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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서 일하며

권정생 선생 살던 집

by 무소뿔 2007. 10. 17.

남안동IC에서 나와 왼쪽으로 조금 들어가면 유명한 조탑동이 나옵니다. 탑을 만들던 동네여서 조탑동이라는데 조탑동 5층전탑 맞은편에 조그만 골목이 있고 거기에 권정생 선생 살던 집이라는 푯말이 있습니다. 9월 중순으로 기억하는데, 선생이 사시던 집을 가보았습니다.

조탑동 5층전탑 안내판에서 남안동IC 맞은편 쪽에 작은 골목이 있습니다. 수준이 썩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이렇게 <작가 권정생 선생 살던 집 입구>라는 푯말이 보입니다.

골목을 따라 갑니다. 돌담이 보기 좋습니다. 바닥 콘크리트 길은 별로지만요.

작은 골목을 지나 언덕을 조금 오르니 저만치 선생이 살던 집이 나옵니다. 제법 넓은 나무가 하나 있어 집을 가려주니 사생활 보호가 되는 셈이네요.

선생은 살던 집을 허물라 하셨습니다. 선생의 생각대로라면 그게 맞겠지만 저는 좀 반댑니다. 선생 쓰시던 유품이랑 강아지똥이랑 몽실언니랑 모아 작은 전시관을 하나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안동시에서도 그런 고민을 하는 모양입니다. 선생의 유지와 어긋나는 일을 하려니 찔리겠지만 그리 되길 바랍니다.

선생 생전 모습1

마당 한 가운데 솥 하나 뎅그라니.... 뭘 고아 드셨을까요, 혼자 사는 살림치곤 솥이 큽니다. 밥이나 찌게 용도는 아니겠지요?

선돌에 신발 벗고 고개를 숙여 들어갈 정도의 작은 문입니다. 문설주 위에 하얀 종이로 뭔가 보입니까?

권정생 선생님 글은 눈물 없이는 볼 수가 없습니다. 한티재 읽을 때는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한 쪽 넘기고 울고 또 한 쪽 넘기고 울고... 책 속의 사람들이 얼마나 불쌍하던지 자꾸만 눈물이 나오더군요. 권정생 선생 명패입니다. 친필이겠지요. 문틀 위에 스태플러로 박아 고정시켰습니다.

짤순이, 작은 냉장고, 낫, 솥, 사각휴지, 주로 지붕에 쓰던 붉은 색 스레트... 허름할 거라 생각했지만 선생이 살던 집은 생각보다 더 허름합니다.

선생 생전 모습3

누군가 꽃을 갖다 놓았는지 세월이 흘러 저렇게 말랐습니다.

선생 생전 모습2.

선돌에 앉아 마을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저기 보이는 붉은 색 건물 쪽으로 좀더 내려가면 교회가 있습니다.

마당 한 켠 살림살이들.... 고무대야, 수도, 그릇들, 빨래판, 화분, 요강, 빈 병들...

뒷마당입니다. 선생이 심었던 걸까요 마을 사람이 심은 걸까요, 호박들이 잘 자라고 있습니다.

화장실.

TV안네나, 텃밭

조탑동 교회 모습

선생은 교회 종치기로 많이 알려져 있죠. 조탑동 교회면 이 교회가 맞지 싶습니다. 시골 교회치고는 제법 규모도 있더군요. 한참을 서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