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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친구의 인사발령...

by 무소뿔 2004. 8. 24.

오늘은 대학동창들과 함께 하는 사이트에 올린 글을 옮겨봅니다. 사실 괘를 짓다가 잘못했거든요. 이런 날도 있구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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易 이야기를 한 번 해볼까요.

보통 만물의 근원인 水는 陰의 상징이자 대표요 火는 陽의 상징이자 대표입니다. 水는 음의 상징이니 수렴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러니 아래로 내려가거나 모으는 성질이 있습니다. 火는 양의 상징이니 확장과 운동의 성질이 있습니다. 퍼지고 올라가고 그럽니다.

생각해보세요. 물이 아래로 내려가기만 하면 자연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물론 존재할 수 없습니다. 아래로 내려가다가 바다에서 모인 물이 그대로 있다면 바다가 아닌 다른 육지의 모든 생물은 다 불에 타 죽을 것입니다. 육지에 있는 물이든 바다에 있는 물이든 물이 수증기가 되어 위로 올라가지 않으면 정말 지구는 재미없는 세상이 되었을 것입니다.

불은 어떨까요. 열기가 위에만 있다면 육지는 어떻게 될까요. 땅에 발 딛고 사는 모든 생명은 물의 차가운 성질에 못이겨 다 얼어죽거나 불을 그리워하다 상사병에 죽겠지요.

결국 물은 올라가고 불은 내려와야 생명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음이되 양이고 양이되 음이어야만이 소통이 되는 것이지요. 이것을 수승화강(水乘火降)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우리 몸 안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작용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가 하는 단전호흡이나 잘 모르는 분야지만 한의학에서도 이 말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易 괘로 한번 볼까요? 보통 水는 음을 상징하지만 易의 水괘는 양입니다. 괘가 3개의 효로 이루어지는데 水괘는 위아래 2개가 음이고 가운데 하나가 양(陽) 효입니다. 양이 더 많은데 왜 음이냐고요? 왜 그렇잖습니까, 여자 하나에 남자 둘이면 대개 여자 뜻대로 돌아가잖아요. 반대 경우일 때도 마찬가지이죠. 수는 적어도 힘(?)이 훨씬 셉니다.

火 괘를 볼까요? 이 화괘는 반대로 위아래가 양이고 가운데가 음입니다. 그래서 火괘는 음 괘가 되는 것입니다. 좀더 복잡하게 알아보면 水도 음의 水가 있고 양의 水가 있으며, 火도 음의 火와 양의 火가 있지만 기본 生數에서 水는 양이고 火는 음이 됩니다.

언젠가 제가 게시판에 水를 뜻하는 숫자 중에 1이 있다고 했는데, 1은 홀수이니까 양이잖아요. 火의 대표적인 숫자는 2인데 짝수이니 음입니다. 옛어른들 말씀을 보면 세상 이치가 이렇다고 합니다. 모든 걸 숫자와 형상으로 알 수 있다고요.

구구절절 말이 길었습니다. 친구가 영업 쪽으로 옮겼다는데, 자연의 이치를 공부하여 운명을 알고자 하는 사람이니 잘 해나가리라 봅니다. 사실 저야말로 걱정입니다. 이 나이에 쬐맨한 직장에서 하루살이를 하고 있으니 정말 위태위태합니다. 그야말로 하루살이처럼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요. 뭐, 그렇지만 좋게 생각하자고요. 모든 일이 다 좋을 수만 없고 다 나쁠 수만 없잖아요. 사실 그래야 공평하지요. 잘 나가는 사람들에게는 그 만큼의 고충이 있을 것이고 우리 같은(?) 사람에게는 우리 만큼의 고충과 행복이 있을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물이 음인 줄만 알지만 물에게도 양의 성질이 있고, 불이 양이라고 알고 있지만 불에게도 음의 성질이 있습니다. 고난 속에서 희망의 불씨가 커져가며 득의양양 속에서 시련의 씨앗은 커져가지요. 그러니 겸손해야 할 일입니다. 또 강건해야 할 일입니다. 그래야 우리 마음도 음양의 조화가 되는 것이니까요.

친구의 인사이동 소식을 듣고 주절주절 적어보았습니다. 우리 나이 마흔셋 참 생각이 많은 나이입니다. 생각을 많이 하되 강건함과 따뜻함을 잃지 말자구요. 서로에게 위안과 격려가 되길 바랍니다. 마흔셋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