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벌서 몇 년 전에 회사를 그만둔 노처녀 아가씨가 갑자기 회사를 찾아왔습니다. 박카스 드링크 한 박스 들고요. 나이가 서른다섯인가 여섯인가 됐을텐데 결혼을 한다는군요. 요즘 같은 때에 회사를 그만둔 지 3-4년 된 사람이 불쑥 찾아와 결혼한다고 청첩장 뿌리고 가면 참 난감합니다. 그거 민폐지요. 게다가 직속 상사였던 저로 말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속으로 ‘그냥 혼자 조용히 시집가서 잘 살지 저렇게 눈치 없이 민폐를 끼칠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또 한편 생각하면 다릅니다. 자기 딴에는 좋은 일 생겨 옛 직장 동료들에게 축하를 받고도 싶고 또 그런 일을 도둑질 하듯 몰래 했다가 나중에 한 소리 듣기 십상입니다. 듣자니 만만찮게 나이든 신랑을 산에서 만났다니 둘다 기본적으로 선한다고 봐야겠는데, 그런 인연은 축하받아 마땅하지요.
그래서 없는 돈에 부조를 하려고 경리 아가씨한테 부조금 봉투를 하나 달랬더니 겉에 ‘祝 華婚’ 이렇게 써 있습니다. 별생각 없이 받아 드는데 옆에 있던 동료 한 분이 ‘祝 華婚’은 여자쪽에 부조할 때 쓰는 거고 ‘祝 結婚’은 남자쪽한테 부조할 때 쓰는 거랍니다. 글쎄요... 금시초밥(?)이더라고요. 네이버 검색엔진에 ‘화혼’을 입력하고 엔터를 탁 치니까 흠... 새로운 걸 배웠습니다.
아래 글은 네이버 아이디 goodmelo님이 누군가 질문에 답한 것입니다. 한번 읽어보십시오.
그것은요... [goodmelo (2002-12-06 10:54 작성)]
혼인의 혼(婚)은 장가든다는 뜻이고 인(姻)은 시집간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장가들고(婚) 시집간다(姻)"는 말이 된다.
장가든다는 뜻의 글자가 "혼(婚)"이 된 까닭은 저녁때(昏)에 여인(女)을 만나는 것이 장가드는 것이고,시집간다는 뜻의 글자가 "인(姻)"인 까닭은 여자의 집에서 신랑감을 구하는 데는 반드시 중신하는 부인인 매씨(妹氏)에 의해야 했으므로 여자 (女)매씨로 인(因)해 남자를 만나는 것이 시집가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중매(中媒)라는 말도 여기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혼인은 음과 양이 합하여 삼라만상이 창조하는 대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것이며 대자연의 섭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짝을 찾는 순수한 인정(人情)에 합하는 일이기 때문에 혼인은 신성한 이치이며 순수한 인정인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을 돌아보면 그토록 심오한 뜻을 담고 있는 혼인이라는 말 대신 결혼(結婚)이라는 말이 많이 쓰이고 있다.
혼인이라는 말이 결혼이라는 말로 대치되어 쓰이는 것은 전통혼인절차에 대한 명칭들이 낱말로 쓰여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 헌법이나 민법 등 모든 법률에는 결혼이란 말이 쓰여지질 않고 혼인이라고 쓰고 있다. 당연히 바람직하다고 본다.
남자와 여자가 부부가 되는 일은 '결혼'이라고 하면, 남자가 장가드는데 여자는 곁 붙여서 따라가는 것이 되고 '혼인'이라고 하면 남자는 장가들고 여자는 당당히 시집가는 것이 되어 어휘에서부터 명실상부한 남녀평등이 내포되어 있다 하겠다.
이런 의미를 모르고 오늘날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여성들도 '결혼'이란 말을 서슴없이 사용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본다면 오늘날의 '결혼예식장'은 '혼인예식장' 해야 하며 혼인예식 때 보내는 축하금 봉투도 '축 혼인(祝 婚姻)'이라고 써야 한다.
일반적으로 신부의 집에 축하금을 보낼 때 '축 결혼(祝 結婚), 축 화혼(祝 華婚)'이라고 쓴 다면 시집가는 신부에게 장가드는 것을 축하하는 것이 되어 잘못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바로 결혼이 아니고 혼인이어야만 정확하게 장가들고 시집가서 부부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