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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괘

4월 14일 화수미제(火水未濟)

by 무소뿔 2008. 4. 15.

4월 14일, 음력 戊子년 丙辰월 甲申 일주입니다. 오늘 지지는 申子辰 3합이니 온통 축축합니다. 水 기운이 강렬한데 천간은 木火土의 건조하고 더운 기운입니다. 오늘 지은 괘의 모습과 비슷하네요. 화수미제(火水未濟) 괘가 나왔습니다. 동한 효는 4효와 6인데 동효가 2개 나오면 상효의 효사를 점사로 하라니 그렇게 하겠습니다.


개발팀장 중 한 명이 그만두겠답니다. 이 친구 나이도 많은데 옮기겠다는 곳이 미덥지 않습니다. 평소 제가 힘들게 한 게 크게 작용했을 겁니다. 딴에는 조금 힘들더라도 이 친구에게 좋을 거라 나름 하드트레이닝 시킨 셈인데요... 이 사람은 달랐을지 모르겠습니다. 걱정이 됩니다. 이 친구 나가서 구멍날 일들도 걱정, 나가서 잘 살 수 있을지도 걱정... 그래서 이게 전화위복이 될지 그냥 고생으로 끝날 일일지 물어보았는데 화수미제 火水未濟 괘가 나왔네요.


이 괘는 몇 차례 공부했지만 한 번 더 보지요 뭐.


未濟하니 小狐-하야 濡其尾无攸利하니라.

(未濟는 형통하니, 작은 여우가 거의 건너서 그 꼬리를 적심이니, 이로울 바가 없다.)


未濟는 건너야 합니다. 다른 말로 할 일이 많이 남았다는 뜻이고요. 그래서 형통하답니다. 형통하려면 무모하게 하지 말아야 하는데 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네요. 그래서 좋지 않답니다. 작은 여우가 앞뒤 가리지 않고 감당하지 못할 큰 물을 건너다 결국 꼬리를 적셨으니 좋지 않습니다.


未濟 괘는 양의 자리에는 음이, 음의 자리에는 양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렇게 모두 제 자리에 있지 못하지만 강함과 부드러움이 잘 조화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희망이 있습니다. 처녀총각은 아직은 따로 있지만 곧 시집 장가갈 수 있으니까요.


상전을 봅니다.


象曰 火在水上未濟君子-하야

(상전에 이르길 불이 물 위에 있음이 未濟니, 군자가 이로써 )

愼辨物하야 居方하나니라.

(삼가여 물건을 분별하여 방소에 거한다.)


뜨거운 불이 위에 있고 차가운 물이 아래 있으니 겉모양은 언뜻 제대로 된 것 같지만 수승화강이 되질 못하고 실제로는 모두 제 자리를 잃고 있는 상태입니다. 군자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신중하게 각 사물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잘 분 분별해야 한답니다(愼辨物). 물건을 제 자리에 두고, 제 자리에 있지 않은 음과 양을 모두 제자리에 놓아야 한답니다(居方).


동효를 봅니다.


上九有孚于飮酒-면 无咎-어니와

(상구는 술을 마시는 데 미더움을 두면 허물이 없거니와)

濡其首-면 有孚失是하리라.

(그 머리를 적시면 믿음을 두는 데 바름을 잃는다.)


상구는 剛으로, 주역의 64괘 마지막 未濟괘의 384번째 효, 마지막 효 맨 끝의 자리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왠 술? 왜 술 마시러 갈 때 그러잖아요. 오늘은 딱 세 잔이다, 딱 반병이다 이렇게요. 그렇게 하겠다고 했으면 그 믿음을 지켜야 한답니다. 술을 술이 부르고 술독에 빠질 정도로 마시면 신의, 즉 有孚는 끝난 것이랍니다. 구오 때 정치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벌이다가 상구에 와 때가 극에 이르러 마땅한 직책이 없습니다. 이때 그 때를 즐기며 스스로를 지키면 허물이 없습니다. 다만 너무 즐거움에 탐닉하면 바름을 잃어 해롭다고 합니다.


상구는 비결이 담겨 있는 효이기도 합니다. 유불선과 서양의 신념이 만나 酒가 되고, 선천의 마지막 때 신앙생활을 잘 조절하면서 해나가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고 합니다. 비결은 그런데 오늘 물어본 건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未濟괘이니 일단 제자리에 있지 않은 상황에 답답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절제된 믿음을 갖고서 일을 해나가면 허물이 없다고 합니다. 상구가 동하면 雷水解(뢰수해)가 됩니다. 직장을 옮겨가는 그 친구에게도 저에게도 골치아픈 문제들을 풀어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