군요. 다행히 辛 금이 생조도 하고 戌 연지는 辛 금에 힘을 줍니다. 하늘에 뜬 丙 화도 환해서 제가 보기엔 태평한 큰물 같은데... 잘 봤는지 모르겠습니다. 내일 회사가 이사를 갑니다. 지금 사무실에서 지어보는 마지막 괘가 되겠네요. 이사 간 후 회사의 앞날을 물어보았습니다. 물론 저와 연관지어서이지만요. 위는 물 아래가 하늘 수천수(水天需) 괘이고 4효와 상효가 동했습니다.


이렇게 괘를 지었는데 변효가 두 개 생기면 어떻게 할까요. 저는 대산선생님께 직접 배운 적은 없습니다. 다만 선생의 제자분이 운영하시는 <대전동방문화진흥회> 사이트에 보면 “두 효가 변하면 본괘의 변효중 상효를 체, 본괘의 변효중 하효를 용으로 보라”고 하십니다. 그런 말이 있는가 하면 몇 년 전 EBS에서 주역강의를 하신 건국대 성태용 선생에 따르면 두 괘가 변한 괘, 오늘 같으면 水天需 괘의 4효와 상효가 변했으니 중천건(重天乾) 괘의 괘사를 지괘(之卦)로 보라 합니다. 또 어떤 이들은 두 괘가 변하면 위 쪽에서 변한 효사를 보라고 하기도 합니다. 흠... 어떻게 할까요... 어렵네요. <대전동방문화진흥회> 생각을 따르고 싶지만 한 괘의 두 효에서 체와 용을 얻는다는 게 말처럼 풀이가 쉽지 않더군요. 정 반대의 의미도 있고흐름을 거슬러가기도 해서그런 뜻을 체와 용으로 푸는 게 저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효들이 변해서 바뀐 괘의 괘사로 풀어보겠습니다.


需는 ‘음식’이라고 합니다. 음식은 위괘인 물과 외호괘인 불(괘)이 만나지 않으면 만들 수 없기 때문이랍니다. 또한 需는 물 괘와 하늘 괘 모두 양으로 강건한데, 불괘가 밝아 함부로 험한 물(외괘)을 건너지 않고 하늘(괘)처럼 굳건하게 기다리기 때문에 ‘기다릴 수’라고 하기도 한답니다. 보통 需괘는 ‘기다린다’는 뜻으로 해석하지요. 성태용 선생이 강건한 양 셋이 험한 물을 건널 때를 기다리고 있다가 마침내는 건넌다는 뜻으로 보면 된다고 한 말이 기억납니다. 괘사를 봅니다.


有孚하야 光亨貞吉하니 利涉大川하니라 .

(需는 믿음을 두어 빛나고 형통하고 바르게 하여 길하니 큰 내를 건넘이 이롭다.)


기다린다는 건 뭘까요?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믿음을 갖고 기다리면 빛나고 형통합니다. 거기에 바르게 하니 길하고 어려운 일도 능히 해낼 수 있답니다.


참고 삼아 육사 효사와 상육 효사도 한 번 보지요.


六四需于血이니 出自穴이로다.

(六四는 피에서 기다림이니 구멍에서 나온다.)


기다리는 위치가 달라지는 게 需 괘인데,, 육사가 변해 태상절 못 괘가 되니 兌爲口 구멍이 되고 상육을 가리면 이허중 불괘가 되어 구멍에서 벗어납니다. 그래서 피를 보지 않는답니다.


上六入于穴이니 有不速之客三人하리니 敬之終吉이리라.

(상육은 구멍에 들어가니 청하지 않은 손님 셋이 오니 공경하면 마침내 길하다.)


세상을 떠나 굴 속에 사는 상육은 이제 기다릴 일도 없는데 험한 내를 건너려 기다리던 내괘의 양 셋이 찾아옵니다. 대산 선생은 이 양 셋이 유불선을 의미하며 종교적인 삶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상육은 세상을 떠나 실제 정치를 하는 자리는 아닙니다. 인군의 윗자리에 있으니 바른 자리는 아니지요. 그러나 사람이 종교적으로 공경하면서 세상을 사니 크게 잃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중천건 괘사를 볼까요? 뭐 보나마나지만요...


하니라 .

(乾은 元코 亨코 利코 貞하니라.)


<대전동방문화진흥회>의 생각대로 괘를 풀면 좋은 결과가 온다는 게 체입니다. 그 본질은 종교적인 것이기도 하네요. 그런 태도로 살기 때문에 험한 꼴에 빠져도 밝은 지혜로 빠져나오니 다행입니다. 그래서 희망이 있습니다. 그게 용이 됩니다. 성태용 선생의 해석법에 따르면 어떤가요? 乾은 크게 亨通하고 바르게 함이 이롭다. 더 이상 좋을 수가 없는 괘가 나왔습니다. 회사도 저도 모두 열심히 잘 해서 거친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