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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건 알아야

혜존(惠存)

by 무소뿔 2011. 8. 2.

올초 새벽 시간에 같이 단전호흡을 하시는 교장선생님(이미 정년퇴임하심. 70초반의 젊잖고 재미나신 분)께서 운동을 마치고 기다렸다가 책을 한 권 주신다. 당신께서 쓰신 수필이 실린 책이라고...

책 속표지에 

"OOO 사범님께.
ㅁㅁㅁ(선생님 성함)   혜존(惠存)"

이라 쓰셨는데 어째 못 들어본 말, 아니면 일본말 같아서 찾아보니 역시 그렇더라.

오늘은 얼굴책으로 알게 된 분께서 예쁜 부채에 글씨를 적어 보내신 사진을 봤는데 역시 

혜존(惠存) 이란 글자가 보인다.

차마 바로 말씀 드리지 못하고 네이버가 알려준 글로 대신하니 혹 기회가 있으려나...

--------------------------------------------------------------아하

책에 쓰는 감사의 말이 혜존?

명예 bird501
2009.03.20 01:48
보통 타인에게 책을 드릴 때 뜻도 잘 모르고 혜존(惠存)이라는 단어를

흔히 적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입니다.

자신이 지은 책을 잘 간직해달라는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역시 일본어식 표현이라 삼가는 게 좋습니다.

더더구나 자신이 지은 책도 아닌데 유식한 척 하느라 쓰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000(받는 분)님께 드립니다. 혹은 000(드리는 사람) 올림 하는 게 낫습니다.

또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드립니다.(올립니다)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선생님께 생신 선물로 책을 드린다면,

항상 부족한 저를 잘 이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선생님 생신 축하드리며, 작은 정성을 드립니다.

200*.3.*일  선생님을 존경하는 제자 000 올림.

이런 식이면 무난하지 않나 싶습니다.

지나치게 어려운 말로 포장하는 것도 가식적이고,

너무 유아적인 어투도 유치해보일 수 있으니까

다소 건조해보이더라도 마음을 전달하는 표현이 좋겠습니다.

 

저도 여러 제자들에게 편지를 많이 받아봤고,

저역시 은사들께 편지나 간단한 글을 전할 때 보통 이런 문구를 썼습니다. 


중요한 것은 감사의 마음입니다.

현학적인 미사여구의 수사는 오히려 그 감사의 마음이 훼손될 수 있습니다.


ascallas2010-11-08 21:44:54

[내용추가] 국립국어원이 홈페이지 질의문답게시판에 올린 게시물(2009년 2월 17일)을 보면, "현재 <표준국어대사전>에 '혜존'이 순화대상어로 소개되어 있지 않고, '순화대상어' 목록에도 '혜존'은 없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게시판에 한 네티즌이 올린 바에 의하면 '혜존'이란 말 자체는 일본어식 표현이라기보다는 우리나라에서도 예전부터 쓰던 말이라는군요. 옛날 문장가들이 남긴 문집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오늘날 쓰이는 '혜존'과는 뜻이 다르다고 합니다. 책을 다른 사람한테 주면서 잘 간직해달라는 의미로 써주는 말이 아니라, 원래는 책을 받은 사람이 그 은혜(惠)에 고마워하며 간직하겠다(存)는 의미로 책표지 안쪽에 써두는 말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의미의, 전통적으로 써온 '혜존'은 잊혀지고 의미가 반대인 일본식 '혜존'이 쓰이고 있다는 건 분명 문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