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7일 음력으로 甲申년 壬申월 戊辰일주에 괘를 지어보았습니다. 유명한 괘가 나왔습니다. 水風井 괘에 2효가 동했습니다.
위에는 물이고 아래는 바람입니다. ‘巽은 入也’라고 한답니다. 손하절 나무가 우물 井자로 만들어져서 물속으로 땅 속으로 들어간다고 합니다. 물은 아래로 흘러가는 것인데 井자 형태 나무 위로 물이 차올라 이 물을 마신다고 합니다. 괘사를 보겠습니다.
井은 改邑호대 不改井이니 无喪无得하며 往來-井井하나니
흘(거의 흘)至-亦未귤(두레박줄 귤)井이니 羸其甁이면 凶하니라
(井은 邑은 고치되 우물은 고치지 않는 것이니, 잃는 것도 없고, 얻는 것도 없으며
오고가는 사람이 井井(샘물을 길어 먹고 먹나니)
거의 이르러 또 (두레박줄이) 우물에 닿지 못함이니, 그 두레박을 깨면 흉하다.)
‘읍을 고치되 우물은 고칠 수 없다’는 것에 대산 선생의 해설을 보시지요. 선생의 글을 볼 때마다 저는 늘 감탄합니다. 얼마나 공부를 많이 하셨는지 절로 고개가 숙어집니다. 상괘 감중연은 구오의 양이 오기 전에는(변하기 전에는) 곤삼절 땅 괘로 사람이 모이는 땅의 邑인데, 여기서 ‘읍을 고친다’는 改邑은 땅 가운데에 양이 와서 감중연 물이 되는 걸 말한답니다. 그러니까 땅을 파고서 물이 생긴 것입니다. ‘우물을 고칠 수 없다’(不改井)는 것은 땅을 파서 생긴 물을 가둬놓은 것이 우물인데, 이 물이 나오는 근원 자체를 고칠 수 없다는 뜻이랍니다. 절묘하죠? 백성을 위한 정치의 원칙을 고칠 수는 없고, 정치의 원칙에 어긋나는 정치인들은 모두 들어내어 새 사람으로 바꿔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답니다.
우물은 아무리 길어 먹어도 없어지지 않고 줄지도 않지만 마시지 않고 놔두어도 넘치지 않습니다. (无喪无得) 흠... 인군은 이런 정치를 해야 한답니다. 위화감을 조성하는 정치가 아니라 공평하게 정치를 해서 无喪无得의 정치를 해야 한답니다.
옛날 우물 하나를 파면 많은 사람들이 물을 길어먹었습니다. 어릴 적 생각이 납니다. 저도 한때 우물에서 물 길어 나르는 게 제 할 일이던 적이 있었습니다. 아련하네요. 만약 줄이 짧아 물도 퍼올리지 못하고(汔至-亦未橘井) 두레박마저 깨버리면 흉하게 된답니다. (羸其甁이면 凶) 너무나 당연한 말씀을 하시네요. 단전을 보면, ‘우물물에 두렉박 줄이 닿을락말락해서 물을 푸지 못한다(汔至-亦未橘井)’는 것은 공이 없다는 것을 뜻한답니다.(未有功也) 아무리 노력해도 공을 세워야지 공을 세우지 못하면 내세울 게 없다네요. 물을 푸기는 커녕 두레박마저 깨면 정말 흉하겠죠.
오늘 동한 2효를 봅니다.
九二는 井谷이라 射부(붕어 부)-오 甕폐(깨질 폐)漏-로다
(구이는 우물이 골짜기라, 붕어가 쏘고 독이 깨져 물이 샌다.)
다른 괘 같으면 양이 중을 얻어 구이가 좋은데 여기서는 그렇지 않답니다. 정괘 핵심은 물인데, 물을 만드는 양이 아래에 있어서 골짜기기 됩니다. (井谷) 우물물이 골짜기로 내려가버리니 먹지 못합니다. 설명하지 못한 초육은 진흙이어서 못 먹는데 구이는 골짜기로 새버리는 물이랍니다. 상전을 봅니다.
象曰 井谷射부는 无與也일새라
구이가 구오와 더불어야 하는데 음양응이 되지 못하니 구오 따로 구이 따로입니다. 그래서 더불지 못하는 상이랍니다. (无與也) 비록 중을 얻었으나 골짜기로 새버리는 그 물은 붕어가 놀 정도밖에 되질 못합니다.
수풍정 괘는 대산선생께서 야산 스승의 가르침과 함께 많은 것을 일러주십니다. 찬찬히 살펴보고 싶습니다. 조금 어렵기도 합니다. 여하튼 오늘 괘는 좀 별로군요. 물을 길러 먹어야 하는데 새버리는 물이고 두레박이 깨지는 형상이니 골치가 아픕니다. 몇 달 동안 계속된 영업 건으로 괘를 지어보았는데 말이죠. 이 괘는 육사가 우물벽을 고쳐서 구삼까지도 먹을 수 없던 물을 구오에서 먹게 됩니다. 음이 음자리에 있으면서 벽을 만들어주는 걸 찾아 영업을 성사해야겠군요. 새지 않으려면 공사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