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申년 己巳월 辛亥일 壬辰시에 지어본 괘입니다. 흠... 이럴 때는 좀 황당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곤괘를 두 개나 연달아 뽑아내는지... 하여간 요즘 괘 지을 때 느끼는 것이지만 특히 내괘에 곤괘가 자주 나옵니다. 오늘은 6효가 동했습니다.
곤괘는 설명이 깁니다. 간단히 보겠습니다. 괘사를 보겠습니다.
坤은 元코 亨코 利코 牝馬之貞이니 君子의 有攸往이니라
(坤은 元亨利하고 암말의 貞함이니 君子의 갈 바를 둔다.)
先하면 迷하고 後하면 得하리니 主利하니라
(먼저 하면 아득하고 뒤에 하면 얻으리니, 이로움을 주장한다.)
西南은 得朋이오 東北은 喪朋이니 安貞하야 吉하니라
(西南은 벗을 얻고 東北은 벗을 잃으니, 안정하여 길하다)
암말은 유순하면서 한번 짝을 지으면 거들떠보지 않는 정조가 있답니다. 이를 빈마(牝馬)라 하는데 군자가 이를 행실로 본받아 나아갈 바를 둡니다. 다르게 보면 훌륭한 군자가 이러한 덕을 갖춘 현숙한 여자에게 장가간다는 뜻도 된다는군요. 야산 선생은 우리나라를 예로 들어 서남방인 남한은 교류가 이루어져 벗을 얻고 동북쪽은 막히게 되어 벗을 잃는다는 뜻도 된다 하셨답니다.
땅이 하늘보다 앞서려거나 여자가 남자보다 앞서려면 아득해집니다. 원형 다음에 이정이 오고, 건괘 뒤에 곤괘가 오는 것이네요. 음의 도리는 양의 뒤에 있어야 소득이 있답니다. 소득이 있으니 결실의 利를 맡는 것이라 합니다.
후천팔괘상 서남방의 모친, 동남의 장녀, 남방의 중녀, 서방의 소녀가 배열되어 서남은 여자괘들이 있고 반대로 동북쪽에는 남자 괘들입니다. 그러니 서남방에 있는 음이 동북으로 가면 양을 만나게 되어 같은 무리인 음을 잃게 됩니다. 서남쪽에 있는 음들은 여자끼리 서로 예의범절을 배우로 여성의 부덕을 닦아나가야 길하다는군요. 그래야 나중에 벗을 잃게 되지만 시집을 가서 자식을 낳고 살림을 늘리고 대대손손 가도를 이어 경사가 있게 된답니다. 흠... 좋은 말입니다.
대산 선생은 중지곤 괘를 설명하기에 앞서 곤괘와 주역 일반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십니다. 한번 읽어보십시오. 오늘 동한 6효를 볼까요.
上六은 龍戰于野하니 其血이 玄黃이로다
(용이 들에서 싸우니 그 피가 검고 누르도다)
象曰 龍戰于野는 其道-窮也-라
用六은 利永貞하니라
象曰 用六永貞은 以大終也-라
흠... 맨 윗자리 상육은 마침내 음이 커져 극성한 자리에 가서 수컷과 싸움을 한다네요. 암수의 교합입니다. 천지의 정수가 합하면 玄黃의 빛이 섞여 푸른 창색이 나온답니다. 그래서 만물을 억조창생이라고 한답니다. 제가 하는 국선도에서도 구활창생이라는 말이 있죠.
결국 뭔가를 잉태하는 건가요. 음의 도가 다하여 막다른 데로 왔으니 궁즉변, 변즉통하는 계기가 되는 건가요. 어머니가 아기를 잉태하여 출산하기까지 열 달 동안 정고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처럼 길이 바름을 지켜야 이롭답니다. 하늘의 큰 양을 받아들인 용육은 정고한 덕으로(用六永貞)으로 잘 길러 마쳐야 한답니다.
결론은 항상 '공자님 말씀'입니다. 바름을 지키랍니다. 요즘은 영업이 될 듯 안 될듯 입질만 무성합니다. 이번달은 월급도 못 가져가서 집사람 볼 면목도 없는데 그 동안 들인 정성이 잉태가 된 것인가요. 잉태가 되었다면 결론이 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필요하다는 얘기군요. 어쨌든 정고한 덕으로 사람과 사업을 기르라는 말씀으로 섬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