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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서 일하며

단양 적성비, 적성산성

by 무소뿔 2005. 9. 1.

중앙고속도로 타고 안동에서 영주 지나면 단양휴게소가 나옵니다. 처음 단양휴게소에 들렀을 때 정면에 보이는 삼각형 모양의 완만한 산이 참 좋았습니다. 저 산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더군요.

단양은 유명한 단양8경이 있고 좀더 떨어진 곳엔 그 유명한 구인사라는 천태종 본산이 있습니다. 물도 많고 산도 많아 과연 절경을 이룰 만한 곳입니다. 단양에 있는 죽성비는 그 옛날 죽령을 두고 고구려와 신라가 싸우던 시절보다 후기인 듯 싶습니다. 아무래도 신라의 힘이 강해져 갈테니까요. 단양휴게소 뒷쪽에 보면 단양적성비 올라가는 길이 나옵니다. 요즘엔 야트막한 유적지 안내판이 있으면 그냥 못 가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사진기 들고 산길을 한참 헤메다 보니 무덤만 몇 개 있고 통 적성비가 안 보이더라고요. 알고보니 평탄한 농사길이 하나 더 있었는데, 적성비라고 산꼭대기 있을 줄 알고 애꿎은 나무랑 가시덩쿨이랑 속 많이 상했을 겁니다.

적성비 있는 곳 찾아 경상도 쪽 바라보니 참 좋습니다. 저 멀리 제가 가보고 싶어하던 산이 손에 잡힐 듯하고 개울따라 생긴 산마을이 보기에 좋습니다.(사는 사람들도 그렇기를...) 진흥왕이 단양을 차지하고 얼마나 기뻤을까요. 저 답답한 죽령을 벗어나 어느덧 단양의 정상에서 위와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앞날을 꿈꾸었겠죠. 훗날 이 적성을 근거 삼아 한강까지 진출했잖아요. 그래서 단양을 차지하는 데 공을 세운 사람들을 기리고 이 땅은 신라땅 하고 말뚝을 박은 게 적성비겠지요.

충청도 쪽 바라보려고 뒤쪽으로 돌아가니 어떤 아자씨가 응가를 하고 계시더군요. 담배 피우면서...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그 두 냄새가 섞여 나는 냄새 참말로 고약합니다. 남의 사생활을 침범하는 게 아닌가 하기도 해서 살짝 충청도 쪽을 엿보고 내려왔습니다.

적성이라고 해서 처음엔 흙으로 만든 성인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더군요. 흙을 기초로 해서 기왓장만한 자연석들을 쌓아 만들었는데 견고하기도 하고 가지런하기도 하고 참으로 옛사람들의 지혜는 우리가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폭도 꽤 넓고 성의 넓이도 제법 되지 싶습니다. 이 성 만드느라 얼마나 고생했을까요. 저 군 시절 비슷한 작업을 한 적이 있습니다. 기왓장보다 좀 큰 자연석 하나씩을 산꼭대기로 나르는 일이었지요. 그 힘 좋던 시절에 오전에 하나 오후에 하나 딱 2개를 하루에 배당받아 나르는데, 정말로 고달프더라고요. 그 옛날 사람들도 그랬겠지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원됐을까요. 적성비와 적성비 모습입니다.


단양휴게소 오른쪽에 이렇게 올라가는 길 표시가 있습니다.

작은 광장을 지나면 이렇게 나무로 만든 멋진 계단이 나오지요. 계단은 역시 아래에서 올려보는 맛이 일품입니다.

올라가는 산 길엔 메뚜기 천지입니다. 어떤 녀석이 가슴에 퍽 부딪히는데 조금 엄살을 부리면 아플 정도입니다. 도시에선 보기 힘들지만 조금만 교외로 나와도 이 녀석들은 정말 흔합니다.

이게 나팔꽃인지 아닌지 모르겠어요. 비슷하긴 한데. 적성비 올라가는 길엔 정말 이 나팔꽃이 많더군요. 군락을 이룬게 나름대로 장관입니다.

색도 다양하고요. 꽃 뒤쪽에서 햇살이 살짝 비쳐 꽃잎을 밝혀주는 모습이 이쁩니다. 나팔꽃을 일본말로 아사가오라고 하는데, 그게 아침얼굴이라는 뜻이지요. 나쁜놈들이 꽃이름은 제법 이쁘게 만들었어요.

이 놈 아시죠? 사마귀는 호랑이만큼(?) 담력이 센 놈이지요. 5장6부 중에서 담이 발달한 놈입니다. 오죽하면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이 놈을 보면 조금 떨잖아요. 자식이 째려보면 음... 좀 그렇습니다. 우리도 담을 키워야지요. 이 녀석만큼은 아니더라도.

적성비 오르는 길입니다.

적성비 전경입니다. 발견이 늦었으니 주변 시설은 모두 근래 만든 거겠지요.

적성비. 신라에 충성한 이 지역 출신 인물을 칭송하고, 누구라도 신라에 충성하면 이렇게 포상하겠다는 내용이랍니다.

적성비 있는 곳에서 남쪽을 바라본 모습입니다. 가운데 적당한 물이 흐르고 작은 논과 밭들의 모습입니다. 보긴 참 좋은데... 우리가 늘 동경하는 삶의 공간이지요. 막상 들어거진 못하지만...

단양휴게소 앞에 있는 산입니다. 이 산은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이런 산은 기운도 좋을 것 같은데...

적성비

이게 적성의 모습입니다. 처음엔 적성이라고 해서 붉은 색을 연상했는데... 단양의 '단丹' 자도 붉다는 뜻이잖아요. 볕 잘 드는 이 땅의 색이 붉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성 모습입니다. 현재 복원중이라는 안내말이 있더군요.

산성을 따라 가니 이렇게 성문이 나옵니다. 동문인지 서문인지 북문인지 모르겠어요. 저 위로 가서 보면 충청도 단양 땅이 보이겠지요.

좀더 가까이 가서 찰칵. 어디선가 담배 냄새와 또 다른 냄새가 섞인 고약한 냄새가 나기 시작하더군요.


문 지나 충청도를 바라보려는데 오른쪽에서 볼일 보시는 어른이 계서서 더 이상 전진은 못하고...

견고하지요?

성의 폭도 제법 넓습니다. 차가 다닌 흔적이 보이니까요. 10미터는 안 되어도 대략 7-8미터는 족히 될 듯 싶던데...

내려오는 길엔 이 지역 역시 안동의 힘이 미치는 곳인가, 안동권씨의 무덤이 자리잡고 있었지요. 직조의 마술사 거미도 찰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