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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괘

풍천소축(風天小畜)

by 무소뿔 2008. 5. 14.

5월 15일, 戊子년 丁巳월 甲寅 일주입니다. 미얀마와 중국이 자연재해로 난리입니다. 엄청난 사람들이 다치고 죽고 피해는 측정하기조차 어려운 모양입니다. 고통스러운 상황이 어서 끝나길 바랍니다.


회사는 회사대로 춘궁기입니다. 될듯 말듯 되지 않는 영업 때문에 눈치도 꽤 보입니다. 동시에 몇 가지를 진행하고 있는데 준비하는 모양이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예스냐 노냐를 물어야 하지만 답답한 마음에 전체를 물었습니다. 어떻게 될 것 같냐고요.


아래는 하늘 위는 바람 풍천소축(風天小畜) 괘에 3효가 동했습니다.


小畜하니 密雲不雨自我西郊일세니라.

(小畜은 형통하니 빽빽하게 구름이 끼여 있어도 비가 내리지 않는 것은 내가 西郊로부터 하기 때문이다.)


조금씩 쌓이니 형통하답니다. 초구를 가리면 태상절 연못 괘로 서쪽을 뜻하고 위괘가 바람이니 서풍이 부는 것이랍니다. 음쪽 방향인 서쪽에서 바람이 불면 비가 오지 않는다네요. 흠... 그런가요? 어쨌든 점을 쳐서 이 괘가 나오면 무슨 일이 될듯 말듯하면서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뭐... 괘사로는 지금 저의 처지와 비슷합니다.


이 괘는 은나라 말기 주왕이 폭정을 하고 있어 나라가 혼란할 때 주나라 문왕이 지은 괘입니다. 모든 백성이 메마른 하늘에 비를 바라듯 나라의 안정을 기대하는 상황에서 서쪽에 있는 주나라 문왕이 동쪽으로 가 주왕을 만나 정치를 안정시켜야 하는데 주왕은 오히려 문왕을 시기하여 유리옥에 가두어 버립니다. 그래서 문왕이 서쪽에 있기 때문에 일이 되지 않는다는 비유입니다. 상전을 봅니다.


象曰 風行天上小畜이니 君子-하야 懿文德하나니라.

(상전에 이르길 바람이 하늘 위에서 행하는 것이 소축이니, 군자로 이로써 문덕을 아름답게 한다.)


상구를 가리면 이허중 불괘로 글월 文이고 아래 건삼련 하늘 괘는 德을 뜻해서 文德입니다. 유리옥에 갇힌 문왕이 나 때문에 비가 오지 않으니 옥에서 허송세월을 보낼 것이 아니라 고통을 인내해서 아름답게 해서 세상에 내놓겠다 해서 64괘를 지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懿文德입니다.


3구를 봅니다.


九三輿說輻이며 夫妻反目이로다.

(구삼은 수레의 바퀴살을 벗김이여 부부가 반목한다.)


小畜 괘의 초구와 구이 모두 좋은데 구삼은 신통치 않습니다. 양이 양자리 있고 중을 벗어났으니 자기 강한 것만 믿고 자기 짝이 아닌 육사를 탐내니까요. 이 모양을 본 육사가 구삼이 타고 오는 수레의 바퀴살을 빼버립니다. 여기에 상구를 가리면 이허중 불괘로 눈동자가 안에서 바르게 있는 눈이지만 초구를 가리고 본 태상절 연못 괘는 눈이 한 쪽으로 치우친 모양이니 서로 반목하는 모양입니다. 그러니 구삼과 육사가 반목하고 있는 겁니다.


흠... 효사 뜻이 심란합니다. 어지러운 때에 서로 가장 중요한 집안에서 서로 반목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먼저 분수를 알고 대외적인 문제도 중요하지만 내부의 문제를 잘 살펴보라는 뜻일까요? 사실 같이 제안을 준비하는 친구에게 제가 불만이 많습니다. 중요한 때 자주 자기 중심적으로 행동하거든요. 나이도 많고 말도 없는 이 친구와 얘기를 풀기가 어렵습니다.


3구가 변하면 풍택중부(風澤中孚)가 됩니다. 못 위에 바람이 불어 출렁거리듯 바람과 물이 서로 출렁거려 느끼듯 서로를 믿어야 한다네요. 겉으로만 위하는 체 하고 믿을 게 아니라 중심으로 믿고 위해야 하는군요. 흠... 그러고 싶습니다. 안 그러면 또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렇게 해서 이 춘궁기를 벗어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