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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괘

천수송(天水訟)

by 무소뿔 2009. 2. 10.

 
 
음력설도 지나고 입춘도 지났으니 이젠 정말 기축년이다. 오늘은 대보름, 오곡밥 잘 얻어먹고 출근이다. 12일 큰 입찰이 있는데 문제가 있다. 입찰 자격이 안 되는 것이다. 서둘러 자격조건을 맞춰보려 하지만 실사를 해야 하는 작은 조합은 한 명이 전국을 돌아다니는 데다가 일도 밀렸고 절대 새치기는 안 된단다. 협력사이면서 경쟁 관계이기도 한 회사는 자기가 주관이 되면 참여가 가능하니 그렇게 하잔다. 회사라는 조직은 이익을 따라 가는 곳, 그러나 명예나 자존심 역시 중요하다. 하는 데까지 해보고 결정하기로 하고 그 결과를 물어보았다. 점은 늘 이렇게 아쉬울 때만 짓게 된다.

위가 하늘 아래가 물, 천수송(天水訟) 괘에 5효가 동했다. 송(訟)? 다툼이나 골치아픈 일이 생기는 걸까? 송(訟)은 말씀 언(言) 변에 바를 공(公) 자가 붙어서 말을 공정하게 한다는 뜻이다. 거짓말 하거나 둘러대지 말고 공정하게 말하고 판단해야 한다는 뜻이 된단다. 하늘이 위에 있고 물이 아래에 있으니 서로 반대가 되어 뜻이 맞지 않으니 송(訟)이란다.

有孚-나 하야 하니 하니
(訟은 믿음을 두나 막혀서 두려우니, 中은 길하고, 마침까지 감은 흉하니)

利見大人이오 不利涉大川하니라.
(大人을 봄이 이롭고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롭지 않다.)

내외괘 모두 양이 중심에 있으니 믿음이 있고(有孚), 자신이 있으니 송사를 걸게 된다. 그러나 구이가 음 속에 있어 험한 가운데 막혀 있고(窒) 감중련 물괘가 내호괘 불을 수극화해서 화에 속하는심장을 극하니 두려운 척(惕)이 된단다.

중도를 지켜 중간에서 그만두면 길하고(中吉) 상구처럼 끝까지 가면 흉하다. 양이 양 자리에 있고 외괘 중을 얻은 구오 대인과 같이 판단에 능통한 사람을 찾아야 한다. 이런 사람을 찾아가는 것은 내호괘가 이허중 불괘이니 발고 길하다. 그러나 큰일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아래 괘가 험한 물이니 큰 물을 건너기 어렵기 때문이다.

괘사로 보니 고집 피우지 말고 중간까지만 하란다. 실리를 찾으라는 얘기 같은데 동효에서 앞일을 예측해보자.

九五元吉이라.
(구오는 송사에 크게 길하다.)

구오는 한 괘의 중심인 외괘의 중을 얻고 양이 양 자리에 있으니 바르다. 그러니 송사를 해도 길하다. 점을 쳐서 이 효가 동하면 무조건 이긴단다. 잘 되는 효에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한가. 효사의 풀이도 적다.

구오가 동해서 나온 지괘는 화수미제 괘이다. 화수미제는 건너지 못해 이로울 게 없지만 세상의 모든 이치는 종즉시(終則始), 즉 완성이나 끝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발전해가는 미완성이라는,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는 세상임을 알려주는 가르침이다.

걱정했는데 괘의 풀이가 풍요롭다. 자격을 갖추고 제대로 입찰에 응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