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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19|이스라엘의 소패권주의를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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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에 납치된 이스라엘 병사 길라드 살리트 상병의 구출을 명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은 중동지역을 불안과 전면전쟁의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미국을 등에 업은 이스라엘의 소패권주의가 또 다시 불을 뿜기 시작한 것이다. 그 동안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느리게나마 팔레스타인인들과의 평화공존을 모색해오던 이스라엘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계기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대한 탄압을 공공연하게 강화하고 있다.
오늘날 팔레스타인의 비극은 근세 유럽의 제국주의가 만든 산물이다. 원래 팔레스타인 지역에는 지난 2,000년 동안 95%의 아랍인과 5%의 유태인들이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더욱이 아랍인과 유대인의 민족적 뿌리는 같다.
그런데 제1차 세계대전 때인 1915년에 영국은 오스만터키 제국의 지배하에 있던 팔레스타인의 아랍인들에게 영국을 도와주면 전후 팔레스타인 지역에 아랍 독립 국가를 건설하게 해주겠다는 비밀협정을 맺었다. 그러고는 돌아서서 1917년에 유대인들과 비밀협상을 벌여 유대인이 영국을 도와주면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 독립 국가를 건설하게 해주겠다는 또 다른 약속을 했다. 그뿐만 아니다. 1916년에는 영국은 파렴치하게도 프랑스와 비밀협상을 벌여 전후에 팔레스타인 지역을 분할해서 북쪽은 프랑스가, 남쪽은 영국이 차지한다는 제3의 조약을 채결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유대인과 아랍인은 영국과의 협정과 약속에 따라 팔레스타인 지역을 두고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게 되었다. 더욱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각지의 유대인들이 대거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이주하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 아랍인들은 그 땅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세계의 패권을 장악한 미국을 등에 업은 유대인들이 1948년에 아랍인들을 내몰고 팔레스타인 지역에 이스라엘 독립 국가를 건설했다. 유럽인들에게 이스라엘의 건국은 유럽대륙을 배회하는 유대인들을 유럽 밖으로 몰아낼 호기였다.
이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난민들에게 온갖 가혹한 탄압과 인권유린과 학살을 자행하며 자신들의 국가체제를 공고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네 차례에 걸친 중동전쟁을 치르며 무력을 증강하고 소패권주의를 강화해왔다. 물론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미국의 일방적인 친이스라엘 정책 덕분이었다.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던 유대인들은 미국이라는 제국의 힘을 빌려 팔레스타인의 아랍인들을 몰아내고 그 땅을 차지하고선 빼앗긴 땅을 되찾으려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오만한 제국주의적 만행을 되풀이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난민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소패권주의는 철저하게 미국의 패권주의를 흉내낸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소패권주의는 결국 미국의 패권주의에 기생해서만 존립이 가능하다. 미국의 패권주의가 쇠퇴하는 날 그들의 소패권주의도 위기에 봉착할 것이며, 더 나아가 이스라엘이라는 국가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이 끝없는 무력을 통해 팔레스타인인들의 독립의지를 말살하고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의 생존을 보장받으려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들이 정말 그 땅에서 항구적인 국가로 존속하려면 지금과 같은 오만한 패권주의의 덫에서 벗어나 팔레스타인인들과 화해하고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창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중동 국가의 일원으로서의 자신의 위상을 확립해야 한다.
2,000년 동안이나 유럽과 세계 각지를 유랑하면서 나라 없는 민족의 설움을 처절하게 경험한 그들이 아랍인들을 제 땅에서 강제로 밀어내고 그 땅에 유대인 국가를 창설한 것도 모자라 그들을 박해하고 그들의 생존을 말살하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유대인들이 지닌 ‘독립국가’에 대한 비원(悲願)을 이해할 수 있으며, ‘독립국가’를 유지하고자 하는 그들의 눈물겨운 노력에 경의를 표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그들의 탄압을 합리화시켜줄 수는 없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지역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을 즉시 멈추어야 한다. 그리고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의 창설을 무조건 인정하고 그들과 항구적인 평화조약을 체결해야 한다. 그것이 팔레스타인인들의 비극을 막고, 이스라엘의 생존을 보장받고, 중동 지역이 평화와 안정을 찾는 첫 출발점이 될 것이다.
2006-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