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서해안에 폭설이 내려 피해가 많았습니다. 서해안 쪽에 폭설이 내릴 때 안동에도 몇 차례 제법 눈이 왔습니다. 서울도 그렇지만 지방 도시는 도시의 중심구역이 좁아서 눈이 조금만 많이 내려도 도시 기능이 거의 마비되곤 합니다.
12월 초순인지 중순인지 어느날 눈이 많이 오셨습니다. 눈이 많이 내리는 정경은 참말 좋습니다. 정말 아모~ 생각이 안 납니다.
안동에서 일할 때 점심 먹고 40~50분 정도 뒷산에 가서 뜀박질을 하곤 했는데 그날처럼 눈이 많이 내린 날은 뜀박질보다 찬찬히 눈구경 산구경 나무구경하며 다니는 게 재밌습니다. 안동 야산의 눈풍경 한번 보십시오.
한겨울에도 소나무는 여전히 푸르고 그 푸른 잎과 가지와 줄기마다 하얀눈이 이렇게 쌓였습니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나무 밑은하얀 눈가루가 눈부십니다.
물기운이 사라져 색이 바랜 가느다란 풀 위에도 눈이 쌓였습니다. 대견해서 차마 건드리질 못합니다.
한 10여 미터 뒤에서 할머니가 할아버지 뒤를 따르십니다. 그렇게 앞서거니 뒷서거니하시면서 평생을 함께 사셨겠지요. 멀리서 두 분의 모습을 보았는데 꿈처럼 각인이 됩니다.
한 차례 오르막길을 달리다가 이 길을 따라 주욱 달립니다. 여긴 내리막이라 수월하지요. 눈 내린 정경이 좋습니다. 달리다 사진 한 장 찍고 달리다 사진 한 장 찍고... 신발엔 눈이 가득하고요...
요즘 영주, 안동, 봉화 등 경상북도 북부권역은 분도(分道)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도 이름을 뭘로 할까요? 경상北北도? 그나마 살림살이가 변변찮은데 대구를 중심으로 남부에 기반시설과 기관들이 들어서는 데 대한 반발이라 생각합니다. 젊은 여자가 없는 사회는 죽은 곳입니다. 젊은 여자가 없는 사회는 조상과 후손을 엮지 못합니다. 자존심밖에 없는 퇴계의 계승자들도 이런 유혹에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 길은 경사가 만만치 않은 곳입니다. 이 길을 뛰어 오를 때마다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지 하고 늘한숨을 폭폭 쉬지요.얼마나 힘든데요... 쉬지 않고 뛰어 정상에 오르면... 하~ 그때 비로소 이 맛에이 산길을뛰었지 하고마음이 좋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