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이 산과 같이 흔들림 없이 튼튼하게 쌓인 상이랍니다. 상구 양이 후중한 덕으로 그치게 하고 흔들림이 없어 크게 물건을 쌓는 상이고요. 선후천 변화이치로 보면 외괘 산 자리에 하늘의 도가 밀려와 크게 쌓이는 이치니 간방(艮方)에서 하늘의 도를 이어받아 만물이 처음과 끝을 이루는 뜻이랍니다.
괘사는 不家食하여 길하고, 利涉大川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바르게 해야 이롭고요(利貞). 농사를 지어 거둔 수확물을 갖고 집 식구가 먹고 사는 걸 家食이라 하고 집 밖에 나가 일을 하는 걸 不家食이라 한다네요. 不家食吉이 되려면 쌓은 실력이나 부를 한 집안에서 굴릴 게 아니라 세상에 크게 펴야 하고, 그렇게 해서 큰내를 건넘이 이로운 것이지요. 동한 초효를 봅니다.
初九는 有厲-리니 利已.
(초구는 위태로우니 그침이 이롭다.)
초구가 육사와 음양이 잘 어울립니다. 그러나 잘 어울리는 게 大畜 괘에서는 좋지 않답니다. 大畜 괘는 쌓은 것인데 공부하여 도통하는 모습을 지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육사를찾아가면 위험하니 그 자리에 그치는 게 이롭다고 합니다. 초구가 동하면 손하절 괘가 되니 나아가지 말고 공손하게 안으로 들어가 그치는 뜻이 된다고 합니다. 상전을 봅니다.
象曰 有厲利已는 不犯災也-라.
(상전에 이르길 有厲利已는 재앙을 범치 않음이라.)
초구가 육사에게 가지 않고 제자리에 그치는 건 재앙을 범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랍니다. 강건한 건 괘가 손 괘로 변하니 과감해지지가 않습니다. 이럴 때는 가지 않고 제 자리에 있는 법이랍니다.
아버님을 생각하며 지은 괘의 뜻치고는 어렵습니다. 무망(无妄)하여 도를 쌓아 깨닫는 것이 이 괘의 모습이라면 괘를 지은 날 저에게 뭔가를 당부하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 아니면 살아가는 데 절제하라는 말씀일 수도 있을 것 같고요. 뭐 평생을 그쳐 살 수는 없는 거니까요. 그것도 아니면 제사를 두고 속상해하는 저에게 다른 식으로 위안을 주시는 말씀 같기도 하네요.
연말이 다 되어갑니다. 올해는 벗들과 송년회 할 시간도 없지 싶습니다. 한 해를 잘 정리해야 할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