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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 같은 글

남북관계발전법이 열어갈 미래

by 무소뿔 2006. 1. 7.
남북관계발전법이 열어갈 미래
기고
▲ 조국 서울대 교수·법학
‘황풍’이 온 나라를 휩쓰는 통에 묻혀버린 중대한 소식이 있다. ‘남북관계발전에 대한 법률’이 여·야 합의로 지난해 12월8일 국회를 통과하였다는 사실이다. 이 법 이전에도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 있어 남-북 간의 왕래, 교역 등의 협력사업을 규율하였으나, 이번에 통과된 법은 향후 남북관계의 발전에 있어 훨씬 중대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남북관계발전법’은 남북대표회담, 대북사절 파견, 남북합의서 체결 등을 위한 튼튼한 법적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 이후 일관되게 추진되고 있는 남-북 간의 평화공존정책의 결과 현재 한반도에는 과거와 같은 냉전적 긴장과 충돌은 보기 힘들어졌다. 그렇지만 이 정책은 ‘통치행위’ 차원에서 장막 뒤에서 비선을 통하여 은밀히 추진되면서 여러 부작용을 낳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 이 법의 제정으로 북한과 중요사항에 관한 교섭·회담, 남북합의서 서명·가서명 등을 위한 남북회담 대표나 대북특별사절을 임명하는 법적 근거와 절차가 마련되었고, 대통령은 남북합의서 체결·비준권이 있고 국회에 이에 대한 동의권이 있음이 명확히 규정되었다. 이러한 규정은 향후 남북관계의 발전에 확고한 법적 안정성을 부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으로 ‘남북관계발전법’은 과거 독일의 예를 따라, 남북관계를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남북 간 거래는 국가 간 거래가 아닌 ‘민족 내부의 거래’로 규정하였다. 이는 남과 북이 국제적으로는 두 나라로 존재하지만, 한반도 차원에서 남과 북은 미래 수립될 통일국가의 구성부분이라는 점을 밝힌 것이다. 얼핏 보기에 모순으로 보이는 이러한 규정은 현행 헌법의 틀 내에 남북관계를 법적으로 규정하기 위한 방안이며, 법은 현재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남북경협에서 발생하는 관세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기도 하다.

한편 이 법은 한반도 평화 증진, 남북경제공동체 구현, 민족 동질성 회복, 인도적 문제 해결, 북한에 대한 지원, 국제사회에서의 협력 증진 등을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정부의 책무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통일부 장관은 남북관계 발전의 중·장기적인 비전 제시를 위해 5년마다 남북관계발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예산이 수반되는 기본계획은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였다. 이로써 헌법에 규정된 평화통일 정신이 공허한 정치적 구호에 그치지 않고, 사안별로 구체화되고, 또한 점검되어야 하는 실천과제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남북관계발전법의 제정에도 불구하고 이 법과 국가보안법 사이에는 분명 긴장이 존재한다. 이 두 법의 지향 중 어느 쪽이 한반도에서 최종적 우위를 차지할 것인가는 향후 국내외 세력의 힘 관계에 달려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향후 국내적으로 어떠한 세력이 정권을 잡건, 또한 북핵 문제 등으로 어떠한 국외적 긴장이 발생하건 간에 지금까지 쌓아온 남북 간의 신뢰, 교류 및 평화공존의 정신은 지켜져야 한다. 남북관계발전법의 제정은 바로 이러한 정신을 불가역적으로 안정화하는 첫 걸음임과 동시에, 국가보안법의 시대의 끝이 다가옴을 알리는 신호이다. 정치권과 정부는 이 법의 제정에 그치지 말고, 기존의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을 더욱 구체화하여 남북 간의 경제와 문화 교류 및 협력을 가속화하는 법적 틀을 마련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할 것이다.

조국/서울대 교수·법학

기사등록 : 2006-01-05 오후 09:20:31기사수정 : 2006-01-05 오후 09: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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