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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건 알아야

진중권 얘기 보면서 한마디...

by 무소뿔 2012. 3. 13.

세상 돌아가는 꼴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역사와 철학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역사는 뭐 고대사까지 들여다보면 좋겠지만 근대 이후를 집중적으로 보면 좋을 것 같네요. 왜냐하면 모두가 전공자도 아니고 시간도 없고, 조선 후기까지 우리가 특별히 남의 식민지살이를 하거나 국토와 민족이 반동강 나서 세계의 화약고가 된 적이 없으니까요.

 

잠깐 시기 구분을 해볼까요? 봉건제라는 지저분한 제도가 있습니다. 중앙에 허깨비를 든든한 빽으로 삼고 최고권력을 휘두르는 교황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성곽으로 둘러싸인 영주들이 있습니다. 이 성에 사는 성주들이 교황에 충성을 맹세하면서 독자적인 정치, 외교, 경제를 꾸려나갑니다. 성 안에서는 성주가 최고 짱입니다. 봉건시대의 농노들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는 사실상의 국가지요. 봉건제는 유럽과 일본이 했죠. 멀리는 중국에서 했지만 진이 통일한 이후 중국 역시 봉건제를 실시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유럽에서 기독교 허깨비가 세상을 지배한 시기가 바로 봉건시대였고 이를 중세라고 합니다. 즉 중세는 모든 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 시대 개념이 아니라는 거지요. 중세 이후를 모던이라고 하고 모던을 주구장창 써먹을 수 없으니 모던 이후를 포스트모던이니 현대이니 합니다.

 

철학은 특히 서양철학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게 아주 중요합니다. 서양철학은 요즘에 와서 좀 달라진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 기본은 신학입니다. 플라톤의 이데아가 신으로 변하고, 유럽 애들 말로 모던 시기에는 과학이 발전하면서 지들이 봐도 쪽팔리니 신 대신 이성을 철학의 근본으로 삼지요. 생각하니 존재한다 뭐 그딴 생각들이 이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그마저도 신을 찬양하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서양철학은 존재론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너는 누구며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느냐... 존재론의 핵심 질문이지요. 결론은 버킹검, 신에게서 왔다가 신에게로 가는 겁니다. 걔네들 생각이 요즘도 다 뻔하답니다. 현대철학에 들어와서도 신을 대체한 이성 중시 성향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지들끼리 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신한테도 이성한테도 반항 비슷한 걸 합니다. 신을 믿고 이성으로 교화된(개들 근대용어로 하면 문명인) 유럽인들도 전쟁이 무섭고 힘들었던 거지요. 죽기 좋아하는 사람 없잖아요. 제국주의 간에 생사를 걸고 싸우는 살벌한 전쟁터에서 신이 있으니 평화를 찾을 것이다, 이성을 갖고 있는 인간은 사람을 함부로 죽이지 않을 것이다 뭐 이런 주장이 통하겠어요. 그래서 실존주의가 나옵니다. 내 목숨이 최고다...

 

이에 반해 동양, 특히 동아시아에서는 존재론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어떻게 사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하지요. 공자가 죽으면 어떻게 되냐는 질문을 받고 사는 것도 잘 모르는데 그딴 걸 어떻게 아냐고 핀잔을 줍니다. 그뿐 아니라 무당이나 제사장들이 혹세무민하는 꼴들을 동양에서는 가만 두고보질 않습니다. 불교가 들어와 일부 변형이 일어나지만 현재를 중요시하는 동양의 전통은 바뀌지 않습니다. 이렇게 동아시아는 신이라는 개념 없이 세상을 훨씬 사람 중심으로, 서양눔들 표현대로 하면 훨씬 민주적으로 살아온 세계입니다. 서양의 계몽주의, 프랑스혁명, 미국혁명까지도 동양의 영향을 받았다는 많은 증거들이 있습니다. 서양눔들이 인정하기 싫어해서 그렇지... 과학혁명 이후에 동서양의 발전상태가 역전되었기 때문이지요.

 

에구 간단하게 몇 글자 적으려고 했는데 길어지네요... 진중권 얘기를 좀 하고 싶어서요. 가끔 제가 쓴 글을 보신 분은 알겠지만 저는 진중권, 유시민류를 아주 싫어합니다. 유럽빠, 사민빠들이거든요. 요즘 인기 있는 강남좌파 같은 겁니다. 대안은 없고 건들거림과 지들만의 진정성으로 사람들을 홀려 길을 헤메게 만들거든요. 말은 그럴 듯하게 하는데 실질이 없습니다. 앞서 얘기한 서양철학의 경향을 받아들였을 뿐 아니라 그 근간이 되는 기독교를 믿는 사람입니다.

 

교회를 다니는 후배님들도 있겠지만 교회는 모든 것의 중심이 신입니다. 모든 영광과 권세를 신에게 돌립니다. 사람은 그에게서 나와 그에게로 가며 가는 곳이 지옥인지 천당인지 모르며 오직 믿음으로 어떻게 되지 모르는 괴로운 심사를 이겨내야 하는 철저히 개인적인 종교입니다. 캘빈이 이걸로 사기친 거 아시죠? 특히나 현대철학은 정말 무슨 말인지 모를 얘기들이 많습니다. 후배님들도 한두 번 시도해봤겠지만 읽고나서도 뭔 책을 읽었는지 모를 말들 투성이거든요. 핵심이 없는 사변적인 글들이기 때문입니다. 진중권이 바로 무슨 말인지도 이해하기 힘든 서양철학의 용어들을 구사하며, 이제는 쓰레기통에 가야 할 사민주의를 주장합니다. 사민주의가 왜 나왔는지 생각은 안 하고 사민주의 장점만 얘기하면서 오로지 그 길로!로 주장하지요.

 

진중권은 서양에서 언어철학(난 언어철학이 뭔 말인지도 잘 모르겠지만)을 공부하고 비트겐슈타인의 그 언어철학으로 모던과 포스트모던 간의 대립극복을 꿈꾸는 사람이랍니다. 예술정신은 숨어살던 유태인의 다락방 정서이며 그런 예술정신으로 미학을 정리하고 싶다고 하지요. 저도 학창시절엔 미학의 이빨에 녹았던 적이 있지만 미학이 별건가요, 그저 철학의 쫄병 정도 되는 거지요. 그것도 예술영역에 한해서... 진중권은 녹색주의자에 기독교신자이며 무정부주의자입니다. 사민주의를 꿈꾸는 자유주의자이고요. 이 친구는 포스트모던을 해체하여 국가의 압제를 벗어나 개인의 자유로 모인 진정한 공동체를 꿈꾸는 철저한 개인주의자이기도 합니다. 민족주의를 거부하며 노동과 핏줄의 국제적 연대를 신앙하지요. 진중권은 보수에서 보면 진보 같고 진보에서 보면 보수 같은 모습을 자주 보입니다. 타고난 언변과 유학시절에 배운 유럽의 현대철학 용어로 사람들 기를 죽이며 자유주의를 퍼트리지요. 자유주의는 자본주의의 근간 이념(신자유주의 포함)이잖아요. 개인의 자유는 절대 개인의 것이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보수가 어떨 땐 얄미운 진중권을 놔두는 겁니다. 진보도 공격하니까요. 특히 친북 경향이 있다면 진중권은 아주 좋은 사냥개일 수도 있거든요. 진보인 체하면서 실제의 공동체, 민족과 노동의 진정한 연대를 깨트리는 건 보수보다 훨씬 질이 나쁩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더 많은 일자리와 먹을거리가 필요하답니다. 그래야 복지도 하고 인권도 훨씬 잘 챙길 수 있거든요. 그러려면 기술과 과학이 발전해야 하고 분단된 민족의 단합된 힘도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진중권은 이렇게 대안을 만들고 하나하나 실천하기보다 국가의 간섭을 줄이고 국가보고 하라는 것은 많은 말만 많은 자유주의자입니다. 진중권이 뭔 얘기 하면 뭔가 또 떠들어 관심 받고 싶은가 보다 하시길. 진중권에게는 악플보다 무댓글이 견디기 어려울 겁니다. 또 쓰고보니 횡설수설... 암튼 후배님들, 진중권류에게 상처받지 마세요~  (2012. 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