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甲申년 甲戌월 庚辰 일주입니다. 제가 다니는 단전호흡 도장에 오늘은 손님이 평소보다 적습니다. 아마도 금 일주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맞네요. 왜 금 일주가 아닐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숙살의 일주에 따뜻한 기운이 움츠려든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옛동료가 지은 괘는 地風升 괘이고 4번효가 동했습니다. 살기 힘들다며 점을 봐달라고 하는데 제가 점 볼 줄은 모르고 지은 괘를 책 보며 풀이는 해보겠다며 받아온 괘입니다. 사실 다 살기 힘들죠. 또 어찌 생각하면 살기 위해 힘을 들이니까 사는 거죠. 힘 들이마시는 일이 없으면 죽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힘든 게 사는 거죠.
地風升은 위가 땅이고 아래가 바람입니다. 風 괘는 바람도 되지만 동방을 뜻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가 동방이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 風 괘가 아니라 艮(山) 괘에 비유합니다. 風 괘는 대개 일본을 뜻합니다. 뭐 이 괘 풀이하고는 별 상관없지만요.
그러니 나무가 땅 속에서 나와 커올라가는 모습이라고 오를 승(升)이라고 한답니다. 낮은 데서부터 올라가니까 지위라고도 한답니다.
괘사를 보겠습니다.
升은 元亨하니 用見大人호대 勿恤코 南征하면 吉하리라 .
(升은 크게 형통하니 대인을 보되 근심하지 말고 남으로 가면 길하리라.)
나무가 커 올라가고 지위가 올라가는 升 괘는 형통합니다. 대인을 보라(用見大人) 하였는데 외괘의 중인 육오가 風 괘의 중인 구이 대인을 만나야 하고 구이는 육오를 찾아야 길합니다. 임금의 자리에 있는 육오가 자기를 해할까 염려하지 말고(勿恤) 육오 인군을 찾아 남쪽으로 가야 길하다는 뜻이랍니다. 이러면 크게 형통하여 승진도 되고 변방에 있던 사람도 내직으로 들어가고 계급도 올라갑니다.
여자인 육오가 임금이 되어 정치를 하는데 아래에 있어야 할 음이 왕이 되니 현명한 신하가 있어야 합니다. 임금이지만 육오가 구이만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剛과 柔가 잘 응하고 있으니 겸손한 덕이 생기고 그 중심이 강하니 흔들리지 않아 구이의 덕이 빛나게 되니 크게 형통합니다. 단전에 順德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 말은 처음엔 조그맣던 묘목이 마침내 큰 나무가 되는 것처럼 한번에 升하는 게 아니가 티끌이 모여 태산이 되듯 작은 것을 모아 크게 하는 덕이라고 합니다.
동한 효 제 4효의 뜻을 보겠습니다.
六四는 王用享于岐山이면 吉코 无咎하리라 .
(육사는 왕이 써 기산에서 제사를 지내면 길하고 허물이 없으리라.)
기산은 옛날 문왕이 정치를 했던 곳으로 은나라의 서쪽입니다. 옛날 은나라의 주왕에게 핍박을 받던 문왕이 서쪽 기산에서 왕이 되어 형통하다는 뜻이랍니다. 주자(주희)는 享 자를 제사지내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서쪽 산에 올라가 제사를 지내면 하늘이 감응하고 신명이 감응하니 허물이 없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답니다. 아직 문왕이 왕이 된 게 아니고 제후였으니까요.
정리를 해보죠. 이 괘 뜻은 기산에 올라가 제사를 지낸다는 것인데, 모든 일이 순하게 잘 풀리도록 기원하라는 뜻이랍니다. (順事) 즉 순하게 하늘을 섬기라는 뜻이지요. 옛동료에게는 일이 순조롭게 풀리도록 하려면 서쪽 산에 올라가 제사를 지내라 해야겠네요. 요즘에야 제사를 번거롭게 생각하니 서쪽 산에 올라가 마음 가다듬고 조용히 묵상하고 기도하고 오라고 하면 되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