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신령 할아버지와 호랑이가앉아 있는산신당을 뒤로 하고 다시 동벽 위에서 주흘문을 바라봅니다. 돌 성벽과성문이 어울려 멋진 그림을 연출합니다. 후손은 이렇게 감상하지만 이 성벽을 둘러싸고 왜놈들과 싸움을 하신 선조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마침 문경새재는 소풍 온 학생들로 한창이었습니다. 주흘문 뒤쪽에는 벚꽃이 그야말로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나무들이 어쩌면 그렇게 크고 잘 생겼는지요. 소풍온 여학생들이 재잘거리면서 나무 밑에서 사진을 찍고 장난을 칩니다. 보기만 해도 참 기분이 좋습니다.
이 고을에서 선정을 펼쳤다는 분을 모신 충열사를 지나 서벽 쪽으로 가보니 멋진 절벽이 나옵니다. 앗! 사진이 잘못 찍혔군요. 깎아지른 모습과 아래 물이 어울려 제법 장면을 연출했는데 사진기 조작이 서툴렀나 봅니다.
좀더 위로 오르니 이 고을에서 선정을 펼친 이들을 추모하는 선정비가 20여 개 있습니다. 한 분 한 분 모두 선정을 펼친 이들에게 고개 숙이고 좀더오르니 문경새재의 유일한 사찰 혜국사 오르는 길이 나옵니다. 마음이야 얼른 한 번 갔다오고 싶지만 동행한 일행 표정이 영 시원찮습니다. 문경새재에는 유명한 왕건촬영장이 있습니다. 주욱 둘러보니 왕건만 촬영한 게 아니고 여러 편입니다. 제가 나올 때도 SBS에서 연개소문을 찍으려 준비하고 있더군요.
돌맹이 하나하나 쌓아 만든 조산을 지나니 지름바우틀이 나옵니다. 바위가 기름짜는 틀을 닮았다 하여 그렇게 붙인 이름이라는데, 저가 보기에는 남자의 그것을 연상케 하더군요. 마침 떼를 지어가시던 아주머니들이 "저거 봐라, 뭐랑 꼭 같네!" 하면서 깔깔거리는 게 나만 그런 생각한 게 아니라서 다행스럽더군요.
지나던 양반님들네들 쉬었다 가던 조령원터는 대략 복원을 해놓았고 선생님 마이크 소리와 함께 우르르 들어온 학생들의 조잘거림에 순식간에 멍해집니다. 원터 돌벽 위에서 잠시 구경하다가 좀도 오르니 주막이 나옵니다. 어른신 대여섯 분이 평상에서 막걸리를 드시고 계셨고 하얀 돌에는 서애 선생의 시가 있습니다. 우물도 있는데 진짜 우물처럼 보이더군요. 양반님들 새재 가다가 이제 초입인데 어느새 지쳐 주막에 들러 막걸리 마시면서 경치 구경하느라 하루가 가는 모습이 선~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