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루 한 괘

지풍승(地風升)

by 무소뿔 2007. 4. 19.

4월 19일, 음력 3월 3일로 丁亥년 甲辰월 癸未 일주입니다. 점을 안 쳤으면 오늘이 4.19인 줄도 모를 뻔했습니다. 우리 역사에 참 중요한 계기가 된 날인데요. 癸 일주가 외로워 보이네요. 절실하게 금 기운이 필요하지 싶습니다.


우연히 남쪽 봉화 땅 구경을 하고 왔습니다. 낙동강가에서 조금 들어간 산촌인데, 멀리 청량산 정상이 살짝 보이고 햇볕 가득한 양지에 입맛 당기는 곳이더군요.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그게 어디 쉽습니까. 점을 쳐보았습니다. 좀 폼나는 일로 점을 쳐야 하는데 이렇게 개인적인 일로 점을 치니 쑥스럽기도 합니다.


위가 땅이고 아래가 바람이니 지풍승(地風升) 괘가 나왔습니다. 동한 효는 6효입니다. 6효라... 심상치 않군요. 괘사를 봅니다.


元亨하니 用見大人호대 勿恤南征하면 하리라 .

(升은 크게 형통하니 써 대인을 보되 근심하지 말고 남으로 가면 길하다.)


괘사로 보면 끝내줍니다. 걱정할 것 없이 그냥 가면 되겠습니다. 물론 최종 결정은 동효가 해주겠지만요. 구이 대인이 육오 인군을 보라고 합니다. 음이 인군의 자리에 올랐으니 힘이 듭니다. 그래서 현명한 신하 구이를 찾는데, 구이는 육오가 날 죽이려는가 의심하지 말고 남쪽 육오에게 가야 한답니다. 이렇게 부름을 받아 올라가니 지위가 升하는 것이네요.


효사를 봅니다.


上六冥升이니 利于不息之貞하니라.

(상육은 어둡게 오름이니 쉬지 않는 바름이 이롭다.)


升 괘는 괘 전체의 뜻도 좋고 효도 다 뜻이 좋아 아주 형통한 괘입니다. 하지만 하나 예외가 있으니 오늘 동한 6효가 바로 그렇습니다. 오르고자 하여 올랐으나 어두워졌습니다. 효사는 기왕 오르려면 지위를 탐내는 노력을 갖고 바른 일에 써라는 뜻이라네요. 높은 곳에 오르려고 했는데 날이 어두워졌으니 실패한 셈이지만 쉬지 말고 열심히 바른 의지로 나아가라는 말씀이랍니다.


상전과 효사를 요약한 글을 봅니다.


象曰 冥升在上하니 消不富也-로다 .

(상전에 이르길 冥升이 위에 있으니 사라져 부하지 못하다.)


이미 오른 상육에게는 도움을 줄 아무도 없습니다. 올라갔으니 내려올 일밖에 없는 건가요.


夕陽山路가 迷而又昏하니 貪慾不息이면 後悔何論가.

(석양볕 산길이 아득하고 어두우니 탐욕을 버리지 않으면 후회를 어찌 논하리.)


남쪽 방향은 맞으나 다시 생각해봐야겠습니다. 그 좋은 땅도 결국 탐욕에 불과할테니까요...