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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서 일하며

2009년 가을 저녁 봉정사

by 무소뿔 2009. 11. 13.

2009년 11월 봉정사를 다시 찾았다. 가을 국화 필 때 한 번 가보라 하더니 다 지나고 흔적만 남은 11월 중순에 봉정사를 다시 찾았다.  오후 5시가 다 되어가고 절 입구 줄지어 선 국화차 부스들이 철수준비를 하고 있다.

천등산봉정사(天燈山鳳停寺) 일주문을 지나 법의 세계로 들어가자. 

일주문을 지났으나 아직 절의 진짜 입구를 지나지는 않았다. 만세루 계단이 몇 개더냐... 무상한 사람들이 이 계단을 밟고 그리던 세계로 오른다.

봉정사 벽은 아무렇게나 생긴 크고 작은 돌들을 어울리게 하여 쌓았다. 먼 옛날 사람들은 제 각각의 돌들을 주워 이 담을 만들며 무상한 삶의 한결같음을 빌었을까...

만세루 밑에서 허리 숙여 지나다 위를 보니 또 계단이다. 대웅전 편액이 선명하다. 계단 전체 숫자가 108개일까? 세어보지 않아 모르겠다.

봉정사는 대웅전보다 극락전(極樂殿)이 더 유명하다. 현존하는우리나라 목조건물 중 가장 오래되었다고 한다. 보기 드문 주심포(株心包) 건물로 고려시대 건물인데 통일신라 시대의 건축양식을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편액 및 띠선은 원래 약간 곡선이었다고 하는데, 1972년 보수공사 때 저렇게 직선처럼 처리했다는 얘기도 있는데... 사실과 부합하는지는 모르겠다. 국보 15이다. 임진왜란 전 건물은 모두 보물이라는데, 고려 때 지었다니 더 얘기할 게 없겠다.

역시 보물(제449호)인 고금당(古金堂)이다. 원래는 선방이었는데 요사채로 쓰고 있다고 한다. 1616년 고쳐지은 사실은 밝혀졌으나 건립한 연대는 확실치 않다고.

대웅전에서 바라본 만세루(萬世樓).

이렇게 높은 곳에서 루의 투명병풍 사이로 세상을 보면 참으로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저 자연을 닮으면 좋은데... 저 멀리 서광이 보인다.

대웅전(국보 제311호). 극락전이 주심포 양식인데 대웅전은 다포(多包) 양식이다. 조선 초기의 건물로 추정한다고. 대웅전에 붙은 마루가 특이하다. 우리나라 건물의 마루는 참으로 운치있고 생기기도 잘 생겼다. 재작년 일본 절들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받침의 처리나 끝단의 처리가 어설프고 엉성하여 참말로 못생겼네 하는 생각이 들더라.

대웅전 옆 모습. 역시 다포 양식임을 잘 알 수 있는데 사진이 어둡다.

우리네 건물의 기단은 이렇게 대충 넓적한 돌들을 주워 사용하고 나무를 그 모양에 맞춰 깎아 세웠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지만 가만 보면 참말로 예쁘고 격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민족의 성정이 그런가...

영산암을 안 가볼 수 없다. 낙엽이 제법 떨어져 여전히 가을 운치를 담고 있다.

영산암에 올라 봉정사 본 가람을 보니 늦가을 운치가 여전히 곱다. 그걸 옮겨보고 싶은데 핸폰 사진기의 역량이 그걸 담을 수는 없는 모양이다.

영산암(靈山庵)은 응진전, 염화실, 송암당, 삼성각, 우화루, 관심당으로 이루어진 부속암자이다. 건립연대는 알지 못하며 19세기 말로 추정한다고 한다.

다시 절을 본다. 여전히 늦가을 정취가 남아 있어 좋은데 핸폰 카메라로는 여전히 별로다.

우화루(雨花樓). 석가모니가 영취산에서 설법을 전할 때 하늘에서 꽃비가 내렸다는 데서 유래한다고. 雨 자와 樓 자는 미루어 알아보겠지만 그냥 봐서 花는 모르겠더라.

우화루 아래에서 영산암을 안으로 들어가면서.

이윽고 닿은 영산암. 국화꽃이 반겨준다.   송암당(松岩堂)이 뒤로 보인다.

중앙이 응진전, 오른쪽이 관심당, 왼쪽은 삼성각.

관심당(觀心堂). 마음을 보는 집이란다. 생각의 들고 나감을 그냥 바라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생각만 쫒아간다.

송암당(松岩堂). 집 오른쪽 소나무가 있어서 그런가... 어둠이 찾아오고 있었다. 날도 쌀쌀해지고. 스님 한 분이 불을 송암당에 불을 때는데 그 연기가 암자 안에 가득하다. 구수한 나무 때는 냄새에 연기가 자욱한 암자는 이승인가 저승인가...

관심당 마루 오른쪽 끝 부분에 앉아 보는 게 이 암자의 백미인 듯 싶다. 이곳은 절대 서서 봐서는 안 되고 꼭 이 마루에 앉아서 세상을 봐야할 것만 같다. 우화루 자연벽풍 사이로 천등산 자락이 살짝 보이고 아담한 암자 안마당에서 이렇게 하염없이 있고 싶다.

송암당 굴뚝에서는 연기가 오르고 응진전 앞 꽃밭은 국화만 가득하다. 늦가을 봉정사의 국화꽃 냄새가 머리를 맑게 해준다.

송암당 굴뚝.

그 굴뚝 쪽에서 바라본 삼성각.

송암당 뒷길과 뒷마루.

송암당 아궁이 앞. 굵은 통나무 가는 나무, 그리고 장작들을 잘 정리해 저렇게 비닐, 짚으로 싸서 두었다.

송암당에 아궁이가 둘인데 하나는 스님이 불을 막 지피고, 다른 하나는 이렇게 활활 타고 있다. 좀전에 영산암 안마당을 가득 채운 그 연기는 이곳에서 나온 것이리라.

송암당 아궁이와 우화로 사이 빗길로 나와 다시 안마당을 보니 이렇게 국화가 만발이다.

나가면서. 우화루 문. 절집 문 중에는 이렇게 약간 곡선인 문지방들이 있다. 무슨 까닭인지... 이렇게 봉정사를 봤다. 다음엔 국화꽃 활짝일 때 환한 낮에 와보고 싶다.   

봉정사를 나와 지조암 가는 길로 가는 데 국화 밭이 있더라. 너무 어두워 찍힐까 싶었는데, 오~ 핸폰 제법인데? 이건 사람 눈보다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