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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괘

화지진(火地晋)/산택손(山澤損)

by 무소뿔 2009. 1. 6.

 
 


2009년 1월 6일, 음력으로는 여전히 戊子년 乙丑월이고 辛亥 일주이다. 한겨울 꽁꽁 얼어붙은 대지에 辛금 하나가 빛을 발하고 있는 모습이다. 辛금은 물을 좋아하는가, 연월일지 모두 장생, 양, 목욕이니12 운성으로 말하면 타고난 때의 기운이 좋다.

올해는 어려울 것이라는데, 새로운 일을 하려면 하던 일을 잘 마무리해야 한다. 1월에 마쳐야 하는 일 중 하나가 생각처럼 진도를 뽑지 못하고 답답하다. 담당하는 사람에게도 직원에게도 모두 못할 짓인데, 중요한 직에 있는 친구가 흔들리니 더욱 답답한 노릇이다. 일을 기한 내에 마칠 수 있을지, 흔들리는 친구는 세울 수 있을지 한 번에 물어보았다.

위가 불이고 아래가 땅이니 화지진(火地晋) 괘가 나온다. 척 봐도 소통이 안 되는 괘이니 보나마나 심란한데 동효가 셋이나 된다. 동효가 셋이면 본괘를 체로 보고 지괘를 용으로 보라 했으니 그렇게 풀어보자. 초효, 이효, 사효가 동하니 지괘를 만들어보니 외괘가 산이고 내괘가 연못이 되어 산택손(山澤損) 괘가 된다. 괘사를 점의 결과라 하는데, 이건 또 뭔가 손(損)...?

먼저 체가 되는 火地晋 괘사를 보자. 火地晋 괘는 처음 지어보는 괘이다. 무슨 뜻일까.

괘 모양은 위가 불이고 아래가 땅이라 일단 소통이 안 되어 심란한데 그 뜻은 좋다. 晋이 ‘나아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괘사를 보자.

康侯用錫馬蕃庶하고 晝日三接이로다.
(晋은 [나라를] 편안하게 하는 제후에게 말을 많이 주고 하루에 세 번을 접한다.)

火地晋은 밝은 것이 땅 위로 올라 밝은데, 해가 중천에 떠 있는 모습이란다. 해가 중천에 있다는 것은 세상으로 보면 평화로운 것이다. 밝은 세상이 되었으니 밖으로 나간다. 밤에는 자고 낮에는 나가는 이치인 셈이다.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제후들을 모아 잔치를 하니 큰 상으로 말을 주고, 처음 천자한테 가서 조공 바칠 때 접하고, 잔치할 때 접하고, 돌아갈 때 한 번 더 접하니 하루에 세 번이나 천자를 접한다. 귀한 상이다.

彖曰 進也-니
(단전에 이르길 晋은 나아가는 것이니)

明出地上하야 順而麗乎大明하고 柔進而上行이라.
(밝은 것이 땅 위에 나와서, 순해서 크게 밝은 데에 걸리고, 柔가 나아가 위로 행함이라.)

是以康侯用錫馬蕃庶晝日三接也-라.
(이로써 康侯用錫馬蕃庶晝日三接이라.)

하늘은 굳세고 땅은 순하니 내괘인 땅을 보고 順을 말하고, 외괘는 大明이다. 해가 떠서 지는 게 아니라 중천에 걸려 있으니 大明이다. 안으로 순하고 밖으로 밝히듯 모든 일을 밝게 처리한다는 뜻이다. 어두운 데 있던 柔가 육오가 되어 왕 자리에 있으니 나아간 것이라. 평스스로 밝은 덕을 밝힌다.

마음이 한결 가볍다. 體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用이 된다는 山澤損을 보자.

위 산에는 수목이 울창하고 아래에는 물이 고인 상이다. 산의 수목을 기르기 위해 못의 기운을 조금 빼서 준다는 뜻에서 괘명을 損이라고 한단다. 난 또 무지 손해보는 건지 알았더니 이거야 손해라 할 수 있나. 어쨌든 한 나라로 치면 위는 나라이고 아래는 백성이란다. 백성은 풍요하고 나라 창고가 비어 있단다. 백성의 것을 조금 덜어 나라 창고를 채운다.

有孚-면 元吉无咎하야 可貞이라.
(損은 믿음을 두면 크게 길하고 허물이 없어 가히 바르다.)

利有攸往하니 曷之用이리오.
(가는 바를 둠이 이로우니 어디에 쓰리오. 두 대그릇에 가히 써 제사를 지낸다.)

아래가 손해를 보는데, 어쨌든 가진 게 없어지므로 함부로 쓸 일이 아니란다. 그렇지만 손해를 보더라도 믿음을 두고 가면 損이 이익이 되므로 크게 길하고 허물이 될 게 없단다. 손해를 보더라도 마음을 잘 써야 한다. 이렇게 나아가면 이로운데, 가장 큰일은 제사지내는 일이라, 제사를 차리더라도 성찬으로 하지 말고 대그릇 둘에 포 두 마리 놓고 제사지내는 간단한 방법을 쓰란다. 이렇게 하면 손의 어려운 과정을 잘 이겨낼 것이니 믿음을 갖고 바르게 나아가면 무슨 일이든 손해를 극복해서 유익하게 된다는 뜻이란다.

흠... 마음이 답답하니 火地晋을 보고 소통이 안 되는구나 지레 짐작하고, 거기에 동효는 셋씩이나 있으니 오늘 괘는 우울하겠다 미리 결론짓고 실망을 하려는데, 두 괘사의 뜻을 체용으로 삼아 점을 풀이해보니 잘 될 것 같다. 힘들더라도 직원들 다독거리고, 늦어져도 짜증내지 말고 기관과 잘 상의하여 우리 걸 주며 협상할 일이다. 덕분에 처음 지어본 괘도 있으니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