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 음력 10월 6일 丙戌월 乙未일입니다. 오늘 안동에 오는데 유난히 차가 많더군요. 뭐가 그렇게 사는 게 바쁜지 새벽을 가르는 차들이 상하행선 모두 많습니다. 옛날엔 어땠을까요. 삶의 질로 보면 나아진 건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수확을 끝내고 겨울을 넘길 준비를 하는 시기이긴 하지만 불도 없는 새벽부터 먼 길을 나서는 그 많은 사람들이 옛날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는지는 모를 일입니다.
여전히 일에 대해 묻습니다. 이번 주는 어떨까 하고요. 위가 산, 아래가 연못 그래서 산택손(山澤損) 괘에 2효가 동했습니다. 損이라... 뭔가 ‘손해본다’는 뜻일까요. 損은 ‘던다’는 뜻이 있습니다. 산의 수목을 기르기 위해 못의 물을 조금 빼서 준다는 뜻에서 損이랍니다. 위가 나라라면 아래는 백성, 위가 체라면 아래는 용이 되는 건가요. 아래를 빼서 위를 채워주니 아래는 손해인데, 전체적으로는 고르게 되는 거군요. 어쨌든 괘의 뜻이 損이니 ‘던다, 손해보다’라는 면에서 해석을 해볼까요.
損은 有孚-면 元吉코 无咎하야 可貞이라.
(損은 믿음을 두면 크게 길하고 허물이 없어서 가히 바르다.)
利有攸往하니 曷之用이리오 二궤(대그릇 궤)-可用享이니라 .
(가는 바를 둠이 이로우니 어디에 쓰리오? 두 대그릇에 가히 써 제사를 지낸다.)
손해를 보면 가진 게 없어지지만 고르게 하자는 뜻이니 믿음을 버리지 않는 게 중요하겠네요. 그렇게 믿음을 갖고 나아가면 앞으로는 이익이 될테니 크게 길하고 허물이 없답니다. 일시적으로는 손해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살 길과 할 일이 생긴답니다. 이런 이로움을 어디에 쓸까요? 제사를 지내랍니다. 호화롭게 차리지 말고 대그릇에 포 두 마리 놓고 간략하게 제사를 지내랍니다. 그러면 어려운 損의 과정을 잘 이겨내고 이롭게 된다는 뜻이랍니다.
지난 번 산택손 괘 풀이에서도 얘기했는데, 공자께서는 損괘가 몸을 닦는 ‘덕지수(德之修)’라고 하여 수신하여 몸을 닦는 괘라고 말씀하십니다. 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은 잘 아시듯 대학에서 나온 3강령 8조목 중의 하나입니다. 3강8조 중에서도 本이 修身이니 그 뜻을 시간 순으로 해석해서는 안 되지만 자기 몸을 닦는 것, 즉 욕망을 억제하고 천리를 존중하는 것이 군자의 기본이라 했습니다. 그래서 상전에 징분질욕(懲忿窒慾)을 말씀하시는데, 언제봐도 마음을 새롭게 합니다. 오늘 동한 효를 봅니다.
九二는 利貞코 征이면 凶하니 弗損이라아 益之리라.
(九二는 바르게 하는 것이 이롭고 가면 흉하니, 덜지 말아야 더한다.)
구이는 선비의 자리입니다. 초구 백성이 농사 지은 수확물에서 참작하여 덜어 나라에 주는 게 좋지만 구이 선비는 공부를 하는 사람이니 줄 것이 없습니다. 선비가 줄 것이 없는데 나라에 주는 건 벼슬을 돈 주고 사는 거나 마찬가지이니 그렇게 벼슬을 산 사람이 나라에 도움을 줄 리가 없습니다. 그러니 선비는 덜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나라에 도움이 되는 것이지요. 비록 육오 인군과 응하는 자리이고 강한 양이지만 바른 자리에 있는 건 아닙니다. 다만 중의 자리가 중요하니 중도에서 벗어나서는 안 될 일이지요. 일터를 지키라 했으니 이번 주는 제 자리에 앉아 열심히 일하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 흠... 사실 좀 땡땡이 계획도 갖고 있었는데... 제 자리에서 열심히 일해 나중 일을 도모하기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